희호재 풍광 및 짓는 과정 80

4월의 희호재 모습

비가 오는데도 문득 지고 있는 마당의 꽃들이 아까워서 카메라를 들었습니다. 사진을 찍고나니 바람재에 안부를 띄우고 싶어서 이렇게 오랫만에 들어왔습니다. 저를 비롯하여 많은 사람들이 바람재에 뜸해졌지만 그럼에도 내내 바람재를 지키고 계시는 분들께 늘 고마운 마음을 가지고 있음을 이렇게 전합니다. 친구가 사준 겹벚꽃이 올해는 제법 꽃이 많아졌지요. 지난 해 정리를 못해준 탓에 영산홍이 키가 제멋대로입니다. 늘 제자리에서 풀들을 막아주는 백리향이 작은꽃을 띄우고 있습니다. 서부해당화도 올해는 몸피가 제법 나아졌습니다. 안 그래도 떨어지는 중인 서부해당화가 빗방울까지 달고 있습니다. 핸폰으로 담은, 이제는 거의 다 져가는 꽃사진 몇 장을 곁들입니다. 어스름이 내려오기 직전 새순이 막 돋는 느티나무 사이로 상현달..

희호재 마당 모습

고추밭을 찍다 보니 마당 사진을 너무 오래 안 찍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담았지만 원래도 솜씨가 모자란 데다가 고추밭일을 돕느라 바쁜 핑계로 보여드릴 게 별로 없네요. 그래도 희호재 풍광을 좋아하셨던 분들을 생각하며 사진을 올립니다. 위의 다알리아와 그 위 분홍낮달맞이는 정가네 동산에서 왔습니다. 단해님이 보내주신 씨앗들 중 금영화, 톱풀, 사포나리아는 한창인데 제대로 찍은 사진이 없습니다. ㅠㅠ 여러 해 묵은 커다란 모감주나무가 갑자기 말라 떠난 후 다행히도 그 녀석의 씨앗에서 발아하여 자란 어린 나무가 지난 해부터 꽃을 피우네요. 11살 얄진이도 건강하고, 지난 해 파브에 걸려 우릴 애태웠던 콩돌이도 이젠 어른이 되었습니다. ㄴㅁㄲ이 오이와 호박, 그리고 토마토의 지줏대를 튼튼하게 세웠습니다...

'노을'이란 말이 영어에는 없다네요.

영어회화를 배우다 보니 '노을'이란 말에 해당하는 영어가 없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아마 영어권에 있는 말에 딱 맞는 우리말이 없는 경우도 있겠지요? 그래서 국제결혼을 한 부부들이 섬세한 감정 표현을 하고 또 읽는 것은 참 어렵겠다 라는 생각도 합니다. 하긴 같은 말을 쓰는 부부들도 서로의 감정을 제대로 읽기란 쉽지 않지만 말입니다. 예쁜 저녁노을을 담은 사진을 올리면서 쓸데없는 이야기가 길어졌네요. 태풍도 오기 전 어느 날 저녁에 찍은 사진인데 아까워 이제 올립니다. 모두들 명절을 즐겁고 반갑게 잘 지내시길 바랍니다.

초생달이 보이시나요?

뽑히고 잘려 마당 구석에서 말라가고 있는 풀들과 나뭇가지들을 태우는 시간에 하늘을 보니 미인의 눈썹보다 더 가늘고 가는 초생달이 희호재 지붕 위에 떠 있네요. 그래서 아주 오랫만에 핸폰으로 희호재를 담았습니다. 원본 사진엔 아미같은 모습이 또렷이 보였는데 올리려고 줄이다 보니 초생달 모양은 빛만 남았습니다. 여름이 왔네요. ㄴㅁㄲ이 고추 농사를 시작해서 매일 이야기거리가 많지만 글 쓸 여가가 나질 않습니다. 더러 고추밭에 같이 가고 가뭄 때문에 매일 저녁 나절이면 꽃들에게 물 주어야 하고 그 와중에 친구들이랑 걷고 이야기 나누느라 마이 바쁘답니다. 희호재가 건재하듯이 모두 건강하게 잘 지내시길 바랍니다. 초승달이 표준말이지만 왠지 초생달이라고 해야 맛이 나는 것 같습니다.

희호재의 늦가을 풍광

가을이 깊어가고 있네요. 어제 비 내린 뒤 오늘 아침에 담은 모습입니다. 마당엔 늦게 핀 국화들과 가우라꽃만 남아 있고 나머진 모두 가을옷을 입었습니다. 희호재의 가을은 느티가 단연 1등이지요. 느티는 나이들수록, 늙어갈수록 티(태)가 난다고 붙여진 이름이라고 친구가 가르쳐 주었습니다. 단풍나무와 목련도 단풍색이 예쁘지요. ㄴㅁㄲ은 군불 피우는 중... 화살나무가 올해 제대로 단풍이 들었습니다. 가우라인지, 바늘꽃인지 구별은 못 하지만 이 녀석이 서리 오고도 제일 마지막까지 있어 예쁘지요. 여긴 ㄴㅁㄲ의 손길이 많이 간 배추와 무, 그리고 마늘을 넣은 모습입니다.

새가 몇 마리일까요?

아침을 먹고 있는데 거실에 있는 얄찐이가 갑자기 거실창에 붙어 곧 뛰어오를 폼이었습니다. 내다보니 색깔도 예쁜 저 녀석(박새인가요?)이 계속 걸쇠와 현관 유리 사이를 날아다니고 있었습니다. 그러고보니 잔디마당에도, 나무에도, 지붕 위에도 새들이 엄청 많았습니다. 비도 한두 방울, 게다가 안개도 내려 앉은 찬 날씨였지요. 덕분에 추위에도 불구하고 카메라를 들고 한참을 벌을 섰습니다. 아래 사진 속 참새는 몇 마리인가요? ㅎ

희호재 마당의 가을 1

올 봄 어느 사이트의 예쁜 국화 사진들을 보곤 주문을 했습니다. 8포기씩 12종류를 주문해서 꽃밭 앞쪽으로 심었지요. 그리곤 그 옛날의 ㄴㅁㄲ처럼은 아니고 그냥 아주 가끔 순을 따주었습니다. 제 수고에 비해 지금 한창 이쁘게 피고 있지요. 피는 시기가 조금씩 다르기도 하지만 막 봉오리를 맺은 모습이 아침 다르고 저녁 다르답니다. 두 사람만 보기가 아까워 자랑합니다. 잔디 위로 느티나무 잎들이 내려 앉으며 가을이 깊어지지요. 찍고 있는데 ㄴㅁㄲ이 오랫만에 광각렌즈가 달린 카메라를 들고나와 담았습니다. 아래 4장은 ㄴㅁㄲ이 담은 모습입니다. 늘 찍는 저와는 각도를 달리 한 ㄴㅁㄲ의 사진 속 희호재는 마당이 조금 더 깊어 보이지요?

어느 평화로운 날의 오후

지금 희호재에 거주하는 식구는 여섯입니다. ㄴㅁㄲ과 저 말고도 놀고먹는 녀석들이 넷이지요. 매여 있는 랑이와 빈이, 그리고 자유의 몸인 얄진이와 둥이입니다. 얄진이는 실내, 외 어디나 맘대로 다니는, 세수를 열심히 하는 깔끔 냥이지요. 둥이는 얄진이의 새끼로 태어나 9살이 된, 반경 2,3 미터 밖으로만 도는 녀석입니다. 타고난 그 경계심 때문에 중성화 수술을 못해 주었더니 뻑하면 어디 가서 터지고 옵니다. 오직 관심사는 붕가붕가이기 때문입니다. 세수라곤 안 하는지 흰털이 재색이 되어가는 둥이가 어느 날 노란 고양이 한 마리를 데리고 왔답니다. 그리곤 밥만은 얄진이에게도 양보 안 하는 녀석이 밥까지 내어주며 밥 먹는 노랑이 목덜미를 물고는 시도때도 없이 그것도 등따리에다가 붕가붕가 놀이를 합니다. 그러다..

오래 전 - 장독대 만든 이야기를 다시...

이 글은 오래 전 2008년 5월 16일에 여기 사랑방에 올렸던 글을 다시 올리는 것입니다. 독일에 계시는 왜요님은 희호재 마당 사진 중에서도 유달리 장독대를 좋아하시지요. 그래서 저도 마당 사진을 찍을 때마다 가능하면 장독대 사진을 빼놓지 않으려고 합니다. 2008년 2월에 희호재로 이사 와서 급한 정리만 해놓은 상태로 ㄴㅁㄲ은 5월에 장독대를 만들었습니다. 그때는 5월에 학교들이 단기방학이라 해서 일 주일 정도 방학을 하곤 했지요. 저도 지나간 사진들 중에서도 이 사진들이 그때의 온갖 추억과 힘든 일들과 함께 아련한 사진들이 되었지요. 왜요님이 정작은 이 장독대 만든 이야기는 못 보시지 않으셨을까? 하는 장난스런 생각과 그리고 바람재 새식구들은 못 보셨고, 또 기존의 보신 분들도 워낙 오래된 글이어서..

눈부신 아침 햇살

어제 아침, 식전에 꽃밭의 풀을 뽑다가 햇살이 눈부셔서 카메라를 들었습니다. 역광은 세상을 이렇게 빛나게 해줍니다. 사진을 정리해서 올리려고 보니 봄이가 떠난 슬픈 소식이 바로 아래에 있어 하루를 기다렸다가 이제 올립니다. 사진을 찍고는 '눈부신 아침 햇살에...'로 시작하는 양희은의 '일곱 송이 수선화'를 종일 흥얼거렸습니다. 생각해 보니 이렇게 즐거운 마음이 드는 건 며칠을 끙끙대던 6월 초하루꽃편지 정리를 마쳤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이제 올 연말이면 5년을 쓰게 됩니다. 처음 시작할 땐 이리 오래 쓸 수 있다는 생각을 못 했습니다. 초하루편지를 쓰는 것은 월말이면 다른 일을 미루어야 하는, 조금은 끙끙대어야 하는 일이기도 하지만 제겐 보람있고 즐거운, 또 하나의 자아발견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5년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