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호재 이야기 287

의자의 변신

ㄴㅁㄲ이 사진전을 끝내고 긴 휴식에 들어 갔었지요.농사일이 없는 겨울인데다가 연일 TV 뉴스가 촉각을 곤두세우게 한 덕분입니다. 그러다 놀이삼아 한다더니 며칠에 걸려 이렇게  테이블 하나를 만들고 의자들을 완전 새롭게 단장했답니다.  제가 고창 놀러 갔다오는 사이에 만들어놓은 테이블입니다.잘못 배달된 엄청 지름이 넓은 바퀴 하나가 3년 넘게 구석에 있었는데 그 바퀴 안에 든 둥근 쇠를 활용했지요.용접을 비롯한 여러 공정을 거쳐 둥근 쇠 아래 기둥을 세우고 그 기둥을 콘크리트 기초석을 하나 사서 거기에 박은 후에언 땅을 녹여 파서 그 기초석을 넣고 다시 시멘트를 개어 바르고 등등....  어디선가 얻어와 몇 년을 사용하는 사이에 의자판이 다 일어난 이런 의자가 몇 개 있었답니다.  낡아서 너덜거리던 베니아..

희호재 이야기 2025.02.12

전시회를 마치다

사진전을 마치다.두 주(12일) 동안 오직 한 가지 일만 하고 지내다.아침 먹고 10시까지 같이 전시장에 나가서 오는 사람들을 기다리고, 맞이하고, 이야기 나누고, 때론 같이 밥먹고...저녁 7시까지지만 6시가 넘으면 오는 사람들이 없을 것 같아 문을 닫고 집으로 돌아왔다. 앉아있는 의자가 편하지 않아 늦은 오후엔 3,40분은 걷기도 하고 따로 조금 늦게 나가기도 했지만대개는 전시장에서 책을 보거나 핸폰으로 영어공부를 하거나 정치 뉴스를 보면서 전시를 보러오는 사람들을 기다리며 함께 앉아 있었다. 그러는 동안 보고싶던 지인들이 다녀가고 또 모르던 사람들이 다녀가다.남편의 오랜 동료(이젠 더없는 친구들이 된)인 정가네님과 그 일당들, 라오스를 함께 가는 사진 동료들,또 고딩 절친들이 번갈아 와서 하루밤씩을..

희호재 이야기 2024.12.24

ㄴㅁㄲ의 사진 전시회

내일이면 올해의 마지막 달인 12월입니다.ㄴㅁㄲ이 안동의 예술의전당에서 전시회를 하게 되었습니다.지난 여름 상주의 갤러리에서 전시회를 할 때만 해도 신청했던 이 전시 기회가 무산될 것 같았지요.그런데 이렇게 하게 되었습니다.예술의전당 전시장 규모에 따라 전시 작품도 많아지고 시내 몇 곳에 현수막도 걸게 되어 조금 큰 전시회가 될 것 같습니다.그래서 바람재 식구들에게도 이렇게 알립니다.

희호재 이야기 2024.12.23

눈부신 가을도 단단했던 사람도 떠나네요...

아침에 조금 늦게 일어났더니 ㄴㅁㄲ이 마당의 낙엽들을 쓸고 있었습니다.아침 인사를 나누고는 안 그래도 눈에 거슬리던, 수돗가 옆 목련이 떨구어둔 커다란 잎들을 저는 쓸었지요.그러다 역광으로 바라본 가을빛이 너무 예뻐서 잠시 핸폰으로 담았습니다.가을이 눈부신 빛과 색을 남기며 희호재 마당을 지나가고 있네요. 대문 앞 벚나무 낙엽의 빛깔이 이렇게 고운 것도 올해 처음 봅니다.집으로 들어오는 동네길을 새로 포장하느라 들고나는 것이 조금은 불편한 시간입니다. 전지를 못 해준 화살나무도 곱게 물들었습니다. 며칠 걸려 묵은 잎과 가지들을 걷어내며 겨울 준비를 하고나니 희호재 꽃밭은 눈에 띄게 휑뎅그렁해졌습니다. 어제 파초를 잘라 왕겨와 비닐로 단단히 싸주고 수도꼭지들도 덮개를 다 해주었습니다.무는 ..

희호재 이야기 2024.11.18

겨울설거지

비설거지란 예쁜 말이 있지요.그럼 추워지기 전 밭 뒷정리를 하고 알뿌리들을 거두는 일들을 겨울설거지라고 하면 되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ㅎ)오늘 종일 마당에서 움직이다가 문득 '아름다운 가을이 지나가고 있네...'라는 생각이 들어 카메라를 들었습니다.희호재 가을 풍광과 겨울설거지한 모습들을 보여 드릴까요?    희호재의 젊은 느티나무는 저렇게 자라서 마당 가득 잎들을 떨구어 가을을 더욱 깊어지게 합니다.  ㄴㅁㄲ은 올해 마당에 300포기의 고추를 심어 180근 넘게 수확을 했지요.고춧대 자르고 딴 끝물과 저희 먹을 것만 남겨두고 모두 주문하신 분들에게 보냈습니다.며칠 전 사흘 정도 친구와 함께 사브작사브작 움직여 고추끈과 지줏대와 부직포를 걷고 모아놓은 모습입니다.    오늘 콩돌이 녀석 집 뒤로 여름 ..

희호재 이야기 2024.11.13

생강 수확을 보고합니다.

생강 수확을 마쳤습니다.그러느라 지난 12일부터 20일까지 9일 동안 오직 생강밭에서 살았습니다.엄청 재밌었고 엄청 힘들었습니다.재미있었던 이유는 난생 처음 하는, 과정도 결과도 알 수 없는 미지의 일이었기 때문이고, 그럼에도 그 모든 과정을 친구가 함께 했기 때문이었지요. 힘들었던 이유는 9일 동안 아침, 심지어 새벽에 일어나 밥먹고 밭으로 가서 어둠이 내려앉을 때까지 생강을 손질했기 때문입니다. 아, 또 수확의 기쁨이 있었구요.장에서 사먹기만 했던 생강을 심고 키워 캐서 손질하는 것도 재밌고 신기했지요.  사진 속 아래 떨어져 있는 것이 봄에 심은 30g 정도의 생강 종자이지요,그 하나에 붙어 있는 한 포기가 바로 위 덩어리 전체랍니다.줄기를 자르고 손질한 후 무게를 달아보면 600g 이상 때로 1k..

희호재 이야기 2024.10.25

폭풍전야

희호재는 폭풍전야입니다. (ㅎ) ㄴㅁㄲ은 집에서 차로 15분 거리에 있는 380평의 밭에 올해는 생강을 심었습니다.작년까지 고추농사를 한 밭이지요.다들 생강이 쉽다고 했지만 글쎄요. 생강은 5월초에 싹을 틔워 심고 10월에 캡니다. 비닐을 안 씌우는 대신 생강을 땅에 넣은 후 왕겨를 덮어주지요.심고, 왕겨를 덮어주고, 기둥을 세워 차양막을 쳐주어 한여름 햇볕을 막아주고, 세 번쯤 풀도 뽑아주었습니다.제일 힘든 건 캐기 한 달 전쯤 뿌리 부분에 올라오는 생강이 햇빛에 노출되지 않도록 흙을 북돋워 주는 일이었지요.고추에 비하면 쉬워도 무엇이나 쉽게 하기보다 독학해서 자기 식대로 하는 ㄴㅁㄲ인 탓에 어느 것도 만만한 건 없습니다.전 그 모든 과정을 친구와 함께 할 수 있어 반은 일이고, 반은 놀이지만요.그 과..

희호재 이야기 2024.10.11

말벌을 건드린 ㄴㅁㄲ

오랫만에 희호재 마당에서 일어난 일을 씁니다. (별일이 아니지만요.) 어제 저녁 먹고 두 사람은 아들 카페에 갈 일이 있었습니다.아들이 어느 커피 행사에 참가하게 되어 카페에서 일하는 사진 한 장이 필요하니 아빠가 좀 찍어 주셨으면 좋겠다고....뚝딱 찍으면 될 줄 알았더니 두어 시간을 찍어 겨우 한 장을 건졌는지 10시 넘어 돌아왔습니다. 씻고 나서 핸드폰 후래쉬를 켜서 집을 한 바퀴 돌았습니다.박쥐들이 밤에 처마 안쪽에 자꾸 서식을 해서 까만 똥을 떨어뜨리는 통에 가끔씩 둘러보곤빛을 비추어 쫓거나 긴 막대로 쫓곤 하는데 어제밤엔 무슨 바람이 불어 공연히 혼자서 나가 보았지요.없네... 하고 들어오려다가 누마루 앞쪽 출입문 위 튀어나온 서까래 맨 위에 뭔가 다닥다닥 붙어 있는게 보였습니다.여긴 똥도 없..

희호재 이야기 2024.08.27

설 잘 쇠셨나요?

명절을 잘 쇠셨는지요? 명절 끝의 작은 이야기입니다. 시댁쪽은 남편의 6촌 형제가 많습니다. 증조부님의 아드님이 세 분이셨고 그 세 분 조부님 밑으로 태어난 아들들(시아버님과 같은 항렬)이 여덟 명, 그 아랫대가 남편 항렬로, 형님과 사촌, 육촌 합해서 모두 17명이네요. 결혼 초 집안 산소를 마련한다고 매년 회비를 내라고 할 때는 부담도 되었지만 어느 순간 흩어져 있던 산소들을 모두 이장하고도 여유있는 자리가 만들어졌고, 또 비바람을 막아주고 음식을 차리고 먹고 할 공간까지 만들어졌지요. 그러는 사이에 저도 동서들도 아이를 낳고 키우고 그 아이들이 결혼을 하고 아랫대가 생기는 것을 보았습니다. 돌아가신 분들도 있지만 부모님 산소가 있으니 장성한 아랫대들이 여전히 오고 해서 매년 명절 두 번과 시제와 벌..

희호재 이야기 2024.02.11

요렇게 ㄴㅁㄲ은 인터뷰도 했어요.

요길 보셔요. 렇자 같은 어려운 역은 건너 뛸래요. 게스트가 아닌 주인공으로 나무꾼이 지부사무실(사진전시회장)에서 인터뷰를 했네요. 무리없이 편하고 재미있게 주고받더라구요. 꾼들끼리 자연스레 묻고 답하였어요. 은근슬쩍 자기자랑도 하지 않았는지는 모르지만요. 인터뷰한 건 곧 유투브에 올린다고 하니 우째 나올지 궁금도 하여요. 터프한 면은 있지만 질문자도 ㄴㅁㄲ도 카메라맨도 뷰는 괜찮아 보였어요. 제 눈엔요. 도리어 보는 제가 긴장했지만요. 했자가 또 애를 먹여요. ㅎ 어마무시 바쁜 시간을 보내었으니 요렇게 추운 날들엔 한 며칠 조용히 쉬어야겠지요. 모두들요... (바람재 사랑방에 끝말잇기로 올린 글)

희호재 이야기 2023.1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