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강 수확을 마쳤습니다.
그러느라 지난 12일부터 20일까지 9일 동안 오직 생강밭에서 살았습니다.
엄청 재밌었고 엄청 힘들었습니다.
재미있었던 이유는 난생 처음 하는, 과정도 결과도 알 수 없는 미지의 일이었기 때문이고, 그럼에도 그 모든 과정을 친구가 함께 했기 때문이었지요. 힘들었던 이유는 9일 동안 아침, 심지어 새벽에 일어나 밥먹고 밭으로 가서 어둠이 내려앉을 때까지 생강을 손질했기 때문입니다.
아, 또 수확의 기쁨이 있었구요.
장에서 사먹기만 했던 생강을 심고 키워 캐서 손질하는 것도 재밌고 신기했지요.
사진 속 아래 떨어져 있는 것이 봄에 심은 30g 정도의 생강 종자이지요,
그 하나에 붙어 있는 한 포기가 바로 위 덩어리 전체랍니다.
줄기를 자르고 손질한 후 무게를 달아보면 600g 이상 때로 1kg이 넘는 것도 있지요.
그래서 주로 남자들이 포기째 생강을 뽑아 주면 여자들은 앉아서 손질을 하지요.
가위로 줄기 부분을 자르고 잔뿌리를 없애고 흙을 대충 털고는 생강덩이만 자루에 담습니다.
만약 생강도 고추처럼 수매 기간이 길다면 천천히 가족 단위로 수확을 할 수 있을 테지만...
생강은 10월 중순의 열흘 정도의 수매 기간 안에 캐어서 당일 수매를 해야 하니 일손을 안 빌릴 수가 없지요.
우리 자신의 하루 일 실력도, 전체 생산량도 가늠이 안 되어 농사는 잘 지어놓고 인건비 지출에서 조금 차질이 있었지요.
생강이 엄청 굵어 ㄴㅁㄲ이 앞에서 뽑아놓으면 두 사람은 손질을 하는데 세 사람의 실력이 첫날은 겨우 5푸대였지요.
그럼 열흘을 꼬박 해도 5,60푸대 밖에 못할텐데 100푸대 넘게 나온다면 우짜노?
그래서 늦게 일꾼을 구하다보니 일당이 비싼 일꾼을 이틀이나 써야 했지요.
첫날 5푸대, 다음날 6푸대, 그 다음날은 7푸대, 비가 온 그 다음날은 1푸대를 해서 매일 트럭에 싣고 같이 갔습니다.
덕분에 "뭐 하시던 분인데 이래 생강 농사를 잘 지었능교?" "그집 생강 정말 좋네!" 하는 소리를 매일 들었지요.
중간에 이틀 일꾼 6명이 와서 일하고 그 다음 사흘을 다시 우리끼리 해서 전체 106푸대를 수확했습니다.
10kg 생강 종자 16박스를 심으면 보통 5배 (80푸대)를 수확하면 잘 한 것이라고...
그런데 ㄴㅁㄲ은 106푸대나 수확해서 6배가 넘는 수확이었으니 아주 농사를 잘 지은 것이라고...
(푸대수로만 보면 그렇고 종자 1박스가 10kg이지만 수매할 때 한 푸대는 21kg을 담아야 하니 무게로 따지면 사실은 5배가 아니라 10배인 셈이지요.)
문제는 우리가 필요 이상으로 흙을 털고 깨끗이 한 것입니다요.
생강 덩이도 중간에 부러지면 안 되고 고대로 해야 되는 줄 알았구요.
그러다보니 시간이 많이 걸릴 수 밖에요.
매일매일 수매장에 가보니 흙투성이에다가 잔챙이가 섞여도 엔간하면 '특'을 주는 걸 보고서야 조금씩 속도가 났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매장의 아자씨 말이 맞지요. "맹 그래도 지 성질대로 해와요...."
꼼꼼이에다가 완벽주의자인 친구와 저는 잔손질을 자꾸만 하게 되니 남들의 반 밖에 속도가 안 난 거지요.
아마도 내년엔 잘 할 수 있을 거라고, 하루 한 사람이 다섯 푸대씩을 할거라고 말은 했지만 말입니다.
생강을 몇십 푸대씩 심지어 100푸대가 넘게 실은 트럭들이 날이 갈수록 줄지어 들어오는 진풍경을 보면서 하루는 두 시간을, 마지막 날은 세 시간을 넘게 기다려서 수매를 마쳤지요.
하루 쉬고 아들까지 불러 넷이서 해단식을 거하게 했습니다.
그리고 다음날은 생강 8키로쯤 남겨둔 것을 종일 까고 편 썰기 해서 찌고 데치고 하여 생강 식초절임과 물끓임용으로 장만하고는 1년 농사를 마쳤습니다.
무엇보다 수술한 제 팔이 무리하지 않도록 옆에서 힘든 일은 미리미리 해준 친구 덕분에 꼬박 쪼그리고 앉아 9일 동안 그 일을 해내었습니다.
전혀 알지 못한 길을 1년간 연구하고 애쓴 남편이 제일 애먹었지만 마지막 수확시기 열흘을 빼면 고추보다는 과정이 쉬운, 그럼에도 수익은 조금 더 나은 생강농사를 잘 마쳐서 세 사람이 서로를 대견해 하고 있습니다.
"별나라에 있다가 온 것 같다." 고.... 남편이 툭 내뱉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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