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호재 이야기

말벌을 건드린 ㄴㅁㄲ

가 을 하늘 2024. 8. 27. 00:11

오랫만에 희호재 마당에서 일어난 일을 씁니다. (별일이 아니지만요.)

 

어제 저녁 먹고 두 사람은 아들 카페에 갈 일이 있었습니다.

아들이 어느 커피 행사에 참가하게 되어 카페에서 일하는 사진 한 장이 필요하니 아빠가 좀 찍어 주셨으면 좋겠다고....

뚝딱 찍으면 될 줄 알았더니 두어 시간을 찍어 겨우 한 장을 건졌는지 10시 넘어 돌아왔습니다.

 

씻고 나서 핸드폰 후래쉬를 켜서 집을 한 바퀴 돌았습니다.

박쥐들이 밤에 처마 안쪽에 자꾸 서식을 해서 까만 똥을 떨어뜨리는 통에 가끔씩 둘러보곤

빛을 비추어 쫓거나 긴 막대로 쫓곤 하는데 어제밤엔 무슨 바람이 불어 공연히 혼자서 나가 보았지요.

없네... 하고 들어오려다가 누마루 앞쪽 출입문 위 튀어나온 서까래 맨 위에 뭔가 다닥다닥 붙어 있는게 보였습니다.

여긴 똥도 없는데 새로 자리를 잡았나? 하곤 ㄴㅁㄲ을 불렀습니다.

샤워를 하고 속옷만 입은 채로 아래채 화장실에서 나온 ㄴㅁㄲ은 옷을 입고 올게... 했지만 제가 그랬지요.

잠깐 막대기만 휘둘러 쫓고 들어가면 되는데 뭐. 라구요.

그래서 야밤에 전 핸드폰으로 빛을 비추고 ㄴㅁㄲ은 긴 막대기를 들고 그걸 건드렸답니다.

그런데 ㄴㅁㄲ이 갑자기 막대기를 집어던지고는 "말벌이다!" 했습니다.

말벌 알러지가 있는 ㄴㅁㄲ 때문에 말벌만 보이면 신경을 쓰는데 어쩌다 그리 되었습니다.

혼비백산하여 도망을 가긴 했지만 밤이어서 녀석들이 힘을 못 쓰는지 다행히 쏘이진 않았어요.

방으로 뛰어들어가 무사한 걸 확인하곤 걸친 옷도 별로 없는데 녀석들이 달라들었으면 어쩔뻔 했을지 하며

웃었지만 정말 가슴을 쓸어내렸습니다. 

 

그리곤 보이지 않는 분께 감사를 하고 잠이 들었지요.

아침에 일어나 119에 전화를 했더니 소방관 두 분이 출동을 해서 일망타진해 주었습니다.

말벌들이 붙어있던 그 앞쪽 보이지 않던 곳에서 어른 두 주먹만한 말벌집도 떼어주고

그 사이 둘러보다 발견한 또 한 무리의 녀석들도 다 제거해 주었지요.

 

때론 뱀도(올해 저는 안 만났지만) 있고, 잔디밭엔 두더지가 땅을 수북하게 파놓기도 하고, 

저리 말벌들도 드나들지만 그래도 희호재 식구들은 잘 지내고 있습니다.

안동은 아직도 비가 오질 않아 땅이 푹 젖을만큼 비가 오길 기다리고 있구요.

남은 더위를 모두들 건강하게 지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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