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호재 이야기

전시회를 마치다

가 을 하늘 2024. 12. 24. 00:20

 

 

 

 

 

 

 

사진전을 마치다.
두 주(12일) 동안 오직 한 가지 일만 하고 지내다.
아침 먹고 10시까지 같이 전시장에 나가서 오는 사람들을 기다리고, 맞이하고, 이야기 나누고, 때론 같이 밥먹고...
저녁 7시까지지만 6시가 넘으면 오는 사람들이 없을 것 같아 문을 닫고 집으로 돌아왔다.
 
앉아있는 의자가 편하지 않아 늦은 오후엔 3,40분은 걷기도 하고 따로 조금 늦게 나가기도 했지만
대개는 전시장에서 책을 보거나 핸폰으로 영어공부를 하거나 정치 뉴스를 보면서 전시를 보러오는 사람들을 기다리며 함께 앉아 있었다.
 
그러는 동안 보고싶던 지인들이 다녀가고 또 모르던 사람들이 다녀가다.
남편의 오랜 동료(이젠 더없는 친구들이 된)인 정가네님과 그 일당들, 라오스를 함께 가는 사진 동료들,
또 고딩 절친들이 번갈아 와서 하루밤씩을 묵으며 놀며 축하해 주어 ㄴㅁㄲ을 기쁘게도 힘들게도 했다. (ㅎ)
명절에 집안 산소에서 함께 차례를 지내는 ㄴㅁㄲ의 6촌 형제들도 가족들과 함께 단체로 다녀가고
같은 과 동기였던 우리 부부의 대학 동기들도 와서 하루밤을 자고 갔다. 
덕분에 대학 다닐 때처럼 남자들이 자신의 깡대로 포카를 치는 모습들을 오랫만에 보았다.


바람재 식구로는 정가네님, 안동에 계시는 마당가든님과 성탄목님, 그리고 멀리서 도라지님, 낭개님이 다녀가시다.
지지난 일요일 점심 직전 낭개님은 부군과 함께 수원에서 안동까지 날아와 우릴 깜짝 놀래키고 행복하게 해주었다. 
안동에 눈이 가득 쌓인 지난 토요일엔 눈 걱정하며 조금 늦게 나간 ㄴㅁㄲ보다 전시장에 먼저 와 기다리던, 
구미의 도라지님과 친구분...  뒤늦게 채비해 부랴부랴 나가서 다행히도 내가 좋아하는 식당이 문을 연 날이라
점심을 같이 할 수 있었고, 처음 본 친구분과도 낯설지 않고 편하게  이야길 나누어 좋은 시간이었다.
막내동생 부부가 ㄴㅁㄲ의 리플렛에 실린 사진을 그대로 옮긴 케잌을 들고 멀리서 와주어 아들도 불러 오붓한 저녁을 같이 했다.
동생이 새로 나온 대상포진 예방주사를 가지고 와 맞혀주고 가는 바람에 이틀쯤은 둘 다 몸살을 앓았지만...

 

사이사이 낯선 사람들이 다녀가고 그 중에도 가끔은 사진에서 받은 감동을 진심어린 말로 조심스럽게 표현하는 분들이 있어
그런 몇 사람만으로도 사진전의 의미가 충분하다는 생각을 하게 했다.  
 
친구 부부가 와서 애썼다고 맛있는 저녁을 사주었던 시간도 귀한 시간이었고,
우리가 같이 점심을 대접해야 하는 손님들이 오면 언제든 자리 지켜주는 친구가 옆에 있어 늘 든든했다.
내 가장 오랜 친구는 멀리서 오지 못하는 미안함을 말하면서 남편에게 꼭 전하라고..
멋진 아내를 만나 멋진 남자로 살아가는 거라고... (깨알자랑을 기억하려고 이렇게... ㅎ)
 
아침만 간단히 먹고 나와 전시장에 앉아서 사람들을 기다리던 그 시간이 때론 무료하기도 했지만
어쩌면 그 단순함이 나중에 생각하면 가장 그리울 수도 있을 것 같다.
아무런 걱정도, 심지어 점심엔 뭘 해먹지? 하는 생각도 않던...
그러면서 함께 앉아 함께 살아온 시간들을 돌아보고 내 삶을 돌아보는 시간이기도 했다.
며칠 전엔 아들이 아빠의 사진에 대한 열정과 관련한 자신의 단상을 인스타그램에 올린 걸 보여주어 행복했다....
 
(그런저런 기쁘고 행복했던 마음과 시간을 적어두고 싶어 이 글을 썼는데 바람재에도 올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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