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오래 전 2008년 5월 16일에 여기 사랑방에 올렸던 글을 다시 올리는 것입니다.
독일에 계시는 왜요님은 희호재 마당 사진 중에서도 유달리 장독대를 좋아하시지요.
그래서 저도 마당 사진을 찍을 때마다 가능하면 장독대 사진을 빼놓지 않으려고 합니다.
2008년 2월에 희호재로 이사 와서 급한 정리만 해놓은 상태로 ㄴㅁㄲ은 5월에 장독대를 만들었습니다.
그때는 5월에 학교들이 단기방학이라 해서 일 주일 정도 방학을 하곤 했지요.
저도 지나간 사진들 중에서도 이 사진들이 그때의 온갖 추억과 힘든 일들과 함께 아련한 사진들이 되었지요.
왜요님이 정작은 이 장독대 만든 이야기는 못 보시지 않으셨을까? 하는 장난스런 생각과 그리고 바람재 새식구들은 못 보셨고,
또 기존의 보신 분들도 워낙 오래된 글이어서 다시 보여 드려도 괜찮지 않을까 해서 이렇게 올립니다.
다음이 개편 전이어서 사진도, 글씨체도 달라서 제대로 올라갈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ㄴㅁㄲ의 13년 전의 젊은 모습에 놀라지 마셔요. ㅎ
본채 뒤쪽으로 장독대를 만들었습니다.
인부를 쓰지 않고 남편이 혼자 만들었습니다.
남편의 사진 작품 못지않는 우리집 예술 작품이 되었습니다.
아들이 제대 며칠 앞두고 나온 말년 휴가 때 잠깐 그리고 제대 후 잠깐 거들었고,
저는 때 맞춰 커피, 물, 간식 챙겨주고, 할 수 있으면 밥도 챙겨 나가서 장독대 만드는 현장에서 먹었습니다.
그러느라 황금같은 단기 방학이 다 갔습니다.
이거 만드는 데 얼마만큼의 노동 강도로 며칠이나 했을까요?
시작은 이러했습니다. 이틀 정도 하면 다 할 것이다.
그리고 나면 이것도 저것도 해야지 하면서 단기 방학의 계획이 많았지요.
그렇지만 일꾼이 어설프게 시작한 장독대의 돌과 황토를 무너뜨리고 바닥을 고르는 데 하루가 갔습니다.
이렇게 두 줄로 돌을 놓고 그 사이는 자갈을 넣어 시멘트를 부어서 기초를 하였습니다.
그리고는 헌집에서 나온 기와를 쌓고 사이사이 황토를 개어 발랐지요.
왼쪽으로는 은행나무, 오른쪽엔 사과나무가 서 있습니다. 뒤쪽 언덕엔 엄마가 가져다 주신 두릅나무들이 있고 앞쪽에는 앞집 할머니가 주신 상추가, 상추밭 앞엔 오래된 감나무가 서 있습니다.
공사하고 남은 황토가 대문 쪽에 작은 산처럼 쌓여 있었는데 그걸 다 썼습니다.
이렇게 수십 번을 퍼올라와서 반죽(이게 죽인다고 했습니다. 가장 힘들다고!)을 하였지요.
아들이 딱 걸려서 한 사흘 애먹었습니다.
황토빛깔이 너무 좋아 일하는 사람 옆에서 저는 카메라를 들이대었습니다.
그리고는 암기와, 수기와를 얹고 수기와를 위에서 잡아주는 착고(팬티 모양의 기와가 보이나요?)를 얹고 또......
아침에 눈 뜨면 '장독대가 나를 부르고 있다'면서 나가서는 해가 넘어가고 깜깜해져서 전깃불을 밝혀놓고 10시가 넘어서까지 이러기를 장장 ......
밤에 보니 기왓장이 살아 일어설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착고 위에 다시 암기와를 세 겹 얹고 마지막에 수기와를 한 장씩 얹어서 회를 발랐습니다.
그리고 장독대 안 바닥에는 돌아다니는 자갈, 기왓장 깨어진 것들을 깔고 아래 마당의 마사토를 떠서 채웠습니다.
어젯밤 9시 반에 내가 기왓장에 묻은 회와 흙을 물로 씻는 일을 했습니다.
그것도 내겐 힘이 들었지만 지난 8일부터 학교 안 가는 날은 14시간씩, 학교 갔다와서는 너댓 시간씩 꼬박 12일 동안 일하여 이 예쁜 장독대를 만들어낸 사람 때문에 안 할 수가 없었습니다.
천주마을에 사는 한 할머니가 이개리에서부터 걸어 집 구경을 와서는 이 장독대를 보고 감탄을 하였습니다.
경주에서도 못 본 '국보급'이라고 했지요.
어디서도 안 보고 혼자 생각해서 만들어내는 남편의 이 창의성과 한 가지 시작하면 거기에 몰입하는 끈기와 열정을 뭐라고 말할 수가 없습니다. 무엇보다도 이렇게 할 수 있도록 스스로도 놀라는 '건강함'이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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