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호재 풍광 및 짓는 과정

10월 초, 가을날의 희호재 풍광입니다.

가 을 하늘 2019. 10. 6. 00:06

 

올가을 ㄴㅁㄲ의 마당일 미션은 이 돌쌓기입니다.

 

창고 뒤로 난 배수로 오른쪽 바로 옆으로 심은 경계석 때문에 공간이 좁다고

ㄴㅁㄲ은 그 경계석을 다 뽑아내고, 저곳에 가득했던 황매화도 뽑아내고, 저렇게 돌담을 새로 쌓고 있습니다.

뿌리 깊은 황매화를 뽑아내는 것도 힘들지만 저 무거운 돌들을 어떻게 들어올려 쌓는지 정말 모를 일입니다.

뽑혀진 황매화가 아까워 일부만 화단으로 옮겨 심었습니다.

 

 

봄에 정가네님과 같이 나무 시장에 가서 산 붓들레아가 얼마나 오래 꽃을 달고 있는지요.

 

붓들레아 너머로 김장 배추와 무가 자라는 것도 보이시나요?

제겐 늘 꽃이 먼저 눈에 들어오지만 ㄴㅁㄲ의 눈엔 배추와 무와 잔디가 보입니다.

당신은 잔디 긴 게 안 보이지? 배추가 얼마나 잘 자라고 있는지 보여? - 정말 전 안 보입니다.

저 꽃 좀 봐. 씨앗이 떨어져서 새로 올라온 거야. 넘 이쁘지? - ㄴㅁㄲ도 안 보이지요.

신기하게도 자신의 손길이 가는 것만 보입니다.

그래도 말을 해주니 서로서로 배추도 보이고 꽃도 보이지요.

아마도 가끔씩 집에 오는 아들의 눈엔 꽃도 배추도 보이지 않을 것입니다.

 

 

김장용으로 심은 무가 열무 김치 담기 딱 알맞도록 올라와서 ㄴㅁㄲ이 솎아내었지요.

그리곤 다듬고 씻기까지 해주었습니다. 

(다듬고 씻는 일은 극히 드문 일이지만 본인이 심은 무이기 때문이 아닐지...ㅎ)

양이 너무 많아서 ㄴㅁㄲ의 마지막 근무지 동료이기도 했던 제 대녀에게 연락했더니 달려왔습니다.

같이 열무를 씻으면서 물에 뜨는 작은 잎이 아깝다고 그 생열무이파리를 건져 먹는 모습이 참 이뻤습니다. 

 

느티나무 그늘에 앉아 노니작거리며 물을 받는 동안 대추를 몇 개 따가지고 와서 먹는데 ㄴㅁㄲ이 말했지요.

"엄청 평화롭네. 이러고 있으니..."

가끔, 아주 가끔 말수 적은 ㄴㅁㄲ이 내뱉는 오늘의 명언이었답니다.

 

 

봄날에 꽤 여러 날 빛나던 금잔화가 씨앗이 떨어져 발아해 이 가을에 다시 저 빛나는 황금빛을 뽐내고 있습니다.

 

 

멜란포디엄은 아직 쌩쌩합니다.

한참 전에 아들이 와서 덩치 큰, 날뛰는 빈이 녀석을 달래어 목욕을 시키느라 한 포기는 빈이에게 밟혀 덜 이쁘지요.

 

 

지금 제일 화려한 녀석은 바로 이 메리골드입니다.

주황색은 희호재의 묵은 식구지만 노랑과 빨강은 봄에 딱 한 송이씩 핀 모종을 사온 것인데 저렇게나 가득하게 되었습니다.

식탁에 앉아 아침을 먹으며 현관 밖을 내다보면 이 녀석이 딱 눈에 들어와서 내년에도 이 자리는 메리골드 자리입니다.

 

 

해마다 모종을 사야 하지만 베고니아의 이 건강함은 가을이 와도 변함이 없습니다.

 

 

모감주나무 홀로 먼저 물들어가고 있어 사진을 위하여 자전거를 그 아래로 옮겼지요. ^^

 

 

지난 가을 꾸룩새 연구소에서 얻어와 실내에서 키우다가 봄에 일찍 내어놓는 바람에 얼려 버렸지요.

뿌리는 살았을까요? 하고 물어 보았더니 솜씨님이 새로 그것도 튼튼하게 키워서 보내주신 엘레강스입니다.

예뻐서 화단 가쪽으로 옮기고 싶지만 너무 큰 시루에 심어 옮기질 못해서 저 자리에 붙박이가 되었습니다.

밤엔 꽃잎을 닫았다가 해가 나면 작고 하얀 꽃을 가득 피워서 이름 그대로 엘레강스하지요.

 

 

오늘 담은 사진 속 칸나는 그닥 이쁘지 않게 담겨서 며칠 전 태풍 오기 전에 담은 사진으로 대신했습니다.

 

 

올해는 양파, 마늘에 이어 대추도 풍년일까요?

이렇게나 가득 달리긴 대추를 따기 시작한 후 처음인 것 같습니다.

오늘은 저 대추를 털어서 느티나무 아래 앉아 같이 씻어 아래채 앞 가득 널어놓았습니다

 

가을날을 충분히 즐기고 있는 것 같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