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호재 마당을 보여준 지 오래 되었다는 나영님의 댓글 덕분에 오랫만에 카메라를 들었습니다.
지금 마당엔 매발톱과 양귀비와 수레국화와 샤스타데이지의 세상입니다.
희호재는 집도 세 식구도, 멍이 두 녀석, 냥이 두 녀석 포함 모두 건재합니다.
아래는 12살 랑이와 덩치만 큰 2살 빈이입니다.
랑이는 단이가 떠난 후 곧 떠날 것처럼 기운 없이 지내더니 힘이 펄펄 남아도는 빈이 덕분에 다시 건강해졌습니다.
어제 개반장 강형욱씨는 실내에서 사람과 같이 지낼 수 없다면 개를 키우지 말라고 하더라구요.
그렇게는 못 하겠지만 곧 울타리를 만들어 풀어주려고 ㄴㅁㄲ은 연구 중입니다.
아래채 앞인, 모감주나무 아래의 이 공간은 추명국 세상으로 두었습니다.
가을이면 키가 너무 커서 꽃대가 넘어지기 일쑤여서 며칠 전 한 번 미리 잘랐는데 괜찮을지 모르겠습니다.
영산홍은 좀더 사서 어우러지게 해야지 하고선 또 봄이 한 번 갑니다.
심고 초에 한 번 옮긴 덕분에 제일 씩씩하게 꽃을 달고 있는 불두화입니다.
본채 뒤 좁은 뜰이 뭔가를 제대로 심기엔 햇살이 부족하고 놓아두면 풀 천지여서 몇 번의 시행착오 끝에 옥잠화가 반그늘 식물이란 걸 알고 작년에 또 한 번 이사 시키느라 힘들었지만 올핸 잘 클 듯합니다. 앞의 패랭이는 햇살이 부족한지 앞뜰엔 꽃이 다 피었는데도 아직입니다.
대문 앞 작은 꽃밭엔 분홍낮달맞이가 햇살을 향해 막 피고 있습니다.
그 위의 개나리는 어저께 제가 전지가위로 손질을 했습니다.
덕분에 어깨와 팔이 무거워졌습니다.
백일홍 씨앗이 제일 발아를 잘 해서 이렇게 옮겨 심었습니다.
지난 해 5월에 발을 다쳐 두어 달 손을 대지 못한 대가를 올해 톡톡히 치르고 있습니다.
영산홍도 꽃지고나서 쳐주질 못 했고 마당의 꽃들은 구획 정리가 안 된 채로 마구마구 올라오지요.
지난 해 사서 심은 어린 나무들을 올해 옮기고 난 자리엔 아직 잔디가 어우러지질 못 해서 엉성합니다.
이제 ㄴㅁㄲ의 손길이 간 작물밭입니다.
고추 130포기를 심고, 그 뒤로 땅콩 두 되, 생강 등을 심었습니다.
오른쪽은 풀 대신 자리차지를 한 수염패랭이입니다.
왼쪽으로는 마늘, 감자, 도라지가 심겨져 있습니다.
ㄴㅁㄲ의 농사는 낭만이기도 합니다.
둘이 사는데 토마토 50포기를 심고 늘 키가 모자란 쇠막대기 대신 대나무 지줏대를 저리 보기 좋게 해주었습니다.
그런데 지줏대값만 10만원이라면 누구나 끼약! 하겠지요?
길어서 택배비가 반이었는데 받고보니 굵기가 생각보다 굵어 결국 세로로 쪼개는 수고까지 했으니
여름에 희호재에 오시는 분들은 아주아주 비싼 토마토를 드실 수 있습니다.
그런데 한여름 매일매일 순 따주고 묶어주고 토마토 따서 갈무리하는 일은 누가 할까요?
장독대 아래 뒷밭에는 상추와 부추, 취나물이, 그리고 시금치와 열무를 뿌렸습니다.
상추는 감당이 안 되어 늘 겉잎들을 뜯어 버렸었는데 좋은 방법을 찾았습니다.
우리 동네의 특별한 인연을 맺은 작은 식당이 있는데 그곳에 한 상자씩 뜯어서 가져다 주면 잘 쓰지요.
ㄴㅁㄲ은 조금 다른 일이 생겨 트럭을 샀습니다. 돈 버는 일이 아니라 쓰는 일입니다.
2005년식인 제 차 대신 ㄴㅁㄲ의 산타페를 몰아야 하는데 기계치인 저는 아직 낯설어 미적대고 있습니다.
마당 한가운데 있는 저 시루에 분홍색 사피니아가 가득 차길 기다리고 있습니다.
사진 속엔 없지만 지난 해 솜씨님이 보내주신 엘레강스도 또다른 시루에 옮겨 풍성해지길 기다리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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