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호재의 재밌는 고추농사 11

고추농사 두 번째 이야기

고추가 빨갛게 물들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비가 어쩜 이렇게나 올까요? "뭣이 중해. 고추가 중하지." 라고 하며 자나깨나 고추를 돌보는 ㄴㅁㄲ도 걱정이 되었나 봅니다. 좀체 묻는 것 싫어하더니 몇 해 전 '액비'를 만들어서 갖고 오셨던 팔방미인님께 '액비' 만드는 방법을 여쭤보라고 했지요. 그래서 전화를 드렸더니 팔방미인님이 직접 김천에서 안동까지 오셔서 이렇게 다 만들어 주고 가셨습니다. 오른쪽 두 통엔 올 고추농사 끝날 때까지 희석해서 쓸 액체 비료를, 그리고 왼쪽 큰통엔 살균제를 만들어주시고, 살충제로 쓸 마요네즈 만드는 법까지 시범을 보여 주셨지요. 수산화칼륨과 아인산을 섞은 살균제와 마요네즈를 희석한 살충제를 쓰면 농약치는 위험 없이 건강한 먹거리를 만들 수 있다고... 살균제 재료 부족분은 추..

고추 : 농사가 아니라 예술이라고...

모두들 평안하신가요? 정모 때 대전에서 뵙고 어쩌다 들어와 댓글 한두 개 달고는 이제 이렇게 안부를 여쭙습니다. 희호재 식구들은 여전합니다. ㄴㅁㄲ은 이제 고추농사 3년차가 되었습니다. 지난 해는 산자락에 있는 380여평의 밭과 희호재 마당 200여평에 1000포기를 심어 420근 정도를 수확했지요. 옆에서 보는 저는 해가 가면 요령이 생겨 일도 줄고 수월해지겠거니 했는데 꼭 그런 것만은 아닙니다. 쉽게 하기보다 자기 식대로 재밌게 그러면서도 완벽하게 하려는 ㄴㅁㄲ의 성질 탓인 것 같습니다. 고추와 고추 사이의 고랑도, 고추를 심는 둔턱도 넓게 해서 지난 해는 고추를 딸 때 멀어서 힘들었지요. 그래서 올해는 고랑 사이는 그대로 하고 둔턱의 넓이를 조금 줄이는 바람에 1200포기를 심었습니다. 초겨울에 고..

희호재에선 올해도 고추 농사를 지었습니다.

ㄴㅁㄲ(남편)은 지난 해에 이어 올해도 고추 농사를 지었습니다. 한 해 농사의 시작은 언제부터일까? 하는 생각을 하네요. 작년 수확이 모두 끝나고 늦가을에 마른 고춧대와 비닐을 걷는답니다. 그 직후 석회와 소거름을 밭에 넣어 6개월 간 충분히 숙성되게 합니다. 봄에 여러 가지 미량요소를 넣고 다시 몇 번을 갈아주고는 고랑을 타고 본격적인 준비를 하지요. 고랑과 고추 간격을 넓게 해서 보통은 두세 배는 더 심을 수 있는 곳에 1,000포기를 심었습니다. 지줏대도 특이한 방법으로 튼튼하게 박아 고추가 꽁꽁 묶이지 않고 바람과 햇살을 충분히 받도록 하지요. 그러니 고추줄만도 일곱 번을 묶어 줍니다. 그러면 고추나무가 만세를 부르며 자라서 가지를 걸칠 수 있게 된다네요. 그러자니 봄부터 얼마나 밭을 오가야 하는..

멀고도 험한 고추농사 - 첫물을 땄습니다!

어제 고추 첫물을 땄습니다. 이렇게 되기까지 지난 겨울부터 많은 과정들이 있었지요. 농협에서 파는 농약을 사서 정량대로 약을 치면 농약 잔류 검사에서 통과를 하지만 많은 분들이 정량대로 치고 약을 친 후 일정 기간 있다 수확해야 하는 규칙들을 지키기가 힘들지요. 병이 오면 수확량이 확 줄게 되거나 아예 수확할 것이 없어지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ㄴㅁㄲ은 농협의 농약이 아닌 친환경 영양제와 살균제, 살충제 만으로 고추농사를 짓기로 했지요. 친환경 제품 판매자와 사용자들의 밴드와 유튜브를 통해 공부하고는 시작했습니다. 밑거름 넣고 이랑 간격을 넓게 하고, 좋은 모종을 구입하고 고추끈을 독특하게 매어주어 고추나무가 편하게 자라게 하고, 매주마다 친환경 유황과 칼슘 등 영양제와 물을 공급했지요. 그런데 첫 난관..

모감주나무 꽃... 그리고 고추밭...

좋아하는 모감주나무 꽃이 피기 시작합니다. 여린 노란색 꽃들이 하늘을 향해 꼿꼿이 서 있습니다. 올해도 저 자리에 접시꽃이 당당하게 피었습니다. 마당에 들어서면 빨강과 연분홍의 겹접시꽃이 장관이었는데 이제 한 송이씩 지기 시작합니다. ㄴㅁㄲ의 예초기에 늘 날아가버리던 장독대 옆 접시꽃이 올해는 용케 살아남았습니다. 어제 오후에 난데없이 "드라이브 갈까?" 하더니, 아니나 다를까 고추밭으로의 드라이브였습니다. 며칠 혼자 가서 영양제도 주고, 물도 주고, 풀도 뽑고 하더니 제게 보여주고 싶었는지, 아니면 하루라도 고추를 안 보면 입 안에 가시가 돋아서였는지는 모르겠습니다. ㅎ 인터넷에 고추를 건강한 먹거리로 키우는 노하우들을 공유하는 밴드가 있고, 그 밴드에는 '고추끈 묶어주기' 장인도 있나 봅니다. 이렇게..

백신도 맞고 마늘도 수확하고...

코로나19 백신은 맞으셨나요? 저희는 어제 오후에 맞았습니다. ㄴㅁㄲ이 몇 년 전 말벌 쇼크로 놀란 적이 있어서 주사맞고 30분을 붙들려 있다가 왔습니다. 백신 접종 후 아무렇지 않은 사람들은 별로 말을 안 하는 반면 이상 증상이 있는 사람들만 이야길 하다보니 그리 요란한 것 아닐까? ...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오늘까진 조신하게 있으려고 하다가 아침에 눈이 뜨여서 혼자 꽃밭에 가서 풀을 뽑고 있었지요. 가능하면 왼쪽 팔을 덜 쓰려고 하면서요. 그랬더니 뒤이어 일어난 ㄴㅁㄲ이 그랬지요. 말짱한가 보네. 그라마 비올 것 같으니까 마늘 남은 거 마저 캐면 어떨까? 라구요. 주사 맞고 몸살도 한다는데 무슨 마늘을? 하다가 남은 한 줄은 대수롭잖게 보여 같이 시작했습니다. 위의 사진은 일전에 해거름할 때 하루..

이런 요상한 고추 지줏대

그저께 고향인 김천을 오랫만에 다녀 왔습니다. 평화와 통일을 꿈꾸며 부산에서 임진각까지 '남북철도 잇기 대행진'을 하고 있는 분들이 김천을 지나갔지요. 거기에 맞추어 안동에서 몇 사람이 가서 힘을 보태고 왔습니다. 서른 명 정도의 남녀노소가 함께 했는데 앞에서 걷는 분의 등판에 우리의 외침이 든든하게 적혀 있었습니다. 집에 오니 날도 덥고 차도 오래 타서 뻗고 싶었지만 땡볕에서 일하는 사람이 걱정되어 가보았습니다. ㄴㅁㄲ은 고추밭에 지줏대를 세우고 끈을 묶는 일을 며칠째 하고 있지요. 간식과 물은 챙겨 갔는지, 또 말로만 듣던 지줏대는 어떻게 세웠는지 보러 갔습니다. 이건 걷다가 담은 우리 동네 고추밭 정경입니다. 보통 이렇게 네 포기 마다 지줏대를 하나씩 박아 주고 고추가 자람에 따라 세 번쯤 끈을 지..

'무자식 상팔자'라 카더니...

3일에 고추를 심었지요. 엄청 고되어서 이틀쯤은 암것도 안 하고 쉬어야지 했습니다. 그런데 ㄴㅁㄲ은 고추 모종이 모두 제대로 서있나 궁금했습니다. 혼자 갔다오더니 다 똑바로 서있다고 기분 좋아했지요. 7일쯤인가 오후엔 바람이 애법 불었습니다. 이상이 없나 궁금했던지 고추가 똑바로 서 있는 게 보고 싶지 않냐고? 바람 쐬러 가자고 했지요. 갔더니 어린 고추들이 바람에 따라 이리저리 휘청거려 안스럽긴 해도 모두 잘 있었습니다. 간 김에 비닐이 조금이라도 펄럭거리는 곳에 ㄴㅁㄲ은 핀으로, 저는 삽으로 흙을 떠부어 매매 다독거려 주었습니다. 다음날은 팜마트에 가서 고춧대를 사왔습니다. 1.5m짜리와 1.8m짜리를 몇 개나 샀는지 좌우간 고춧대 값이 50만원이라고 했지요. 이제 고추농사에 들어가는 돈은 ㄴㅁㄲ이 ..

어쩌다 미지의 세상으로 2

관리기로 할 수 있는 일이면 하루만에 뚝딱 했을 일이지만 이랑 만드는데 이틀, 호스 설치하는데 이틀, 비닐 씌우는데 삼일이 걸렸습니다. 왜냐면 둔턱이 150cm(보통은 50cm) 여서 그리 넓은 비닐이 없어 결국 가운데가 겹치도록 두 겹으로 해야 했지요. 그러자니 비닐 까는 사람기계(ㄴㅁㄲ의 표현입니다.)가 해야 했습니다. 비닐 까는 첫날 늦게 가보았더니 비닐은 혼자서 깔 일이 못 되었지요. 잡아주고 겹치는 곳에 핀 꽂아주고 해도 흙으로 비닐 묻고 그 위에 흙을 끼얹기를 수백 번은 했을 것입니다. 비닐 덮는 처음 이틀은 바람이 없었지요. 그런데 마지막 셋째 날엔 바람이 불어서 비닐이 방향도 없이 이짝저짝으로 마구 날렸습니다. 제 온몸으로 눌러도 바람을 받은 비닐이 춤을 추고 놓치곤 가서 잡아오면 배배 꼬..

어쩌다 미지의 세상으로 !

일을 하다 그늘에 앉아 숨을 돌릴 때면 ㄴㅁㄲ은 가끔씩 재밌는 표현을 하지요. 안 가본 세상으로 가고 있다! 불같이 비닐을 깔았다! 등등... 팔기 위한 고추농사를 그것도 약 안 치고 하겠다고 시작했으니 말이지요. 5000포기 고추농사를 혼자 하는 동네 누구네 엄마가 들으면 웃겠지만, 투자된 돈과 본인의 노동의 댓가(?)만 건지면 되니 그래도 낭만 농꾼이지요. 트럭 타고 밭에 가서 고추 심는 일을 하리라고 가을하늘 인생에서도 생각지 못한 일입니다. 하긴 집 지어 이사온 후부터의 생활들은 모두 다 낯선, 그러면서도 재미있는 삶입니다. 가끔 제 의지가 아닌 ㄴㅁㄲ의 의지에만 끌려가는 건 아닌가 싶지만 말입니다. 어제 고추를 심었습니다. 그간의 지난한 과정을 보고합니다. 동네 분이 처음이라 걱정하더니 이렇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