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호재의 재밌는 고추농사

어쩌다 미지의 세상으로 !

가 을 하늘 2021. 5. 4. 14:11

일을 하다 그늘에 앉아 숨을 돌릴 때면 ㄴㅁㄲ은 가끔씩 재밌는 표현을 하지요.

안 가본 세상으로 가고 있다!

불같이 비닐을 깔았다! 등등...

팔기 위한 고추농사를 그것도 약 안 치고 하겠다고 시작했으니 말이지요.

5000포기 고추농사를 혼자 하는 동네 누구네 엄마가 들으면 웃겠지만,

투자된 돈과 본인의 노동의 댓가(?)만 건지면 되니 그래도 낭만 농꾼이지요.

 

트럭 타고 밭에 가서 고추 심는 일을 하리라고 가을하늘 인생에서도 생각지 못한 일입니다.

하긴 집 지어 이사온 후부터의 생활들은 모두 다 낯선, 그러면서도 재미있는 삶입니다.

가끔 제 의지가 아닌 ㄴㅁㄲ의 의지에만 끌려가는 건 아닌가 싶지만 말입니다.

 

어제 고추를 심었습니다.

그간의 지난한 과정을 보고합니다.

 

 

동네 분이 처음이라 걱정하더니 이렇게 정성스레 고추 모종을 잘 키웠습니다.

12만원(120원짜리 씨앗 1000알) 짜리 씨앗을 석 달 동안 온도와 습도를 맞추어 키워서는 포기당 200원씩을 받는데,

장에 나온 두 달 속성 모종을 아는 ㄴㅁㄲ은 300원씩 30만원을 주고 예약한 1000포기를 받아왔습니다.

 

 

이 사진으로 보면 양쪽 밭이 다 보이네요.

ㄴㅁㄲ이 앉아 있는 오른쪽 밭은 130평 정도, 왼쪽 밭은 250평 정도이지요. 

왼쪽 밭 가운데에서 바라보면 봉정사로 가는 길이 환하게 보여 전망은 끝내주지만 

봄날의 산불 소식을 들을 때마다 '언덕 위의 하얀집'은 어렵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며칠 전 미사 마치고 오는 길에 위문 공연을 갔더니 여직 저끝에서 저러고 있었지요.

보통은 관리기로 고랑을 타고 비닐도 씌우니 그닥 힘든 일이 아니지만,

이랑 넓이를 보통의 세 배 넓이로 하려고 하니 관리기가 제대로 흙을 퍼올리질 못해서 애먹었다고...

밑도끝도 없을 듯하다가 우째우째 수를 냈다고...

본인은 해낸 게 신기해서 설명을 하는데 듣는 것만으로도 어지러운 일입니다.

 

 

비닐 안에 물 줄 호스를 깔기 위해 산 굵고 무거운 관입니다.

밭이 넓어 수압이 어떻고, 저 관을 밭끝으로 설치하여 가는 호스와의 연결은 어떻게 하고.... 

물이 가까운 곳부터 가는 게 아니라 제일 낮은 곳부터 들어간다고....

어디 나오는 게 아니라 본인이 짜낸 방법이라 신나게 설명하는데 자연과학쪽으론 머리가 잘 안 돌아가는 전 그가 느끼는 희열을 알지 못 하지요.  

 

 

둔턱도 고랑도 꽤나 넓지요?

 

 

저러고 앉아 굵은 관에 구멍을 뚫고 둔턱에 깐 호스와 연결을 하고 열고닫는 잠금장치까지 했지요.

트럭에 물을 싣고가서 비닐 덮기 전 물도 주고 물 새는 곳이 없나 점검까지 했습니다.

 

 

 

이건 마당의 감자밭에 관과 호스를 연결하여 ㄴㅁㄲ 머리 속의 구상이 이상 없나 연습한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