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재들꽃 카페 초하루꽃편지

바람재들꽃 카페의 10월 초하루꽃편지

가 을 하늘 2021. 10. 1. 00:22

10월입니다.

, 가을이 짧아졌다고 하여도 9월과 10월은 온전히 가을이지요?

기온 때문인지, 우리 몸의 호르몬 때문인지 모르지만 이 계절엔 대기의 투명함과 조락의 쓸쓸함이 주는 아름다움을 새삼스레 느끼곤 합니다.

가을을 한 해 더 허락받았구나 하는 감사함을 갖게도 되구요.

 

올 여름은 유난히 더웠지만 저희는 처음으로 250근 가까운 고추를 따고 손질해서 판매를 하였지요.

덕분에 남편과 저는 서로를 조금 대견해 하며 가을을 보내고 있습니다.

 

어제는 선풍기를 모두 닦아 비닐에 싸서 다락으로 올렸구요.

냉동실 얼음도 소량만 비닐팩에 담아 넣어두고 얼음칸을 정리하고 얼음통들을 모두 꺼내어 말린 후 갈구치지 않게 치워 놓았습니다.

오늘은 고춧대를 자르기 전 고춧잎과 찜고추용 고추를 따서 데치고, 찌고 해서 냉동실에 저장을 했지요.

 

계절이 바뀌면 옷장 정리도 한 번 해야 합니다.

옷장 열고 눈앞에 보여야만 그 옷이 있음을 아는 남편을 위해, 그리고 또 저를 위해 이제 여름옷들은 넣고 가을, 겨울옷들을 꺼내어 걸지요.

 

마당에선 꽃씨 갈무리를 하고 백일홍, 접시꽃 등 뽑거나 잘라야 할 녀석들을 손보는 중입니다.

황매화, 개나리, 능소화, 피라칸타, 사철나무, 화살나무, 라일락 등은 해마다 자란 키만큼 전지를 해주어야 하지요.

늦가을 어느 날엔 마당에 가득 쌓인 느티나무 잎들을 모아 태워야 하고,

그러다보면 은행잎, 단풍잎 다 털어먹은 가을이 야반도주를 하듯이 사라지고(최민자씨의 손바닥 수필에서의 표현임)’

겨울이 오겠지요.

 

얼마 전 카페지기님의 밤 따는 이야기를 읽고는 오랜만에 꺼내어 본, 좋아하는 시입니다.

 

  밤

 

할아버지 산소 가는 길

밤나무 밑에는

알밤도 송이밤도

소도록이 떨어져 있다.

 

밤송이를 까면

밤 하나하나에도

다 앉음앉음이 있어

쭉정밤 회오리밤 쌍동밤

생애의 모습 저마다 또렷하다

 

한가위 보름달을

손전등 삼아

하느님도

내 생애의 껍질을 벗기고 있다.   <오탁번 시인의 시집 '손님' 중에서>

 

눈부신 가을날들을 어떻게 보내고 계시나요?

 

   2021년 10월 초하루에 가을하늘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