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재들꽃 카페 초하루꽃편지

바람재들꽃 8월 초하루꽃편지 - 칼산 불바다

가 을 하늘 2021. 7. 31. 23:02

8월입니다.

우리 모두 무더위의 한복판을 지나고 있습니다.

 

 

< 칼산 불바다를 통과하는 중인 내 소중한 사람들에게 - 노혜경 >

 

유리 호롱 속에 켜진 황촉불처럼 우리는 환합니다

그 어떤 화살도 우리를 꿰뚫지 못합니다

그들의 과녁은 애초에 틀렸습니다

그들은 상한 새를 향해 활을 쏩니다 그러나 우리는 질주하는 표범입니다

그들은 시든 꽃을 따려고 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비상하는 민들렙니다

그들은 우리가 누구인지 알지 못 합니다

그들은 자신의 거울과 싸우면서 그것이 우리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 싸움이 끝나면 그들도 알게 될 것입니다

푸른 지구에서 태어나 밝은 별 아래 살아가는 사람들이 더 많다는 것을

 

 

두어 해 전 읽은 이명수씨의 '내 마음이 지옥일 때'란 책에서 처음 읽게 된 시입니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2015 11월에 실천문학사에서 나온 시집 <말하라, 어두워지기 전에>에 실렸던 시입니다.

또 어느 인터넷 글에선 “시 속에서 그가 말하는 내 소중한 사람들’, ‘질주하는 표범이란 어떤 사람들을 두고 한 말일까? 

세월호의 진실 규명을 위해 싸우는 부모들일 수도, 또는 광장의 촛불시위를 하는 사람들일 수도...”라는 글도 있었습니다.

이명수씨는 상처받은 사람들이 자신을 곧추 세울 수 있기를 바라며 이 시를 인용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전 시의 내용보다 제목인 칼산 불바다를 통과하는 중인...'이란 말이 자주자주 생각납니다.

운전하다가 지열이 끓는 아스팔트 위에서 공사를 하는 사람들을 볼 때나,

TV 속 방호복을 입고 코로나 검사를 해주고 있는 의료진들을 볼 때 등이지요.

 

집이 비교적 시원한 편인데 가만히 있어도 땀이 흐르는 날씨입니다.

그럴 땐 쪽방에서 숨 막히는 더위를 견디고 있을 사람들은 어떨까 싶지요.

이 더위 속에서도 출근하는 사람들은 종일 마스크를 쓰고 있어야 하고,

손님이 줄어든 가게에서 끝도 안 보이는 시간을 견디고 있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오랜 기간 힘든 훈련을 하고도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한 올림픽 관련 선수들에게도 힘든 시간이 있겠지요.

며칠 전 이탈리아의 대형 산불 소식을 읽고는 소방복을 입고 불을 끄는 소방관들과 집을 잃은 사람들도 생각했습니다.

감옥 안 좁은 방에서 뜨거운 살을 맞대고 있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어디선가는 병마와 싸우고 있는 아픈 사람들이 있을 테고,

또 어디선가는 억울하게 가족을 잃고 힘든 싸움 중인 사람들도 있지요.

내 소중한 친구도 지금 생애 가장 힘든 시간을 지내고 있습니다.

지구촌 어딘가에선 우리보다 더한 폭염에, 폭우에 고통받는 사람들도 있을 테구요. 

또 우리 모두 1년 반이 넘도록 코로나의 위험 속에서 살아가고 있고

또다시 4차 대유행을 걱정스레 바라보고 있기도 합니다.

 

삶은 수월하지 않고 다들 칼산 불바다를 통과하는 중이지요.

잘 이겨내고 기쁘게 살아갈 수 있기를 기도하는 마음입니다.

 

2021 8월 초하루에 가을하늘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