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재들꽃 카페 초하루꽃편지

바람재들꽃 6월 초하루꽃편지 - 기후 위기(시간과 물에 대하여)

가 을 하늘 2021. 5. 31. 23:37

6월입니다.

마당을 환하게 해주던 불두화가 지고 있습니다.

동네를 산책하노라면 찔레꽃의 향기가 대기에 가득하지요.

 

코로나 19 시간이 길게 가고 있습니다.

흔히 말하는 닥치면 다 하게 돼!’ 라는 말을 실감합니다.

마스크를 쓰고 지내는 이 불편을 누구도 상상하지 않았지만 우리 모두 이렇게 지내고 있네요.

 

4월은 예년보다 많이 더웠고 반면 5월은 비도 잦고 기온도 많이 낮았습니다.

요 며칠은 보일러를 돌리고 자야 했지요.

유럽에선 4월 이상한파로 과수농가들이 포도밭 고랑에 수백 개의 난로를 피우거나 스프링클러를 가동해 얼음막을 만들어 냉해를 막는다는 기사를 보았습니다.

반면 모스크바는 60년 만에 봄철 최고 기록인 영상 30도를 넘는 이상고온 현상으로 훌러덩 벗은 일광욕 장면 사진들과 기사가 났었습니다.

우리나라도 고추를 비롯한 농작물들의 냉해를 걱정하고 있습니다.

 

코로나 19 이후에 인류가 풀어야 할 큰 숙제 하나는 기후위기 문제일 것입니다.

마침 5.30-31일 양일간 우리나라에서 제2차 P4G 서울 정상회의'(한국어 별칭 : 녹색미래 정상회의)가 열렸지요.

60여 명의 주요국 정상들과 국제기구 수장들이 화상으로 한 자리에 모여 기후변화 대응 방안을 논의하고 이산화탄소 배출을 제로로 만들기 위한 각국의 계획과 선언을 이끌어내는 회의였습니다.

2018년 덴마크에서 1차 P4G 정상회의 이후 각국은 느릿느릿 걸음을 해오고 있습니다.

세계 각국의 여러 정상들이 스웨덴의 환경운동가인 툰베리가 가진 기후 위기감을 가지고 정치적 계산에 앞서 움직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시간과 물에 대하여는 안드리 스나이르 마그나손이라는 아이슬란드 작가가 쓴 기후위기와 환경에 관한 책으로 지난 연말에 나왔습니다. 

아이슬란드라는 독특한 환경에서의 가족사와 빙하 탐사, 달라이 라마와의 만남 등의 사이사이에 지구의 시간과 빙하(물)의 변화를 보여주지요.

 

인류는 대기가 배출가스를 끊임없이 흡수할 수 있고, 바다는 쉬지 않고 폐기물을 받아들일 수 있고, 대지는 비료만 주면 끝없이 재생할 수 있고, 점점 많은 공간을 인간이 점유해도 동물은 계속해서 딴 데로 이동할 것이라 생각했지요.

그런데 지금은 대기도, 바다도, 대지도 한계치에 도달했고, 동식물은 멸종하고 있고 코로나19까지 발생했습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지구 온난화’, ‘해수 산성화’, ‘CO2 배출량’, ‘빙하 해빙 등과 같은 단어들에 대해서 무감각합니다.

저자는 강연회에서 사람들이 평화로이 설명을 듣고, 쉬는 시간엔 차를 마시고 담소를 나누고, 마치면 각자의 집으로 그야말로 아무렇지 않게 돌아가는 것에 대한 그 아이러니를 담담히 말합니다.

그 끔찍하고 심각한 내용을 인지한다면 당장 핵발전소가 붕괴되었을 때처럼 무언가를 해야 하는데 말입니다... 라고!

 

인류가 30년 안에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제로로 만들지 못 한다면?

지구는 계속 뜨거워지고 빙하는 계속 녹고 해수면은 나날이 상승해 아주 많은 해안지역은 물에 잠기게 되는데

어느 순간 임계점에 도달하면 더 이상 어떤 노력도 그것을 막지 못하는 순간이 오게 될 거라는 거지요.

 

화산이 분화할 때 이산화탄소를 내뿜지만 자동차와 각종 에너지를 마음대로 사용하는 우리가 실은 하나하나의 불타는 화산이란 표현은 적나라했습니다.

연중 신선한 딸기를 먹고 고장 나기도 전에 바꾸는 소비습관은 화산에 버금가고, 패션유행은 지반의 이동 이상이며, 현대인의 욕망은 대지진과 같아서 이제 지구는 움찔대기 시작했고 우리를 떨어내려 한다는 거지요.

 

인류가 생산한 플라스틱 총량의 절반은 2000년 이후에 생산된 것이라고 하는데 아마도 코로나로 인해 지난 1년간의 플라스틱 생산량은 그 몇 배를 넘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지난 10년간 인류는 가장 더운 여덟 해를 겪었고, 21세기 들어 아이슬란드 빙하는 지난 100년을 모두 합친 것보다 더 많이 줄어들었다지요.

 

히말라야를 비롯한 고지대의 빙하는 겨울에 수분을 흡수하고 봄이면 빙하가 녹으면서 조금씩 내려보내 먼 바다까지 이르게 되어 강물은 마르지 않고 적당히 흘러서 사람들은 농사를 짓고 물을 마실 수 있습니다.

만약 히말라야 고지대의 빙하가 녹아 무너지면 홍수가 나고, 그 몇 년 후엔 강물이 다 마를 것이라고...

그런데 지난 2월 7일 인도 북부 우타라칸드주에서 빙하로 인해 댐이 파괴되고 급류가 마을을 덮쳐 200여명의 희생자를 내는 일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저자는 간디의 말을 전해 줍니다. ‘지구는 모든 사람의 필요를 채워주지만 모든 사람의 탐욕을 채워주지는 못한다.’...

 

우리는 205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을 제로로 만들어야 하는, 지구를 구할 수 있는 마지막 세대인지도 모릅니다.

각국의 정부를 움직이게 해야 하고, 우리 또한 다르게 살아가야 하는데 우린 뭘 어떻게 해야 할까요?

 

시간과 물에 대하여는 글의 소재와 전개 방식은 신비롭고 점잖아서 마치 신화를 읽는 느낌을 주는데

그가 전하고자 하는 기후위기의 심각성은 뚜렷이 각인이 되어 책을 덮을 때는 신기했습니다.

책이 일러주는 그 염려들을 다 전하고 싶지만 줄이고 줄여 이렇게만 전합니다.

 

2021 6월 초하루에 가을하늘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