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입니다.
봄을 눈부시게 맞아주던 무스카리와 수선화가 모두 졌습니다.
황매화, 라일락, 꽃사과, 조팝나무 꽃들도 꽃잎을 떨구고 있지요.
대신 샤스타데이지, 양귀비, 수레국화가 피기 시작합니다.
곧 불두화도 피어 마당을 환하게 해줄 것입니다.
윤여정씨의 수상 소식과 함께 솔직하게 쏟아내는 그의 말들이 우릴 즐겁게 해주고 있습니다.
삶의 굴곡을 넘어 우아하고 당당하게 나이 든 모습 또한 보기 좋지요.
며칠 전 생일이 지나갔습니다.
나이 먹으니 편해진 것 중 하나가 “내일 모레가 내 생일이야!” 라고 말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젊은 날엔 기억하고 챙겨주길 바라는 마음 때문에 그리하질 못 하고 섭섭해 하곤 했지요.
올해 생일엔 천지가 개벽할 일이 두 번이나 있어서 이미 사랑방에 자랑을 했습니다.
막내 시누이와 시어머님에게서 처음으로 정성이 가득한 선물을 받았지요.
거기에다 하루해가 가기 전 생일인 줄 모른 채로 친구가 전화를 했습니다.
좀 긴 통화 끝에 친구가 말했지요. “00야. 너는 참 잘 살아가고 있어!....”
저는 친구에게 “나는 잘 사는 건지 모르지만 난 네가 존경스러워. 네가 대단해....” 라고 말했지요.
‘잘 살고 있다’는 말 때문이 아니라 나를 그렇게 생각하고, 또 나도 그리 말을 할 수 있는 친구가 있다는 것이 새삼 행복했습니다.
가장 귀한 생일 선물을 하나 더 받은 느낌이었지요.
홀딱벗고새(검은등뻐꾸기)가 노래하는 5월입니다.
우리 모두 누군가의 삶에서 5월같은 사람이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2021년 5월 초하루에 가을하늘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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