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재들꽃 카페 초하루꽃편지

2월 초하루꽃편지 - 빈부격차 문제

가 을 하늘 2021. 1. 31. 23:42

2월입니다.

매서운 한파가 아직 남았을까요?

남쪽에선 벌써 매화가 피었다는 소식이 바람재를 통해 들려옵니다.

그럼에도 코로나 19는 좀처럼 수그러들지를 않고 있네요.

 

코로나와 발 수술로 거의 외출을 않는 저는 주로 책을 읽습니다.

한동안 카페로 소통을 해온 독서모임과 또 유시민의 알릴레오 북스덕분에 이런저런 책들을 만났지요.

 

코로나 19를 겪으며 인류의 가장 큰 숙제가 지구환경문제빈부격차의 문제임이 더욱 뚜렷해졌지요.

그래서인지 어쩌다 보니 인류의 빈곤 문제를 고민한 책들을 연이어 읽었습니다.

 

먼저 독서모임 덕분에 오래 전에 읽은 '이웃의 가난은 나의 수치입니다'란 책을 다시 읽었지요.

2007년에 세상을 떠난 아베 피에르 신부님의 삶을 통해 제목에서와 같이 가난한 이웃의 고통으로부터 내가 자유로워서는 안됨을 일깨워 주지요.

오랫동안 프랑스인들이 가장 존경하는 3인 중에 드셨던 신부님은 사제가 되었으나 정부와 부자들과 또 부유한 사제들과

싸우며 노숙자들을 비롯한 집 없는 사람들에게 집을 지어주기 위한 엠마우스운동을 평생 하셨습니다.

현실과 타협하지 않고 늘 간디와 같은 비폭력적인 방법으로 가난한 이웃들을 위해 평생을 사셨던 그분의 삶은

현 프란치스코 교황님을 떠올리게도 하지만 아마도 피에르 신부님은 교황이 아니어서 더 열렬히 자신이 생각하는 삶을

살아갈 수 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게다가 그분은 가난한 사람들에게 물질을 제공하는 것만을 중시하지 않고 그들의 자긍심을 높여주어야 함을 아셨지요.

 

다음은 1879년에 나온 헨리 조지의 진보와 빈곤입니다.

140년 전에 나온 책을 읽노라면 19세기 당시와 지금의 우리가 사는 세상의 빈곤 문제가 크게 다르지 않음을 보여줍니다.

짐작컨대 산업혁명 이후 사람들이 도시로 몰려와 취업을 하고 생산력이 증대하면서 아마도 인류의 가난 문제는 곧 없어질 거라고 기대했을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사회가 발전할수록 그것도 한적한 농촌보다 대도시 주변으로 갈수록 가난한 사람들은 넘치지요.

헨리 조지는 그 자신 어려워서 학교를 많이 안 다녔지만 '세상은 진보하는데 빈곤은 왜 더 늘어나는가?'에 대하여

고민하고 그 원인을 찾아 간절한 마음으로 그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책은 600쪽에 달하여 쉬이 넘어가진 않지만 자신의 생각을 이해시키기 위해 충분한 예와 논리로 조단조단 설명하고 있어 고개를 끄덕이게 되지요.

 

무하마드 유누스의 자서전인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은행가우리나라에서는 2002년에 나왔습니다.

경제학 교수였던 유누스는 방글라데시에 기아가 닥쳐 사람들이 길에서 죽어가는 1974년 이후로

세계 최빈국의 하나였던 자기 나라의 가난한 사람들을 돕고자 우여곡절을 겪으며 그라민(‘마을이라는 뜻) 은행을 차리게 되지요.

가난한 사람은 융자를 해줘도 못 갚을 것이다. 가내수공업으로 집안 식구들의 입에 풀칠을 하게 해주는 건 여자임에도 여자가 집밖으로 나다니면 안 된다.... 등등의 사회적 편견을 깨고 그는 시골의 극빈자 가정의 여성들에게 적은 돈을 빌려주어 매일 또는 매주 그것을 쪼개어 갚게 함으로써 천천히 그 가난의 굴레에서 벗어나게 하지요.

그 역시 피에르 신부님처럼 돈만이 아니라 그들의 자존감을 회복시켜 줌으로 그들 스스로 일어서도록 도와줍니다.

방글라데시 시골 구석구석에, 그리고 전 세계의 58개국에 그와 같은 그라민 은행 프로젝트를 시행하게 되었고,

마침내는 국제기구인 세계은행을 움직여서 1996년부터 10년간 전 세계의 100만 절대빈민가정을 돕는 목표를 세우고 시작을 합니다.

자기 개인 돈 27달러를 무려 42명에게 빌려주는 일에서 시작하는 그의 실질적이고 진심어린 구제책이 어떻게 세상을 바꾸게 되는지를 보여 주지요.

 

세 권 중 어느 책에선지 읽은 이 비슷한 내용의 말이 마음에 남았습니다.

가난한 사람들은 그 가난에 매몰되어서, 그리고 힘을 쓸 수 있는 또 다른 다수는 가난하지 않아서, 그리고 절대빈곤은 이제 없어졌다는 생각 때문에 늘 우리들 곁에 있는 그 가난이란 문제를 오늘날은 모두 잊고 살고 있다고...

 

코로나로 인해 일을 못하게 된 사람들과 무료급식을 받고자 긴 줄을 서야 하는 사람들을 생각하게 됩니다.

 

2021년 2월 초하루에 가을하늘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