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옆집(이사올 땐 대문이 그쪽으로 나 있어서 앞집이라 했었지요.) 할아버지네는 소를 30마리쯤 키웠지요.
그리고 동네 들어오는 들머리(마당에서 빤히 보이는)엔 그보다 조금 더 많은 소들을 젊고 억척인 내외가 키우고 있었습니다.
구제역이 돌면서 매일 인사 나누는 이웃에서 소를 키우니 남의 일 같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그만 며칠 전에 그 젊은 내외(상운네)가 키우는 소 중에서 구제역이 발생했습니다.
늦은 밤에 목공실에 놀러오신 할아버지가 한숨 쉬며 전해 주었지요.
다음날 퇴근길에 보니 상운네 집 주변에 출입통제 선이 빙 둘러쳐져 있었습니다.
오전에 이미 상운네 소들은 다 처리했고 이제 곧 할아버지네 소들을 처리하러 온다고.....
그러면서 할아버지는 담배만 피우시면서 눈물이 그렁그렁한 채로 말씀하였지요.
차라리 병들어 쓰러진 놈들이면 몰라도 눈 멀뚱멀뚱 쳐다보는 놈들을 바라볼 수가 없다고...
조금 있다 대형 트럭과 포크레인이 오고, 방역복 입은 분들이 왔다갔다 했지요.
뒤이어 한참을 소 울음소리가 났습니다.
발생 지역에서 최대한 가까운 곳에 일단 묻고는 약품처리를 했다가 병균이 충분히 죽는 2주일 후엔
시에서 다시 옮겨서 처리해 준다고 했습니다.
토요일인 어제 오후엔 한두 마리씩 키우는 집들의 소들 때문인지 동네에 방역복 입은 분들이
쪽지를 들고는 이집저집을 다니는 모습을 보아야 했습니다.
할아버지네 대문께도 <출입통제>가 붙었습니다.
가까운 마실도 갈 수가 없습니다.
저 건너 연세 많으신 할아버지는 봄이면 소에 쟁기를 달아 논을 갈곤 하셨는데
이제 내년에는 어떻게 하실지 걱정입니다.
신종 플루도, 구제역도 현대를 사는 우리들의 삶의 모습과 연관이 없지는 않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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