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길어졌습니다.
요즘 우리말 배움터에 자주 옵니다.
그런데 읽다보니 저기 아래 286번, 정가네님의 퍼온 글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그래서 감히 '반기'라고 제목을 붙였습니다.
가족 간의 호칭 중에서,
남편은 아내의 형제들에게 ‘처남, 처제’ - 심지어 아내의 오빠도 ‘형님’ 대신 처남이라고도 한다고, 한술 더 떠 처가 식구들은 손위, 손아래를 따지기보다 자신과의 나이로 따진다고...(이 부분은 제 상식과는 다르지만 퍼온 그 글 속에는 그렇게 되어 있었지요...)
그런데 아내는 어떤가요?
시아주버님, 형님 - 나아가서 남편의 동생들에겐 아가씨, 도련님이라 불러야 하고 많이 어려도 존댓말을 써야 한다고 우리 모두 알고 있지요.
그런데 언젠가 읽어서 머리 속에 박힌 글이 있습니다.
부모 양성을 같이 쓰기까지 했던 어느 페미니스트 한 분이 늦게 연애 결혼을 하고는 봉화 골짜기 집성촌인 시댁에 처음 갔을 때의 이야기였지요.
동네 집안 어른들이 배운 며느리 보았다고 다들 와 있는데 갑자기 시동생, 시누이 호칭이 목에 걸렸다는 겁니다.
남자들은 처제, 처남이라고 하고 ‘하게’를 하면서 왜 여자는 아가씨, 도련님이라고 불러야 하고 존댓말을 해야 하냐구요?
자신의 가치관과 시댁 어른들의 이목 사이에서 고민하다가 그 분은 용감하게도 결단을 내렸다구요.
그대로 어린 시누이, 시동생은 동생처럼 이름을 부르고, 바로 아래 시동생은 00씨로 불렀다구요.
집안이 발칵 뒤집혀서 동네 어른들이 흉들을 보고 시동생, 시누이도 불쾌감을 가졌었지만 지금은 다들 인정하고 사이좋게 지낸다구요.....
물론 남편이 자신의 가치관을 이해하는 사이이니 조금 더 쉬웠겠지요.
무지 공감하며 읽었던 그 글이 종종 걸리지요.
저도 시숙, 손위와 손아래 시누이 모두 있어 아가씨란 호칭을 아니 쓸 수가 없지요.
다행히 시동생은 없지만 제가 결혼할 때 코흘리개였던 사촌 시동생이 결혼을 하게 되니 그것도 문제였습니다.
어릴 땐 ㅂㄱ야!(많이 어려서 그랬는지 아무도 시비를 걸지 않았지요) 하고 불렀는데 어느 순간부터 이름도, 반말도 제 스스로 쓸 수가 없었지요.
그런데 도련님!(시댁 동네에선 데련님 - 데림!이라고) 소린 해보질 않아 아예 나오지가 않구요.
더 웃기는 건 도련님이라 부르던 시동생이 결혼을 하면 왜 또 '서방님'이라고 불러야 하냐구요?
춘향전을 보면 춘향이가 이도령 즉 자기 남편을 '서방님'이라고 부르지 않나요?
옛날 어느 시절에는 남편을 서방님이라고 부르다가 언제부터인지 결혼한 시동생에 대한 호칭으로 변하였나 봅니다.
전 이 불평등의 문제가 내내 마음에 걸리는데 아직 문제 제기가 되는 걸 보지 못 했습니다. 그 기사 말고는....
1990년 민법 개정 전엔 친족의 범위가 부의 8촌에 비해 모쪽은 4촌까지만, 더 나아가 아내에겐 결혼과 동시에 남편의 모든 친척이 자기 친척이 되지만 남편에겐 아내의 부모만 달랑 친척이라고, 즉 처제, 처남을 친척으로도 안 치던 시대가 있었지요.
그렇지만 지금은 부계, 모계 모두 8촌까지이며, 여자, 남자 공히 배우자의 모든 친척이 다 친척이라고 법적으로도 되어 있지요.
부의금도 시부모는 물론, 장인장모까지도 당연히 하는 시대가 되었구요.
그래서 시댁에서의 이 호칭 또한 바뀌었으면 합니다.
또 정가네님이 단 답글 중에 ‘처가 식구는 핏줄이 아니라 혼인으로 맺어진 사이이니 높여줄 만한 사람은 높여주는 것이 좋겠지요.’라는 글이 걸립니다.
당연한 말 같지만 사실은 처가 식구만이 아니라 시댁 식구도 똑 같지요.
아, 그런데 아가씨, 도련님(서방님이라고 따로 구분은 필요없을 터이니), 이 두 단어를 대체할 호칭이 뭐가 있을까요?
외래어를 우리말로 바꾸는 운동을 하는 곳이 있던데 위의 두 단어를 맞춤한 것으로 찾아 함께 쓰는 운동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이 글이 그 운동의 시작이기를.... 이 연사 강력히 외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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