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쓰는 글

안동의 근황입니다.

가 을 하늘 2010. 12. 10. 22:58

바람재야, 안녕.... 

그런데 안동은 안녕하지 못 하단다.

 

어느 날 제가 사는 안동 서후면에 구제역이 발생했다는 뉴스가 나왔습니다.

놀랐지만 앞집 할아버지네와 저 아래쪽 상운네는 괜찮다니 다행이다 했지요.

 

처음엔 지나는 길에 마른 석회가루를 뿌려 놓았더니 곧 출근길에 호스로 차 바퀴쪽에 소독을 했습니다.

그러다 어느 날부터는 구제역 발생 지역의 들고나는 길에 자동 살포기가 설치되었습니다.

우리 학교 가는 길엔 네 번이나 자동 살포기 속을 지나가야 하지요.

5일 전에는 학교 가다가 갑자기 통행 금지를 당했습니다.

바쁜 출근 시간에 4차선 도로 입구도 아닌 산길을 한참 들어간 곳에서 황당했지만

밤사이 비상 사태가 발생했나 보다 싶어 다시 돌아나와 멀리 영주 봉화쪽 도로로 출근을 했지요.

그저께는 집에서 나와서 서후면을 거쳐 북후로 가는 길이 차단되었습니다.

학교 가는 지름길이 두 곳이나 막혀서 안동 시내 입구까지 가서 돌고돌아서 학교를 갔습니다.

그런데 오늘 아침엔 그렇게 돌고돌아가는 길도 아예 차단이 되었습니다.

월요일부터는 안동 시내를 거쳐 가야 하니 출근 시간이 배는 더 걸릴 것 같습니다.

 

 

그저께 저녁엔 첫눈이 살짝 내렸는데 밤 10시 반경

우리집에서 아주 가까운 곳에 있는 방역장에서 수고하시는 분들에게 커피 한 잔씩 갖다 드렸습니다.

(착한 일 한 건 아닙니다. 낮에 학교에서 단체로 그 비슷한 일이 있어 생각이 났을 뿐입니다.)

대신 쑥스러워 안 가려는 사람 꼬셔서 눈길을 잠시 걸었지요.

그 분들에게서 들은 이야기로는....

 

안동에만 도로 방역장이 60곳이 넘게 설치 되었다고 합니다.

자동 살포기와 콘테이너 박스 하나, 또 물 탱크 등등 ...

한 곳의 설치비가 2500만원이 넘는다고 하지요.

이미 살처분된 소, 돼지도 몇 만 마리가 넘고, 그저께는 한 집에서만 4천5백 마리가 처리되었노라고...

그래도 아직은 100% 보상을 해준다고 하지만 언제까지 그럴 수 있냐고도 이야기들을 했습니다.

 

방역 작업을 하느라 안동과 인근 시의 시청 공무원과 보건소 직원들이 2교대(또는 3교대)를 하고 있구요.

과로로 돌아가신 분도 있다는 뉴스는 나왔지요.

 

 

어제, 오늘은 날씨가 추워 그 방역장 주변이 얼어서 더 난리였습니다.

미끄럼 방지턱에, 흙을 뿌리고, 천도 깔아놓고..... 

그래도 살포기 속을 지나가면 차 앞 유리창은 유리창 대로 얼어 붙지요.

 

출퇴근길의 그런저런 불편은 그냥 이야기거리일 뿐입니다.

오고가면서 보면 전쟁이 따로 없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구제역 바이러스를 차단하기 위해 안동은 정말 전쟁입니다.

도로 네거리에 붙여놓은 펼침막 구호(다같이 힘을 모아 구제역을....)가 늘 웃기게 보였는데 지금은 그 구호가 웬지 힘이 되는 느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