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쓰는 글

놓아버린다는 것, 맡겨버린다는 것 ....

가 을 하늘 2010. 11. 2. 23:38

    입동 지나 감나무

 

겨울이 가면 봄이 올 것이다.

하얀 목련꽃도 필 것이다

아무도 거두어주지 않았으나

바람이 너를 떨어트리고

하얀 눈이 너를 묻고 다독여

겨울이 가면 봄이 올 것이다

눈보다 하얀 감꽃이 피고지면

무성하던 잎들이 쇠락해가는

가을이 올 것이다

너는 다시 너 홀로

지고 지는 노을을 받아 안고

몸 붉은 홍시가 될 것이다

그렇게 둥 굵은 감나무가 되고

훌쩍 키도 크고 껍질도 단단해졌다가

저 강물처럼

뿌리까지도 놓아버리고

흘러갈 수 있을 것이다.   

 

(병산님의 시 - 달력을 한 장 넘기고 새로 만나는 시를 무심코 읽다가 마지막 귀절에서 마음이 싸아해지다.

지금 내 마음이 아파서인지... 그렇게 놓아버려야 할 일을 놓지 못 해서인지.... 

조금씩조금씩 놓아서 언젠가는 나도 강물처럼 뿌리까지도 놓아버리고 흘러갈 수 있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