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쓰는 글

이쁜 마을 이름을 되살리자는 작은 바램이어요.

가 을 하늘 2010. 9. 18. 11:36

이야기거리가 두 가지입니다. (별 이야기 아닌데 길어요!)

 

안동에서 영덕 방향으로 나가는 곳에 안동독립운동기념관이 있습니다.

지난 8월말에야 우리 학교 아이들과 다녀 왔는데 그때 받은 감동으로 말씀을 드립니다.

안동을 오시는 분들은 꼭 안동독립운동기념관을 가보시라고 말입니다.

 

우리 학교의 문화 지킴이 활동을 하시는 선생님의 설명을 들으며 독립운동기념관을 돌아 보았을 때의

그 감동은 뭐라 표현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안동에서는 전국에서도 제일 많은 독립운동가가 나왔습니다. 

꼿꼿한 안동 선비 중에서는 나라 잃은 비분으로 자결하신 분도 꽤 많지요.

자결! 이라고 우리가 간단히 말하는 그 역사 속엔.....

집안의 어른이 굶어 죽기로 결심하고 곡기를 끊었을 때

그 아래 자식들과 노비들은 본인들과 또 들여다 보러 오는 방문객을 위해서는 매끼 울음을 삼키며 밥을 해야 하는 고통같은 것도 있었음을....

왜놈들이 지배하는 곳에 살 수 없다 하여 수십 명의 가솔들을 만주땅으로 옮겨가는 이야기는요...

한꺼번에 가면 들키게 되니 여러 번에 나누어 몇 달이 걸려서 이동을 해가서는

돌밭을 개간하여 근근히 살면서 독립군의 군자금을 대지요.

 

또 그 많은 분들의 활동들을 지금처럼 밝힐 수 있기까지의 여러 해에 걸쳐 연구해 내신 분들의 그 끈기와 수고로움은요...

한 명 한 명 조사해가다 보면 때론 한 집안의 형제, 사촌, 심지어 사돈이 되어 서로서로 얽혀 있어

정말 기개가 있는 대단한 집안이 있음도 알게 되었겠지요.

 

그곳을 보면서 안동에는 그러한 특별한 집안, 특별한 마을들이 있다는 것도 그래서 알았습니다.

또 어느 마을은 사회주의 사상을 가진 독립운동가들이 많이 나온 곳도 있습니다.

해방 후의 민족의 정체성 없는 정권 하에서 그런 분들의 후손이나 그런 마을이 얼마나 큰 고초를 겪었을지는....

 

그 중에서도 제일 많은 독립운동가들이 나온 곳이 내앞마을이며 그곳에 독립운동기념관이 세워졌답니다.

 

- 그렇지만 천안독립기념관을 가서 저도 그랬듯이 그냥 씨익 보면 그냥 그곳이 그곳일 것입니다.

관심을 가지고 또 애정을 가진 이의 설명을 들으며 한 줄 설명 속에도 담겨있는 삶과 마음들을 천천히 볼 수 있는 시간이 있어야만 가능할 것입니다.

 

또 하나의 이야기는.....

독립운동기념관이 세워진 그 앞으로 5년 동안 출퇴근을 하였었는데 어제는 4년 만에 그곳을 갈 일이 있었지요.

익숙했던 길들이 좀더 곧아지고, 넓혀지고,

제가 근무했던 학교도 교문 앞이 훤해진 채로 여전히 거기 있었습니다.

반가운 사람들을 보고, 볼 일도 마치고 돌아오는 길이었습니다.

 

독립운동기념관 앞을 지나다가 무심코 안내판을 보니

'내앞마을 - 천전(川前) - '이란 것이 보였지요.

그 순간 .....

저는 늘 그 곳을 천전이란 지명으로만 알았지요.

그러면서 독립운동기념관이 내앞(사실 내압인 줄로....)마을에 세워졌다 해도 천전 어느 한쪽이 내압마을인가 보다 그랬지요.

그래서 돌아오는 길에는 한 번 더 마을이름(지명 말구요)  때문에 마음이 아팠습니다.

우리말로 된 예쁜 마을 이름을 일본넘들이 한자 지명으로 다 고친 것을 우리는 아직도 문서상에 그대로 쓰고 있음을....

예쁜 원래의 우리말은 연세 드신 분들의 입을 통해 겨우 살아 있을 뿐,

그것도 이제 곧 사라질 터인데 우린 그조차도 바로잡지 못 하고 있음에 대해 새삼스레 화가 났지요.

 

제가 살고 있는 마을도 명리(鳴里)이지만 동네분들은 말울리라고 하시지요.

말이 울었다는 전설에서 나온 말울리가 어느 사이 마명리로, 다시 명리로 바뀌었겠지요.

곧 주소가 다 바뀌는데 일부는 옛명을 살렸다는 이야기를 듣기는 했지만

그건 극히 일부일 뿐 ....... 참 아쉽지요.

다음에 주소를 바꿀 때가 되면 그런 옛이름이 또 많이 사라지고 말겠구나 ... 하는 생각을 하면서요.

 

우리 동네 위에는 '이개리'라는 동네가 있습니다.

이 동네의 옛이름이 무엇일까요?  -- 귀여리여요!(귀 이, 열 개였다는 거지요. 말 그대로 얼마나 귀여운지요.)

우리집으로 가는 길에는 '송야교'란 다리가 있지요. 그냥 들으면 무슨 뜻인지 모르지만 옛이름을 보면 알게 되지요.

그 옛명은요 ---- 소밤다리(소빰다리)이지요.

 

그렇다면 추석보다 한가위란 말을 써야 하지 않을지....  이제 말할 때 한 번 더 생각해 볼 것 같습니다.

즐겁고 반가운, 정을 나누는 한가위를 보내시길 바랍니다.

바람재 식구  모 두 다 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