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쓰는 글

운명의 여신은 호작질을 좋아하지요!

가 을 하늘 2010. 7. 5. 00:38

전쟁같은 축구를 이틀 동안 보았습니다.

월드컵 8강전의 네 경기 모두 치열함이 전쟁 이상입니다.

누군가의 '우리나라가 안 하니 별로'라고 하는 말이 이해가 안 가니 저도 물이 많이 들었습니다.

 

결혼(옛날이지만)하고 비로소 알게 된 것 두 가지가 있지요.

- 하나는 고기맛이고, 또 하나는 스포츠를 보는 맛입니다.

야구는 이내 좋아하였지만 축구를 좋아하게 되기까지는 꽤 걸렸습니다.

2000년도인지 잠을 설치면서까지 연일 유로 축구(?)를 보는 사람 옆에서 어깨 너머로 보다가 

정작 결승전은....     보다가 잠이 들었지요. 

아침에 눈 뜨면서 TV로 그 결과를 듣는 순간 이상한 느낌같은 게 틀었지요.

축구가 곧 인생이구나!하는 뭐 그런 느낌이요. 숙연해지는 느낌이었답니다.

- 인간은 최선을 다해 뛰거나 살거나 하지만 그 결과는 신의 몫이라는 뭐 그런 생각이었지요.

그때부터 90분 내내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기만 하는 것 같던 축구가 재미있기 시작했습니다.

 

지난 이틀 동안 8강전을 보면서도 같은 생각을 했습니다.

'우루과이 - 가나'전은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틱하였지만 그런 경우 전 가나가 이겼으면 하는 마음이지요.

승부차기까지 가서 그리 질 량이면 신의 손에 막혀 들어가지 못한 골과 실패한 페널티킥까지....

질 것을 그리 힘든 질곡을 오르내리게 하다니요.

'파라과이와 스페인' 전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렇게 팽팽하게 서로 싸우다가 페널티킥을 얻어낸 파라과이는 그때부터 천당과 지옥을 몇 번을 오르내리지요.

페널티킥 실패, 이번엔 스페인의 페널티킥, 그리고 그 페널티킥의 실패로 다시.....

그런데 결국은 파라과이가 졌지요.

운명에 순리가 있다면 파라과이가 이겼어야 할 것 같은데 말입니다.

 

운명의 여신은 호작질을 좋아하나 봅니다. 참 잔인하게도요.

그런데 호작질이 없다면 축구는 재미 없겠지요.

그러니 그 호작질은 오히려 고마운 것이라고 해야 할까요?

 

하느님은 호작질을 즐기시지는 않을 것이라고....

단지 우리가 하느님처럼 삶을 길게 보질 못 하기 때문일 거라고....

가나와 파라과이의 선수들이 흘리는 눈물도 사실은 아름답지 않느냐고....

 

운명의 호작질 따윈 안 일어나길 기도하기보다 그 호작질을 한 발자욱 떨어져서 볼 수 있기를 기도할 수 있었으면....

그렇게 기도할 수 있기를 .....  그런그런 생각들을 오늘 혼자서 TV 보며 했습니다.

 

 

이사 오면서부터 기다린 능소화가 드디어 피기 시작했습니다.

 

 

며칠 전, 가까이 사는 분이 주목과 옥향나무가 있는 밭을 샀다고,

가져다가 심으라고 해서 주목 네 그루와 옥향 열 그루쯤을 얻어다가 심었습니다.

그저께 고맙다고 작은 인사를 했더니 

오늘 옥향 열 그루를 더 캐다가 마당에 부려놓는 바람에 갑자기 마당이 초록색으로 그득해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