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쓰는 글

희호재표 참기름!

가 을 하늘 2009. 6. 7. 15:45

풀 뽑는다고 산에도 안 가고 햇살 무서워 잠시 들어앉아서 희호재표 깨를 볶고 참기름을 짭니다.

고소한 냄새를 맡으시는 분은 마음껏 드시어요.

무슨 이야기냐구요? 

저 아래 공산님의 글에서 공산님이 희호재표 참기름을 짜서 적어도 바람재 식구들에게는 돌려야 한다고 하셨지요.

그래서 할 수 없이 오늘 가동을 합니다.

 

 

우리집 아침 식단입니다.

애개! 하고 돌 날아오는 소리가 들리지만 끝까지 씁니다.

 

20년 전쯤 서울의 어느 교수님 댁을 가서 이틀을 자고 온 적이 있었는데

신기하게도 시할머니와 시어머니까지 계신 그 집에서는 아침 식사를 벌써 10여년 째 양식으로 하고 있었지요.

양식이라고 하지만 한 상 가득이었습니다. 빵, 스프, 과일, 야채, 우유, 커피 등등...

아이 그림을 옷뜨개로 만들기 대회에서 1등을 막 했다고 자랑하던 그 교수님 부인이 전 참 놀라웠습니다.

어른 설득 문제와 등등....    아침 식단 고민을 안 해도 되는 게 얼마나 부럽던지요.

돌아와서 우리집도 그렇게 했는데 한 달 만에 제가 손들었습니다.

국하고 밥이 먹고 싶어서요.

 

또 하나, 그 즈음 만난 환경 모임인 '생명의 공동체' 덕분에 건강한 먹거리와 환경 문제를 비로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샴푸 대신 재생비누와 식초로, 치약 대신 소금으로 등등 해본 것은 많지만

지금까지 계속하고 있는 것은 화학 조미료와 청량음료, 수입 밀가루는 절대 쓰지 않는 것이지요.

국이나 찌개 국물을 다시마와 멸치로 내면서부터 조미료가 요즘은 어떤 이름으로 나오는지도 모릅니다. 

그러잖아도 음식을 빨리빨리 잘 못 하면서 가리는 건 더 많아지기도 했지요.

 

봄이 되면서 퇴근 후 마당일을 두어 시간씩 하고 들어와서 저녁식사하고 정리를 마치면 10시 가까이 됩니다.

그때 아침 준비를 대충이라도 해놓는 게 얼마나 귀찮던지요.

그래서 다시 시작했습니다.  아침을 양식으로요.

 

20년 전과는 많이 달라졌습니다.

빵은 생명의 공동체 가게나 유기농매장인 초록마을에서 파는 우리밀 빵(또는 그곳의 우유식빵, 잡곡빵, 옥수수빵 등)으로,

그리고 빵 사이에 넣는 달걀과 쨈도 생공의 것으로,

유산균은 우유와 불가리스(이게 최고입니다!)로 집에서 만들고,

과일 중 토마토가 나올 땐 토마토로 하되 끓는 물에 살짝 데쳐서 먹지요.

음료수는 '숲의 정'이라고 100가지 채소인지 약초인지로 만든 것을 한 병 사면 희석해서 마실 수 있어 양이 꽤 됩니다.

이제 토담님의 매실 엑기스가 만들어지면 그것으로 해도 될 것 같습니다.

 

이렇게 하니까 영양이나 든든한 건 밥보다 훨 낫습니다.

대신 맛은 말할 것이 없고 비용도 밥보다 조금 더 많이 드는 것 같습니다.

저도 식구가 여럿이면 이렇게 하기 힘들 것 같습니다.

지금은 두 식구이고, 또 저녁 시간이 바쁘니 이렇게 합니다.

매일 무얼 먹을까 고민 안 해도 되어서 무엇보다 좋습니다.

그렇지만 뜨끈뜨끈한 된장국이나 미역국이 생각날 때가 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