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당신은 떠나셨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밥을 먹고, 웃고, 이야기하고, 산에도 가고, 사진도 찍습니다.
그러면서 주제넘게도 나는 마치 피붙이를 잃은 것처럼 ‘그래도 우리는 이렇게 할 수 있구나’하고 낯설어 합니다.
언젠가는 우리도 그곳을 지나는 길에 들러서
밀집모자 쓰고 자전거 타고 가는 당신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거라고,
시간 맞춰 가면
당신이 그 골 깊은 웃음 지으며 평화로이 우스개 소리 섞어 인사말 하는 것을
나도 들을 수 있을 거라고 막연히 생각했습니다.
그랬는데
이 기막힌 일 앞에서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알 수 없어 힘들었습니다.
지나간 5년 동안은 많이도 원망하고 비난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기대가 컸기 때문이었고,
그 자리가 얼마나 힘겨운 자리인 줄 몰랐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다 우리는 당신이 이 나라의 대통령이 된 것만으로도,
그 기적을 이루어 낸 것만으로도 충분히 당신에게 감사할 수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가졌던 원망 속에는 여전히 당신에 대한 믿음과 애정이 들어 있었음을,
그리고 그것을 당신도 아실 것이니 그곳 봉하 마을에서는 행복하실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랬기 때문에
그 승냥이, 이리떼들에게 물어 뜯겨도 견디어 줄 것이라고
그리고 나면 그곳에서 평화로울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당신은 떠나셨습니다.
그것이 자긍심을 짓밟혀서라고,
자존감을 지키기 위해서라고 생각하니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들 모두의 삶은 얼마나 허무한가요?
그렇게 치열하게, 꼿꼿하게 살던 삶을 이렇게 끝낸다면
남은 이들에겐 무엇이, 어떤 희망이 남을 수 있나요? 그것이 묻고 싶었습니다.
잠시 거지같은 옷을 걸쳤다고 거지가 된 느낌이 든다면 덜 된 사람이지요.
바보, 등신, 난장이라고 놀린다고 화내는 사람은 속이 덜 찬 사람이지요.
상처받으면 내가 가진 그 어떤 것도 보이지 않을 때가 있지요.
그런데 당신께서 그러실 수는 없지 않느냐고 묻고 싶었습니다.
이 기막힌 며칠을 지나면서야
당신은 절대 그런 사람이 아니라고 누군가가 깨우쳐 주었습니다.
천하의 당신이 그런 것으로 자긍심을 잃을 사람이냐고 말해 주었습니다.
당신 때문에 아파하고, 분노하면서도 스스로 질서를 지키고 봉사하는 저 많은 사람들로 인해 다시 깨닫게 되었습니다.
당신은 타협할 줄은 모르지만, 행복해 할 줄 아는 사람이었지요.
절대로 후회하거나, 포기하거나, 비껴가지 않고
도전하고, 새롭게 만들어가는, 비울 줄 아는 분이었습니다.
당신이 힘없이 떠나신 것이 아님을.
마지막 그 순간까지도 치열하게 사는 것임을.
그래서 삶도 죽음도 하나였다고 말할 수 있었음을 알았습니다.
그래서 더 말할 수 없이 가슴이 먹먹해 옵니다.
열심히 살고 싶습니다.
열심히 사랑하면서 그러면서 그 무엇에도 집착하지 않을 수 있기를....
그곳에서
이 나라가 당신의 바램대로 나아가는 것을
예의 그 배짱으로 평화로이 바라보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그리고 나중에
당신이 가슴 아파하며 남겨놓은 한 사람을 맞이할 때
‘미안했다’고,
회갑 선물을 장난스레 바치던 그 두 손으로 꼭 안아주며
‘혼자서도 나머지 삶을 값있게 잘 살았다’고 말하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을 끝내신 이여...
당신 삶이 아름다웠노라고 말씀하시길 간절히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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