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를 쓰듯 남겨놓고 싶은 날이 있다.
일곱 번째 안동교구 주관 소성리 평화미사가 있었던 어제가 그러하다.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모두 해피엔딩으로 끝났다.
10시쯤 현관문을 열고 나서니 마당에 폭우가 쏟아지고 있었다.
물이 가득 고인 동네 앞 도로를 달려가며 잠깐 기도를 했다.
먼 길을 모두가 기쁘게 다녀올 수 있기를 바라며...
목성동 성당 마당에서 갈리스도 신부님이 잘 다녀오라고 우산을 쓰신 채 우리에게 강복을 해주셨다.
봉고 한 대로 10명이 가서 손성문 사도요한 신부님의 주례로 미사를 드렸다.
늘 그렇듯 미사 끝에 신부님도 우리 모두에게 강복을 해주셨다.
오고가는 길에 누가누가 살뜰히 챙겨온 먹을거리들로 더 넉넉하고 즐거웠다.
4시 조금 넘어 선산휴게소에 잠깐 들렀다가 출발했는데 그때부터 차 뒤쪽에서 이상한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내겐 마치 드럼치는 소리같았다.
모두들 궁금 반, 불안 반으로 동상주 IC로 내려서 보았더니 운전석 뒷타이어가 터지기 직전이었다.
타이어가 헤져서 마치 실밥처럼 기다란 고무줄이 삐어져 나와 차체를 때리는 소리였다.
타이어가 터지지 않고 그렇게 소리를 내어주다니....
누군가는 아침 출발할 때 타이어가 괜찮을까?... 라고 마치 내다본 듯 말을 했다고....
그런저런 말들 속에서 우리 모두는 도로 옆 공터에 내리고 운전과 살림을 맡은 두 사람은 견인차를 불러 출발을 했다.
그런데 그 순간에 조샘이 핸드폰이 없다고, 아마도 방금 들런 휴게소 000에 둔 것 같다고 하는 거였다.
타이어를 교체하고 차가 다시 돌아오기까지의 한 시간이 얼마나 긴 시간이었는지, 춥기는 또 얼마나 추웠는지...
그동안 많은 추측과 말들이 오고가고 확인 전화를 하며 애간장을 태웠다.
차 안에 있을 거라는 위로도 허당이 되고, 소성리 현장에 두고 왔을 거란 바램도 틀린 것이 확인되었다.
결국 처음 뱉은 말처럼 선산휴게소 000에 두고 나온 것임이 분명해졌다.
그러다 때마침 연결이 안 되던 휴게소와 통화가 되고, 누군가가 주워 편의점에 맡기고 갔다는 기분좋은 말을 듣게 되었다.
다들 피곤하고 늦은 시간이고 영주까지 가실 분도 계셔서 내일 따로 찾으러 가겠다고 하는데도
차가 돌아오니 모두들 두 말도 않고 차를 돌려 핸드폰을 찾으러 갔다.
덕분에 조샘이 뜨끈뜨끈한 저녁을 샀다.
나는 친구가 핸드폰을 찾아 기분이 좋았지만 사실은 타이어가 터지지 않은 것이 훨씬 더 큰 일이라고...
저녁에 이야길 들은 아들이 봉고의 타이어가 터지면 어떻게 되는지를 이야기해 주었다.
더구나 집에 오니 종일 목공실을 정리하였던 남편이 왼손 검지에 반창고를 감고 있었다.
목공기계를 손 보다가 전기톱날이 바닥으로 떨어지며 손을 스쳤다고, 순간 손가락이 붙어있나 확인했다고...
조금 깊게 베어 피를 좀 흘렸지만 그만하길 정말 다행인 상황이었다.
신부님들의 강복의 힘인지, 차 안에서 하셨을 수녀님의 기도 덕분인지, 또는 어설픈 나의 기도도 힘이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감사하고 감사한, 그래서 기억하고픈 날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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