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호재의 재밌는 고추농사

고추농사 두 번째 이야기

가 을 하늘 2023. 7. 23. 17:14

 

고추가 빨갛게 물들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비가 어쩜 이렇게나 올까요?

"뭣이 중해. 고추가 중하지." 라고 하며 자나깨나 고추를 돌보는 ㄴㅁㄲ도 걱정이 되었나 봅니다.

좀체 묻는 것 싫어하더니 몇 해 전 '액비'를 만들어서 갖고 오셨던 팔방미인님께 '액비' 만드는 방법을 여쭤보라고 했지요.

그래서 전화를 드렸더니 팔방미인님이 직접 김천에서 안동까지 오셔서 이렇게 다 만들어 주고 가셨습니다.

 

 

오른쪽 두 통엔 올 고추농사 끝날 때까지 희석해서 쓸 액체 비료를,

그리고 왼쪽 큰통엔 살균제를 만들어주시고, 살충제로 쓸 마요네즈 만드는 법까지 시범을 보여 주셨지요.

수산화칼륨과 아인산을 섞은 살균제와 마요네즈를 희석한 살충제를 쓰면 농약치는 위험 없이 건강한 먹거리를 만들 수 있다고...

살균제 재료 부족분은 추가 구매를 하고 내년에는 필요한 재료들을 봄에 공동구매하면 좀더 저렴하다고...

팔방미인님은 이 방법으로 포도 재배농가를 비롯하여 60여 가구에 컨설팅을 해주고 있다고 하셨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해서 영양분을 공급하고, 벌레와 균은 죽일 수 있는데 그걸로도 안 되는 것이 담배나방이라고...

나방은 밤에 꽃에 알을 낳으니 제일 좋은 방법은 불빛을 보고 날아들게 하는 포충기를 달아 놓아야 한다고...

마당에 하나, 밭에 두 개쯤 달면 걱정 없다고 하셨지요.

 

팔방미인님이 나중에 29,500원짜리 찌지직하는 포충기를 링크시켜 주셨는데

ㄴㅁㄲ은 그전에 인터넷 검색을 해서 18만원 짜리 훌륭한(?) 포충기를 보았는데 넘 비싸다고,

그런데 원리를 보니 만들 수 있겠다고, 

그리하여 바로 다음날부터 이틀을 목공창고에서 땀 흘리더니 이렇게 만들었습니다.

 

 

비바람에도 끄떡없게 뚜껑도 씌우고 지줏대도 튼튼히 박고

전구와 양파망 사이에는 15,000원짜리 환풍기를 달아서 돌아가면 불빛을 보고 온 나방은 다 아래로 빨려들게 된다고..

고무통 뚜껑으론 비를 온전히 못 막을 듯하여 하루 지나고는 다시 비닐을 씌웠지요.

 

 

 

 

이틀 사이에 잡힌 녀석들입니다.

담배나방 때문에 애꿎은 나방들이 피해를 보게 되었지만 수제 포충기는 훌륭하지요?

 

그동안 ㄴㅁㄲ도 가능하면 약을 적게 치려고 애썼지만

바람재 카페의 팔방미인님이 가르쳐주신 이 방법으로 올해 고추농사가 성공한다면

다들 약 안 치고는 안 된다는 고추농사를 농약 안 치고 제대로 지을 수 있는 길이 생기는 것이어서 기대가 됩니다.

아마도 이번 달 말쯤 첫물 고추를 딸 예정이어서 곧 고추 주문을 받아야 할 것 같습니다.

 

고추 이야기 끝에 희호재 마당 풍경을 자랑합니다.

 

 

 

큰 키에 이렇게 여린 분홍꽃을 달고 있는 '금꿩의다리'입니다.

 

 

 

플록스는 한창이고 칸나는 이제 시작입니다.

 

 

 

 

위의 차례대로 라바테라, 톱풀, 세시화는 멀리 양평의 단해님이 보내주신 씨앗들이 올해 이렇게 자리잡았습니다.

 

 

 

정가네님 정원의 본채 앞에 시원하게 서있는 파초를 부러워했더니

정가네님 댁에서 분양해간 파초를 잘 키운 어떤 분이 지난 주에 저 큰 녀석을 캐서 가져다 주셨지요.

마침 함께 모임하러 오신 정가네님을 비롯한 여러 분들이 정해주신 자리에 저렇게 심었습니다. 

 

옮겨와 몸살 중인 파초도, 우리 모두도 여름을 잘 이겨내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