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을 읽으려고 노력합니다.
다 읽는 날보다 못 읽는 날이 훨 더 많지만...
시골은 신문이 오후쯤에 우편으로 배달되니까 담날 학교에서 읽으면 사실 구문이지만요.
오늘도 구문을 구석구석 읽다가 어느 순간 시의 마지막 귀절에서 그만 눈물이...
'안도현(시인)의 발견'이란 가벼운 칼럼 속 꽃게 이야기에 인용된 시인 자신이 쓴 시였습니다.
스며드는 것 (안도현)
꽃게가 간장 속에
반쯤 몸을 담그고 엎드려 있다.
등판에 간장이 울컥울컥 쏟아질 때
꽃게는 뱃속의 알을 껴안으려고 꿈틀거리다가 더 낮게
더 바닥 쪽으로 웅크렸으리라.
버둥거렸으리라 버둥거리다가
어찌 할 수 없어서
살 속으로 스며드는 것을
한때의 어스름을
꽃게는 천천히 받아들였으리라.
껍질이 먹먹해지기 전에
가만히 알들에게 말했으리라.
저녁이야
불 끄고 잘 시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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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장을 좋아하지 않아 전 안 먹지만
누군가는 이 시를 읽고 나서부터 그렇게 좋아하던 간장게장을 먹을 수 없었다고 했다니
충분히 이해가 가지요....
시 속의 알들..... 때문인지
다 큰 네 마리 새끼 고양이에게 아직 젖을 물리곤 하던 얄진이가
며칠 째 사료를 잘 안 먹고 오늘 아침 집 나설 때도 현관 햇살 아래 코 박고 앉아 있던 모습이 눈에 아른거립니다.
가을이 가는 모습이 보이고 겨울이 옵니다.
출처 : 바람재들꽃
글쓴이 : 가을하늘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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