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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신문을 읽다가 - 간장게장이 맛있나요?

가 을 하늘 2013. 11. 12. 22:48

신문을 읽으려고 노력합니다.

다 읽는 날보다 못 읽는 날이 훨 더 많지만...

시골은 신문이 오후쯤에 우편으로 배달되니까 담날 학교에서 읽으면 사실 구문이지만요.

 

오늘도 구문을 구석구석 읽다가 어느 순간 시의 마지막 귀절에서 그만 눈물이...

'안도현(시인)의 발견'이란 가벼운 칼럼 속 꽃게 이야기에 인용된 시인 자신이 쓴 시였습니다.

 

  스며드는 것 (안도현)

 

꽃게가 간장 속에

반쯤 몸을 담그고 엎드려 있다.

등판에 간장이 울컥울컥 쏟아질 때

꽃게는 뱃속의 알을 껴안으려고 꿈틀거리다가 더 낮게

더 바닥 쪽으로 웅크렸으리라.

버둥거렸으리라 버둥거리다가

어찌 할 수 없어서

살 속으로 스며드는 것을

한때의 어스름을

꽃게는 천천히 받아들였으리라.

껍질이 먹먹해지기 전에

가만히 알들에게 말했으리라.

저녁이야

불 끄고 잘 시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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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장을 좋아하지 않아 전 안 먹지만

누군가는 이 시를 읽고 나서부터 그렇게 좋아하던 간장게장을 먹을 수 없었다고 했다니

충분히 이해가 가지요....

 

시 속의 알들..... 때문인지

다 큰 네 마리 새끼 고양이에게 아직 젖을 물리곤 하던 얄진이가

며칠 째 사료를 잘 안 먹고 오늘 아침 집 나설 때도 현관 햇살 아래 코 박고 앉아 있던 모습이 눈에 아른거립니다.

 

가을이 가는 모습이 보이고 겨울이 옵니다.

출처 : 바람재들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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