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이역에 와 닿는
기차처럼 봄비가 오네.
목을 빼고 오래도록 기다렸던
야윈 나무가 끝내는 눈시울 뜨거워져
몸마다 붉은 꽃망울 웅얼웅얼 터지네.
나무의 몸과 봄비의 몸은
한나절이 지나도록
깊은 포옹을 풀지 못하네.
어린순들의 연초록 발바닥까지
스며드는 따스함으로 그렇게
천천히, 세상은 부드러워져갔네.
숨가쁘게 달려만 가는 이들은
이런 사랑을 알지 못하리.
가슴 안쪽에 간이역 하나
세우지 못한 사람은
그 누군가의 봄비가 되지 못하리.
- 시집 『인질』(문학의전당. 2008)
*** '바람재 들꽃 카페'에 제4막님이 올리신 시를 퍼와서 올리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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