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시

씨앗을 뿌리며 - 김인호

가 을 하늘 2009. 8. 10. 22:54

이 시도 어디서 얻게 되었는지 모른다.

쉬엄쉬엄 학교 텃밭에서 수고하여 모두에게 무공해 야채를 먹여주시는 분이 우리 학교에 있다.

그 분을 위한 맞춤한 시를 알게 되어 내가 교무실 벽에 붙여 두었는데 1년도 더 지났지만 지금도 깨끗이 붙어 있다.

 

 

   

               씨앗을 뿌리며

                                                   김인호

 

오랜 비 끝에 촉촉한 땅을 갈아 씨앗을 뿌린다.


잘 묻히지 못한 씨앗도 너무 깊이 묻힌 씨앗도

싹을 내지 못한다던

어머니의 오랜 말씀을 떠올리며

서투르게 씨앗을 묻다가

나도 하나의 씨앗으로 묻히고 싶어졌다.


묻혀

메마른 껍질을 벗어버리고

싹을 틔워 내서는 세상 고통과 억압의

모진 바람 맞서서 푸른 깃발 휘날리는

참으로 빛나는 사람들 밥상에 놓인

싱싱한 풋고추로, 조선상추로, 물기를 반짝이며

된장 고추장에 찍혀 질끈 씹히는


그런 날을 위해 오늘

나도 하나의 씨앗으로 어둔 땅에 나를 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