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호재 이야기

나무꾼의 아내는?

가 을 하늘 2011. 3. 29. 00:17

나무꾼의 아내가 선녀라구요?

어제 같은 날은, 그리고 많은 날들을 선녀도 하늘도 아닌 딱 마당꾼으로, 뒷수발꾼으로 사는 걸 아시나요?

일요일마다 등산 가야지 하고 벼르고 있는데, 지지난 주 한 번 갔다온 후

결국은 어제도 마당에서 징-한 일을 시작하는 ㄴㅁㄲ 때문에 주저앉고 말았습니다.

물 한 잔 갖다 주는 사람 없이 혼자서 일할 걸 생각하여 못 갔으니 누구 탓할 일이 아니지만 말입니다.

 

그리곤 내내 일하는 ㄴㅁㄲ 옆에서 이것만 하고 말아야지 하던 게

삼사일에 걸쳐 하던 배수로 마저 다 쳐내고, 화단 구석구석 쌓인 낙엽 걷어내고, 담장 밖 능소화 가지 늘어진 밑의 구질스런 것들을 다 치우고,

간식 내어오고...결국은 마당꾼으로 하루를 보냈습니다.

아, 중간에 한 시간은 집 뒤쪽 차 안 다니는 길을 랑이, 단이 풀어서 같이 걸었습니다.

덕분에 두 녀석이 행복해 했습니다. 

 

오전에 잠시 사진 찍고 온 ㄴㅁㄲ은 어제도 한나절(반나절?)은 '의지의 한국인'이었지요.

 

 

위의 사진은 지난 가을의 사진입니다.

집으로 들어가는 잔디밭을 사이에 두고 왼쪽, 오른쪽 화단이 있고, 오른쪽 화단과 담벼락쪽 화단 사이에도 보도블럭이 깔려 있었지요. 

그런데.........

 

어느 날부터 랑이, 단이를 종일 묶어놓고 있는 게 마음에 걸렸습니다.

자주 풀어주지만 돌아다니며 뭘 먹는지, 또 큰길까지도 가끔씩 나가곤 해서....  울타리가 있음 풀어놓았으면.... 생각만 했지요.

그러다 '집 전체 울타리는 칠 수 없지만 화단 하나 정도에 펜스를 쳐서 그 안에 풀어놓으면 어떨까...' 라고 그만 말을 했습니다.

 

말 꺼낸 저는 그게 얼마나 큰일인지 상상도 못 하는데 일이 시작되었습니다.

저 위의 왼쪽 화단을 개 놀이터로 하고, 하는 김에 오른쪽 화단 사이의 블럭을 다 덜어내고 오른쪽 전체를 채마밭과 화단으로 만들자구요.

그래서 며칠 전부터 돌을 걷어내어 대문께부터 일자로 모양 좋은 돌들로 다시 세우고, 그 안의 블럭을 다 덜어내었지요.

어제는 개 놀이터가 될 화단의 흙을 다 퍼내어 오른쪽 블럭 덜어낸 자리에 갖다 옮기는 일을 오후 내내 ㄴㅁㄲ은 했습니다.

다시 한 삽 뜨기 수행을 하였지요.

 

 

 

 

드디어 나무 주위만 빼고 흙을 다 퍼내었습니다.

오른쪽 화단의 구루마 들락거린 곳에도 보기좋은 돌을 다시 채워 넣고....

 

 

 

 

흙을 고르고는 고랑까지 만들었습니다. 감자 심고 할 자리에 비닐까지 깔아놓겠다고 하더니 해가 져서 그건 못 했습니다.

그리고 아래 사진은 오늘 저녁 먹기 전 사진입니다. 

돌을 안으로 들여넣은 빈 자리에 잔디를 잘라와서 채워넣고 있습니다.

 

 

 

그러는 동안 목공실 앞에서 마당 중간으로 옮겨놓은 두 녀석의 모습입니다.

한없이 느긋하고 낭창한 랑이는 예의 그 편한 폼으로,

단이는 내가 마당에 있는 동안은 내 움직임 따라 내내 종종종종.....  둘 다 지 성질대로 놉니다.

 

웃기는 건....

어제 담장 밖에서 능소화 마른 가지를 자르고 있을 때

우리 동네 뒤로 등산을 갔다오는 사람들 몇이 지나가며 하는 말이

'일꾼 사서 일하나 보다....

마당이 넓으이 오만 게 다 있네....' 그러지 않겠습니까?

듣는 순간에는 나를 일꾼으로 생각하나 싶었는데

가만 생각해 보니 일 서툰 나를 보고 하는 말이 아니라 흙 퍼나르고 있는 ㄴㅁㄲ을 보고 한 말이어서....

 

저녁 먹다가 깔깔 대었습니다.

그래서 ㄴㅁㄲ을 일꾼으로 부리고 있는 가을하늘로 다시 돌아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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