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ㄴㅁㄲ이 말했습니다. 피(?)같은, 살같은 쨈이라고!
어제 밤을 생각하면 정말 피같은 쨈입니다. 우리집 마당에서 난 앵두로 노동과 시간과 조바심과 즐거움으로 만든.....
올해도 앵두가 많이 열렸습니다.
앵두꽃은 이쁘지만 앵두를 사과나 포도처럼 먹을 일도 없고..... 해서 뽑아내려고 했었지요.
그러다 바람재 모임에 앵두 한 상자를 들고오신 으름꽃님의 앵두를 보고는 그냥 두었습니다.
올해는 앵두를 먹는 방법을 찾아 인터넷 서핑을 했습니다. 소화에도, 미용에도 좋다 해서....
앵두쨈으로 당첨!
생애 세 번째 만드는 쨈입니다.
세 번째???? - 아시는 분은 아시지요?
금요일 학교 갔다와서 두 나무의 것을 까치밥 정도 남기고 따니 6kg이 넘었습니다.
당근! 따는 것도 일입니다. 모든 일엔 숙련이 필요하지요. 처음엔 한 알씩 따다가 요령이 생길 즈음 끝났습니다.
마당의 수도에서 씻어 건져 놓았다가 어제 오후에 쨈 만들기에 들어갔습니다.
위 사진의 양의 두 배쯤 되어서 곰국 끓이는 큰 솥에다가 시작하였습니다.
아직도 시행착오! - 불에 얹었다가 물이 나오기 전엔 바닥의 것이 탈 것 같아서 전문가에게 전화했지요.
쨈 만들 때 물 안 붓지요? 그럼 타지 않나요?
ㅎㅎ 주걱으로 좀 으깨어 국물이 나오게 해서 불에 얹어야 한다고......
그런데도 한 건 했습니다.
얹어놓고 누마루에 빨래를 널면서 설마? 그래도 혹시나?
해서 와보았더니 세상에나 ~~~~~~~ 나 미치!
절대 안 넘을 것 같이 미적거리던 것이 어느새 펄펄 끓어 렌지 위에 앵두물이 난리였습니다.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는 일 중의 하나가 벌어졌습니다.
멀쩡한 행주 세 개나 앵두물을 들이고 난리를 친 다음 앵두를 만져보니 으깨어질 것 같아 넘친 김에 식도록 내려놓았습니다.
9시에 저녁을 먹고 설겆이 하기 전 불에 올리려고 앵두씨를 걸렀습니다.
제가 본 래시피에선 양파망을 사용하라고 했지요. 아주 쉬운 듯이....
야! 그거 굳 아이디어네!
지난 번 포도쨈이 씨앗을 미리 빼고 해서 쉬웠던 고로 잠시 머리 속에 쨈 만들기는 쉽다!란 생각이 들어 앉아 있었나 봅니다.
게다가 양파망까정!
양파망을 사용하며 생각해 보니 그 래시피를 올린 넘(?)은 남자였습니다.
아내가 앵두쨈을 만들었다고.... 여러 가지 쨈 중에서 앵두쨈이 질 맛있다고 하더라고.....
아마 그 사람은 아내가 앵두쨈을 다 만들고 난 다음에 집에 왔을 것입니다.
처음엔 잘 빠지는 듯 하더니 어느 순간부터는 손에 너무나 힘이 들어 가고 더이상 짜지지를 않았습니다.
국화순 다 따고 저녁 먹고도 잠시 마당에 나갔다 온 ㄴㅁㄲ이 축구를 보다가 저거 언제 끝날까? 걱정이 되었던지 나섰습니다.
양파망의 부피를 반이나 줄여 주었지만 '이제 되었다. 이건 버리자!'하는데
사실은 수분만 빠져 나가고 정작 쨈이 되어야 할 앵두살은 양파망 속에 그대로 갇혀 있었습니다.
하는 수 없이 그때서야 부엌에서 모든 도구들을 다 꺼집어 내어 해보았습니다.
그나마 저 파란색 소쿠리가 효자였습니다.
그래도 바구니 안팎으로 묻고 남아 있는 앵두살이 아까워 하는 수 없어 물 두 컵 정도를 부어서 처리했습니다.
(*** 혹시 앵두쨈 만드는 법을 찾다가 들어오신 분을 위하여 수정합니다.
- 알고 보니 앵두를 처음에 푹 삶으면 그냥 소쿠리에 부어 흔들면 앵두씨만 남고 걸러내는 것이 일이 아니랍니다.
저는 그걸 모르고 처음 끓으면서 넘치는 바람에 불을 껐기 때문에 걸러내느라 무지 애를 먹었답니다.)
(*** 또 수정합니다. 제가 아는 선배님 왈 앵두씨가 산수유씨처럼 독성분이 강하다고.... 할 수 있다면 씨앗을 빼고 시작하면 좋지만 그게 안 된다면 설(살짝) 끓여서 걸러내고 해야 한다고.... 제가 실수로 설 끓였다 하니 오히려 그게 잘 한 일이라고 했지요.
검정 안 된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앵두쥬스를 만들어 드셨는데 설사를 심하게 했다고 했으니 힘들더라도 저렇게 살짝 끓이고 하는 것이 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다시 불에 올려놓은 것이 몇 시인지 모르겠습니다. 아마 11시나 12시쯤.....
한참을 끓이다가 설탕 3.5 kg을 넣어서 젓다가 놀다가 하는 사이에 ㄴㅁㄲ은 소파에서 잠들었습니다.
2시 가까이 되어 쨈양이 엄청날 것 같아 병들을 있는 대로 다 끄집어 내어 끓는 물에 2분 정도 넣어서 엎어 놓았습니다.
쨈은 찬물에 한 방울 떨어뜨려 보아서 퍼지지 않으면 다 된 것이라는데 도무지 응집력이 생기는 것 같지가 않으니....
지겨워서 꾀를 냈습니다. 컵에 조금 담아 냉동실에 잠시 넣어 보았지요. 그랬더니 그럴 듯 했습니다.
아직 톡! 떨어 뜨리면 그냥 물에 퍼지지만....
양파망을 믿었다 당했듯이 그 말만 믿다가 쨈이 아닌 고형물질을 만들까봐....
불 끄고 뜨거울 때 병에 담아 병을 거꾸로 잠시 세워 두고 뒷정리하고 나니 2시 40분이었습니다.
내려고 싸들고 온 시험문제는 손도 못 대었습니다.
내일 걱정은 내일이가 한다고 하느님이 말씀하셨으니... 쨈이 맛있게 된 걸 감사하고 잤습니다.
그래도 큰 병까진 사용하지 않을 양이었습니다.
아침에 빵에 발라 먹으니 딱 적당했습니다. 유기농 설탕을 넣어 당도는 조금 떨어지지만....
손톱에 앵두물이 들어 거무튀튀해서 이번 주엔 손 내밀지 않아야 합니다.
마당에 ㄴㅁㄲ이 뿌려놓은 야채들이 솎아 먹으면 지금 한창 맛있습니다.
매일 한 소쿠리씩 뜯어서 염소처럼 먹습니다. 삼겹살이나 꽁치나 고등어나 새송이 버섯을 구워서,
ㄴㅁㄲ의 웃기는 것 하나 - 쌈은 고기 구워 먹을 때만 먹는다, 그것도 한 장씩, 그것도 크면 상추를 반 잘라서.....
결혼하고 제일 웃겼던 것입니다.
다행인 것은 그렇게 채소를 별로 좋아하지 않던 사람이 우리집 마당의 것은 너무나 맛있게 먹는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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