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호재 이야기

[스크랩] 잠자는 사자를 건드리고 무사하다!

가 을 하늘 2010. 5. 29. 00:28

제목은 거창하지만 별 이야기는 아닙니다. 그냥....

 

요 며칠 쌀쌀했지요.

그래서 은근히 따끈따끈한 아랫목 생각이 나서 그저께부터 아래채에 군불을 지펴서 잤습니다.

2월 초 이후로는 아래채를 쓰지 않았기 때문에 청소를 제대로 해야 했습니다.

그저께 저녁 무렵 ㄴㅁㄲ이 군불을 지피는 동안 저는 문을 활짝 열어놓고 청소를 하였지요.

문제는 그 사이에 파리들이 여럿 들어온 모양입니다.

따끈따끈, 자글자글... 잠은 잘 잤지요.

어제 아침 난데없이 '우리집 사전에 없는' 새벽 5시 경 눈이 뜨였습니다.

파리 몇 마리가 어찌나 얼굴과 팔을 기어 다니는지..... 

덕분에 오랫만에 1시간 반 정도 일찍 일어나 이슬 내린 꽃들 사진도 찍고, 단이 랑이와 놀아도 주고 했습니다.

 

<샤스타 데이지꽃이 피었습니다. - 이건 제 사진입니다.> 

........................

경험상 어제 밤에 자러 갈 땐 파리채를 챙겨 내려 갔지요.

그리곤 몇 마리 사망을 시키고는 잤습니다.

두 사람 공통점은 잤다하면 한 번도 깨지 않는, 모든 모닝콜들이 울려야만 일어나는 숙면입니다.

그런데 어제 저녁에 눈에 뜨이지 않은 파리 두세 마리가 있었는지

오늘 아침 잠도 채 깨기 전에 얼마나 괴롭히는지.....

견디다견디다 일어나 앉은 제가 무심코 파리채를 들고보니

ㄴㅁㄲ의 왼쪽 귀 바로 옆 그것도 베게 위에 한 놈이 앉아 있었지요.

아무 생각 없었습니다.

오직 그 놈을 잡겠다는 일념으로 ㄴㅁㄲ의 얼굴 가까이 제 상체를 숙이고는 파리채를 팍!하고 내려쳤습니다.

 

무슨 일이 났을까요? 

생각도 못한 일이었습니다.

그때까지 까맣게 자고 있던 ㄴㅁㄲ이 그렇게 놀라서 벌떡 일어날 줄은,

그리고 그 순간에 그 쎈 팔꿈치(혹은 손목?)가 제 왼쪽 턱을 한순간에 빡 하고 날렸습니다.

저는 고개가 돌아간 줄 알았습니다.

그제서야 제가 무슨 짓을 했는지 깨닫고는 미안하고, 무안하고, 그리고 아파서

파리를 잡았느냐고 묻는 소리에 그냥 그러고 말았습니다....

입 안에 살덩이가 하나 터들터들한 느낌이 있었지만 다행히 고개는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습니다.

아침에 화장하면서 보니 왼쪽 턱이 아주 조금 부은 듯 했지만 눈티 방티는 되지 않아 다행이었습니다.

 

그런데 아까 퇴근 후 문경의 더바님 아드님의 '결혼 전 피로연'에 다녀 오며 이야기하다가 둘 다 배를 잡았습니다.

그때까지 ㄴㅁㄲ은 아침에 자신이 팔꿈치로 제 턱을 날린 줄을 모르고 있었지요.

전 또 당근 아는 줄 알았구요. 

턱이 아프다고 해도 잠을 잘못 자서 그런 줄 알았다고....

신새벽에 그리 쎄게 내리치면서 무슨 일이 생길 줄 생각을 안 했느냐고...

결국, 잠 자는 사자를 건드리고도 그만하길 천만다행이라고.... 까정.

고등학교 때 아침 잠 깨우는 아버님 입을 잠결에 들고차서 아버님 치아 하나(그때는 몽땅이라고 ....)를 부러뜨린 

전적이 있는 무서운 사자를 제가 정말 아무 생각 없었지요.

코뼈가 부러지거나, 눈티 방티가 되거나 이빨이 부러지거나 하지 않고

턱이 조금 우리하고 입안의 살 껍질만 느들거리는 것으로 무사하니...... 천만다행이지요.  

 

 

 

 

분홍빛 안개꽃과 블루플랙스, 그리고 마가렛뜨(이건 샤스타데이지와는 조금 다르지요)가 한창입니다.

<위 세 장은 ㄴㅁㄲ이 찍은 것입니다. > 

 

출처 : 바람재 들꽃
글쓴이 : 가을하늘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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