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이 우울한 날이 있다. 이유없이.... (그러나 -- 이유가 없을까?)
그런 날에는 누군가가 나를 발로 차면 나는 넘어져서 일어나지 못 할 것 같다.
어제가 그랬다. ...........
.......오후에 다른 일은 두고 사제 서품 미사에 참석하다.
30분 정도 일찍 갔지만 목성동 성당은 이미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이야기로만 들었던 사제 서품식을 좀더 잘 보고 싶어 3층으로 올라가다.
성가대 사이 계단에 발을 쪼그리고 겨우 앉았다.
미사가 진행되면서 알게 되었다.
사제 서품 받으시는 분과 개인적인 친분이 없어도 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그 미사에 참석하는지를.....
때로는 형식을 다 갖추는 것이 참 아름답다고 느낄 때가 있다.
카톨릭에서는 혼배 서약 때도 그렇지만 사제 서품을 받을 때도 단순히 '예'라고 대답하지 않는다.
부사제로 한 분, 사제로 두 분 .... 세 분은 이름이 불리워지자
'예, 여기 있습니다.'하고 마치 예수님의 부름에 대답하듯이 큰 소리로 대답하고 제단 앞으로 나아갔다.
주교님께서 독신의 사제로서 살아갈 삶에 대해 한 가지 한 가지 확인을 하실 때마다
'예, 서약합니다.', '예, 청하겠습니다.' 하고 하나하나 자신의 의지를 담아 답을 하는 것이다.
서약을 확인한 후엔, 제단 위의 60명이 넘는 교구 사제들과 모인 모든 이들에게도 그 분들의 사제 됨에 이의가 없는가를 묻는다.
여기까지 모든 순서는 서품 받으시는 한 분 한 분씩 하다.
그리고 나면 주교님이 제단을 향해 무릎을 꿇어 앉고 그 뒤로 하얀 광목같은 천이 펼쳐졌다.
그 천 위에 곧 사제가 될 세 분이 세상에서 가장 낮은 자세로 온전히 자신을 엎드렸다. (가장 보고 싶었던 광경이었다.)
무릎 꿇은 주교님과, 사제가 되고자 서약을 하고 하느님 앞에 엎드린 세 분과, 거기 모인 모두는
새 사제를 위하여, 또 우리 모두를 위하여, 그리고 이 땅의 평화를 위하여 아주 긴 기도를 드렸다.
성가대의 길고 아름다운 노래로....
성가대의 (독창)소프라노가 성인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부를 때마다 성가대원들이 조금씩 가사가 바뀌면서 기도문을 노래하였다.
'성 대건 안드레아!'........ '우리를 위하여 빌어 주소서'...........라는 소리가 귀에 내내 남아 있다.
그런 후엔 주교님이 머리 위에 손을 얹어 침묵의 축복을 해주시고, 사제들이 차례로 그 세 분에게로 가서 역시 침묵의 축복을 빌어주셨다.
특이하게도 주교님과 모든 사제들은 마지막 사제가 축복을 마치고 돌아올 때까지 축복을 한 손을 들고 계셨다. .....
그리고 사제복을 입혀 주면 이제 그 세 분이 동료 사제들에게로 가서 한분한분 서로 껴안고 축하의 인사를 나누었다.
앉아있는 우리 모두는 내내 자근자근 자근자근! 박수를 쳤다.
그리고 성체성사를 하다.
맨 마지막 순서는 사제가 되신 분들이 모인 이들 앞에 서서 손을 들어 첫 축복기도를 해주시는 것이었다.
"여러분은 이제 막 사제가 되신 분의 첫 축복 기도를 받기 위해 일어 서십시오!"
많이 더운 날 서로 살이 닿도록 빽빽이 모여 땀 흘리며 소리없이 부채질까지 해야 하면서도 그 긴 시간이 참 아름다웠다.
누구나 자신들의 처음을 되돌아보고, 서로가 기쁜 마음으로 하느님의 축복과 평화을 빌어 주는 시간이었다.
나도 그냥 힘들었던 마음이 그곳에서 한꺼풀 씻기우고 나온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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