폼 나는 집만 지어놓고, 마당을 정리하고 있지만 우리집엔 아직도 울도 담도 없습니다.
사람이 제일 많이 다니는 일부쪽에만 담을 세우고, 대문 기둥과 대문은 만들어 세웠지요.
그렇지만 대문은 사람과 차가 드나드는 역할만 할 뿐입니다.
담이나 울은 천천히 해야지 하지만 불편한 것이 두어 가지 있지요.
그 중 하나가 개들을 풀어놓을 수가 없는 것입니다.
평소에 엄전한 단이는 목줄을 풀어주면 치타처럼 온마당을 두어 바퀴 환희의 질주를 하고는 우리 주변을 또는 집밖을 나갑니다.
신기한 건 단이는 나가서 10분을 못 놀고 들어와서 매달렸다가 또 나가곤 하지요.
그게 이뻐서 풀어 놓아주곤 했는데 문제는 랑이입니다.
랑이는 풀었다 하면 단이에게 돌격 앞으로 해서 그 바람에 단이도 도로까지 달려 나가지요.
또 랑이는 나갔다 하면 어두워질 때까지 들어오지 않고 온 동네를 휘젓고 다닙니다.
기웃거리는 집집마다에 매어있는 동네 개들이 짖어대고,
심지어 앞집 닭을 물어죽이기 직전에서 할아버지에게 혼줄이 난 적도 있지요.
그래 놓고도 닭 쫓는 재미를 알아서 또 그러는 바람에 랑이는 이제 풀어줄 수가 없습니다.
단이만 풀어주면 랑이는 샘이 나서 넘어가지요. 대신 안아주거나 줄 맨 채로 데리고 다녀 보지만...
요즘엔 그 넘어가듯이 짖는 일도 안 하고 단이 나간 곳만 쳐다보고 있으니 영 안 되어 보입니다.
그래서 마음 같아선 담을 빨리 하고 싶지만 여러 가지 사정상 쉽지는 않습니다.
그런저런 고민으로 대문 쪽과 앞집과의 경계 일부분이라도 나무를 심기로 했습니다.
식물원에서 쥐똥나무나 사철나무보다 더 낫다고 '남천'이란 나무를 소개해 주었지요.
이견이 있기도 했지만 결국 지난 금요일 밤에 남천나무를 110그루 받았습니다.
평생 식목일을 식목일답게 보낸 것이 처음입니다.
다행히도 기원이가 때맞추어 와서 토요일엔 나무 심을 곳 정리하는 아빠를 도와 무거운 벽돌을 다 옮기고,
일요일엔 저와 둘이서 남은 나무 70 그루를 다 심었지요. 아빠는 고향에 가야 할 일이 생겨서...
아들 덕을 톡톡히 보았지만 저녁엔 파김치가 되었지요.
그래도 뿌듯했습니다. 어쩌면 하루 노동량으로는 손꼽히는 날이었을 것입니다.
나무가 비싸서(?) 더 빽빽이 심지 못 했으니 단이, 랑이가 못 나가도록 울타리 역할을 할려면 어느 세월일지 모르겠습니다.
남천을 배달하러 온 차에 실려있던 홍매화도 내려서 심었습니다.
마당엔 진달래가 피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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