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호재 이야기

[스크랩] 하루밤 자고 왔더니.... (오늘 희호재에서는!)

가 을 하늘 2009. 2. 27. 01:09

 

봄방학 내내 와계셨던 엄마가 어제는 대구로 돌아가셔야 했지요.

가시는 길에 나도 함께 가서 ‘노트르담 드 파리’를 보았습니다.

미리 줄거리를 뽑아 가서 엄마와 올케와 함께 예습까지 하였지만

워낙 대사 전달이 되지 않고, 이런저런 이유로 뮤지컬은 감동이 그다지 크지 않았습니다.

더욱이나 엄마는 많이 지루하셨지만 뮤지컬이란 걸 함께 본 걸로 족하셨지요.

어쨌던 보고나니 곱추인 콰시모도 역을 맡은 배우의 풍부하고 가슴 저리게 하는

목소리만 남을 뿐 많은 것이 아쉬웠습니다.

뮤지컬이 밤 10시에 끝난 고로 엄마와 함께 자고 오늘 오전에 집으로 왔지요.


정원일이랑 모든 정리를 끝내고 나면 나무꾼은 새 카메라를 사려고 했었지요.

그런데 갑자기 아래채에 구들을 놓고 싶어지고 난 다음에 저와 타협을 했습니다.

카메라 살 돈으로 구들을 놓자구요.

뭐 전 나가는 돈은 같으니 상관 없겠다 싶어 동의를 했습니다.

덕분에 요즈음 뜨뜻한 구들방에서 자고 있습니다.

오후쯤에 군불을 떼면 서서히 방이 데워져서 다음날 오후까지도 뜨끈뜨끈하답니다.

구들방은 사람 몸에 좋고, 전기료도 절약되고,

무더기로 사람들이 놀러 와도 잠자기 편하여  아주 희안합니다.

게다가 뜨끈뜨끈하다니까요.

 

그렇지만 나무꾼이 애를 먹었지요.

아마츄어적인 구들쟁이(?)의 디모도 하고, 그 많은 흙 치우는 뒤처리에....

게다가 어떤 쟁이들도 ‘이건 겨울에 할 일이 아닙니다. 봄 되면 하세요.’라고 말하지를 않지요. 기막히게두요.

집 지으면서 석유난로 켜놓고 황토와 회가 얼지 않도록 애를 먹었던 것 못지않게

나무꾼은 구들을 말리는 일로 2월을 다 보내었습니다.

그랬지요.....

 

그랬는데 나무꾼이 말했습니다.

카메라가 거진 수명이 다 되었다구요. 사고싶었던 카메라의 보급형이 나왔다구요.

그러니 어쩌겠습니까?-----------

나무꾼은 어제 새 카메라를 샀습니다.


오늘 오전에 나무꾼은 안계 장터에 나가고, 저는 집으로 왔지요.

아래채 구들방 문을 여니 이상한 냄새가 진동을 하였습니다.

이불을 들추니, “끼약!------------”

어제밤에 군불을 얼마나 땠는지 연기인지, 김인지가 스멀스멀 올라왔습니다.

나무꾼이 작년 1월 베트남 여행 갔을 때 사온 라텍스 요를 무지 편하게 쓰고 있는데,

그 라텍스가 반경 3,40cm 정도 새카맣게 녹아서 찐득찐득 요호청에 붙어 있었습니다.

라텍스가 고무 성분이니 오히려 고온에 약한 것 같습니다.

타기도 전에 녹은 셈이니까요.


조금 전에 녹은 부분은 동그랗게 잘라내고 시커매진 방바닥도 닦고 뒷처리를 하였지요.

요호청은 아예 바꾸어야 할 것 같습니다. 속통은 붙어 왔지만 겉통은 돈을 꽤 준 것인데...

냄새랑, 구멍 난 라텍스랑, 새로 들어갈 돈이랑......

속 상한 것이 이만저만이 아니어서 짜증이 났지만

그래도 그만하길 다행 아니냐고 합니다.

다행이지요------------!


하루 저녁 집 비운 댓가가 심합니다.

그래도 사람도, 집도 무사합니다.

라텍스는 빵구가 났지만요....

출처 : 바람재 들꽃
글쓴이 : 가을하늘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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