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전쯤 희호재에 새 식구가 둘이나 늘었습니다.
우리 식구를 참 좋아하는 어떤 선생님 덕분에 안동의 유기견 보호소에서 바둑이 두 마리를 데려 오게 되었지요.
한 달 사이에 이 녀석들 때문에 일어난 일들을 다 쓰려면 또 몇 탄까지 가는 시리즈를 올려야 하겠지만....생략하렵니다.
유기견 보호소 마당에 차를 대고 내리는 순간 그건 충격이었습니다.
우리에 갇힌 개들은 낯선 사람을 향해 짖어대는 것이 아니라 꼭 사람처럼 저를 데려가 달라고 하는 몸짓 그 자체였지요.
포메라니언 한 마리(숫놈)를 안고 나오다가 입구에 따로 묶여있는 발발이(암놈)를 보게 되어
결국 뜻하지 않게 두 마리를 데려오고야 말았습니다. 차마 먼저 선택한 놈을 내려놓을 수가 없었지요.
그 때문에 일 주일만에 대구(유기견에 한해 1/4가격에 일주일 입원치료까지 해주는 곳이 있어서)까지 데리고 가고 데려오고 하면서 수술까지 하여야 했지요.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무엇보다도 내가 나자신에게 놀라고 있습니다.
저는 개를 끔찍이 싫어하고 무서워 하였지요.
더구나 개를 안고 다니거나, 개 이야기를 자식 이야기하듯 하는 사람을 이해하지 못 했지요.
그런데 한 달 사이에 '해보지 않은 일에 대해 함부로 말할 일이 아님'을 너무나 절실하게 깨달았지요.
저는 의젓하고 엄전한, 그러면서도 뒷발로 반듯이 서서 마치 아기가 엄마에게 매달리듯 앞발로 제 팔에 매달리는 발발이 녀석이 훨씬 더 마음에 들지요.
그러다보니 어느새 편애를 하는 것이 촐랑대고 까부는 작은 놈에게도 느껴지나 봅니다.
어느 날 삐진듯이 구석에서 나오질 않아 깜짝 놀랐지요.
개의 인지 능력이 어디까지인지, 그리고 어떤 감정까지 느끼고 표현할 수 있는지 앞으로 알아갈 일입니다.
엄전한 녀석에게는 '단'이란 이름을, 작은 포메라니언이 섞인 녀석에겐 '랑'이라는 이름을 붙여 주었습니다.
'단'은 지혜롭고 의젓해 보여서 우리가 좋아하는 어떤 분(?)의 이름에서 한 자를 따왔지요.
'랑'은 워낙 까불고 매달리고, 입맞추고, 혀로 핥아대서 우리 기원이가 사랑에 목마른 녀석이라고 붙여 주었는데
지금은 보니 촐랑이의 '랑'입니다.
제가 요즘 이렇게 뻑하면 바둑이 이야기를 한답니다.
조심할 것은 개를 키워본 사람하고만 개 이야기를 해야 하지요.
아님 옛날의 저처럼 정신나간 사람으로 볼 테니까요.
개 데려오자마자 첫 추위가 와서 남편은 밤 10시에 황토벽돌에 보온재 덮어 개 집 지어주고는
낯선 집에 안 들어가는 개를 끌어안고 둘이서 개집 안에 기어들어갈 듯이 하기도 했지요.
잠시 풀어주면 엄전한 녀석이 마치 날쌘 표범처럼 달리는 게 신기해 두 마리를 풀어주었더니 어제는 둘 다 집 밖으로 나가서는
단이는 내가 부르는 소리에 달려와 안겼지만 랑이는 우리 둘이를 피해 마치 약 올리듯이 동네 구석구석으로 도망을 가서
어제 오후엔 둘이서 온 동네가 시끄럽도록 랑이를 잡으러 다니기도 했지요.
일은 많아졌지만 식구가 늘어 삶이 좀더 풍성해진 느낌입니다.
우리집 두 식구가 이렇게 생겼답니다.
한 살 정도 된 발발이 '단'입니다.
저만 보면 이렇게 서서 앞발로 제 손을 잡으려고 하지요.
저는 단이의 이 표정을 좋아합니다. 학교에 가서도 보고싶지요.
작은 개구장이이자 샘통인 '랑'의 모습입니다. 얼굴 표정에서도 심술이 보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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