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들 행복한 추석을 지내셨나요?
저도 어머니 뵙고, 엄마 보고 추석날 돌아왔습니다.
마당에 바쁜 일을 남겨둔 남편의 재촉 때문에 시누이들과 재미있는 이야기도 못 나누고, 형제들과 만나 연례행사로 하는 훌라도 못 치고 왔지요.
추석 전 올린 글에 댓글 달아주신 부지런한 들꽃님들께 이제사 답글 달기가 싱거워 아래 사진으로 대신합니다.
맛있는 찰옥수수 드세요.
봄(인지 여름인지...)에 학교에 뿌리고 남은 옥수수 씨앗을 마당 넓다고 강제로 받았지요.
사실 그때는 마당이고 경계고 정리가 안 되어 뿌릴 곳이 마땅찮았지만 할 수 없이 받아왔습니다.
한 주먹양만큼 밖에 안 되는 것이 심을려고 하니 얼마나 많은지..... 아마도 2,3주 걸려 틈 날 때마다 심다가 나중에는 그냥 한 구멍에 다섯 개, 열 개씩 막 뿌렸지요.
그리고 얼마 지나니 새싹이 나오고, 그 새싹이 한 뼘, 두 뼘 자라니까 아무 데나 마구 심은 것을 마당 끝쪽으로 두 포기씩 옮겨 심는데 또 한참이 걸렸습니다. 뒤안으로 앞마당 끝으로 장독대 뒤로 하여간에 재바르지 못한 저는 끙끙 대면서 할 수 있는 만큼 옮기고 나머지는 또 그냥 두었습니다. 한 곳에 다섯여섯 뿌리씩 싸워도 할 수 없었지요.
그랬는데.....
어제 저 혼자 학교 안 가서 룰루랄라! 도예공방에나 가야지 했는데 그만 옥수수에게 붙들리고 말았습니다.
국화 물 주는 저에게 앞집 아지매가 '아이구! 옥수수 따야지 돼요. 더 늦어지면 단단해서 못 먹어요' 했지요.
결국은 국화 물 주고, 국화밭에 잡초 뽑고, 끝물인 고추나무(?) 다 뽑아내어 고추 따고, 넘어지는 국화 지주 세워 묶어주고, 그리고는 옥수수를 땄습니다.
너무 잘아서 먹을 수 있을까 싶어 까보았더니 세상에나!
옥수수가 반짝반짝 꼭 석류알 같았습니다.
얼마나 예쁜지, 거기에 반해서 한나절을 땀 흘리며 옥수수 수확을 했습니다.
네 시 오 분 전, A4 박스 두 박스를 만들어 시내 우체국에 가서 택배로 부쳤지요. 무엇보다 옥수수 좋아하는 큰동생과 동네 친구분들에게 수다스럽지 않은 자랑을 하시면서 함께 드실 어머니에게 부칠 수 있어 참 좋았습니다.
그리고는 간단히 장 보고 오니 한가로울 것 같은 하루가 빡빡하게 지나갔습니다.
부모님이 농사 지어 부쳐주는 먹거리를 받아 먹는 사람들이 그 수고를 얼마나 알까요?
이 작은 수고를 해놓고 그 생각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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