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호재 이야기

우리집 부자

가 을 하늘 2008. 8. 26. 12:25

-----  단비님을 비롯하여 나무꾼을 보고싶어 하시는 분들을 위하여

 

여름 내내 마당에서 일하고 있는 남편과 아들의 모습입니다.

우리집에 들러시는 분들이 보면 그냥 '많이 변했구나!' 싶겠지만 옆에서 매일매일 일하는 것을 보는 저는 정말 이게 사람이 해내는 일일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사 오고 6개월이 지났습니다. 처음 두 달 정도는 계속 사람을 썼지만 남을 시키면 일하는 양과 해놓은 결과가 우리 생각과는 다르지요.

그래서 남편은 쉬엄쉬엄 우리가 하지 생각하면서 일을 시작했는데 참 초인적이다 싶지요. 아주 가끔씩 일을 쉬기 위해 사진을 찍으러 가는 것 외에는 눈 떠서 잠 잘 때까지, 집중력과 끈기, 완벽성(?), 게다가 창의성이나 공간 지각력까지 보태어서 어떤 일이든 대충 하지 않고 줄기차게 정말 많은(이 말로는 표현이 부족한) 양의 일을 했습니다.

오늘 아침 개학 후 첫 출근을 앞두고 남편이 말하길 '방학 때 일한 양을 돈으로 치면 몇 백만원 어치는 될거야'라고 했지요.

집 지으면서 여러 번 '때를 따라 돕는 은혜'를 생각하였는데 또 하나가 올해 5월에 제대한 아들 덕을 톡톡히 보는 것도 아주 큰 것 하나입니다.

자주 훌쩍 나가 놀다 오지만 남편은 그럴 때는 또 잘 이해해 주어, 있을 때는 두 부자가 보기좋게 일을 하지요.

아빠보다 무거운 것도 잘 들고, 씩씩하게 장정의 역할을 잘 하고 있어 두 부자가 코드가 잘 맞고 있습니다.

그래서 가끔씩 50대 여자에게 꼭 필요한 것 중 하나가 딸이라는 걸 실감하게 하지요.

둘이 눈 맞추고 저를 놀려서 가끔씩 소외감을 느끼기도 한답니다.

아마도 내년에 복학하고 나면 이렇게 집에서 아들 녀석과 스킨십을 하면서 편안한 이런 시간은 거진 없겠지요.

그래서 이 순간의 행복을 감사하면서 지냅니다.

 

빛이 부족한 시간에 찍어 잘 나오진 않았지만 두 사람의 모습입니다. 마당 전체에 배수로를 만들고 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