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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창, 가보셨나요?

가 을 하늘 2025. 1. 24. 01:06

걷는 걸 좋아해서 한 달에 한 번씩 날을 잡아 좀 많이 걷는 친구들이 있습니다.

다들 고만고만하고 걷기를 좋아하다보니 움직이는 반경이 조금씩 넓어졌지요.

그러다 마침내는 넷이서 2박3일 정도의 여행을 가기로 하였습니다.

돌아가며 맡는 총무가 마침 저여서 어디로 갈까 열심히 고민했지요.

겨울이니 남쪽으로 가자! 고들 해서 눈이 쌓였을 지리산보다 더 따뜻한 남쪽을 찾다보니 고창이 생각났습니다.

인터넷으로 찾아보니 람사르 습지, 고창 읍성, 운주사 등 갈 곳이 많아 2박3일 여행 코스로는 괜찮을 것 같았지요.

고창...  은 무엇보다 바람재 식구인 들꽃이야기님이 계셔서 더 좋지요.

아는 사람이 있는 곳을 가면 어디를 갈지, 어디에서 묵을지, 뭘 먹을지 등 얻을 수 있는 팁이 많잖아요.

덕분에 네 사람 모두 좋아하는 자연 속을 다니며 각자의 몸에 걷기 보시를 많이 한 평화로운 여행을 하였답니다.

누군가가 '이뿌고 사랑스런 여인'이라고 말한 들꽃이야기님도 만났구요.

 

첫날은 안동에서 서너 시간 걸리는 길을 열심히 달려 1시 조금 넘어 도착하여

고창읍성을 돌아보고 거기서 20분 거리인 작고 예쁜 무장읍성을 갔습니다. 

 

 

 

고창읍성은 읍성 안에 산을 끼고 있어 오르내림이 있고, 울창한 대나무숲이 장관이었지요.

대나무가 얼마나 굵고 푸른지 저절로 '청송녹죽'이란 말이 떠올랐습니다.

왜구가 쳐들어오면 낫으로 대나무 하나를 자르면 몇 명의 손에 들릴 죽창이 될 수 있었겠다 싶었지요.

성 안의 길들과 성 둘레로 난 길들이 흙길이어서 걷기엔 딱인데 둘레길은 다음으로 미루고

부근의 전통시장까지 걸으며 길도 집도 장에서도 풍기는 시골 모습들을 즐겁게 구경했습니다. 

 

 

 

고창읍성보다는 작은, 그래서 아담하고 이쁜 무장읍성에 오른 모습입니다.

여기로 가는 길에 들꽃이야기님이 전화해서 오시겠다고....

읍성 안의 성곽 바로 옆으로 난 높다란 길을 걷고 있는데 오셨지요.

손잡고 언덕에서 입구까지 걸어오며 잠깐 이야기를 나누고 친구들 손까지 따듯이 잡아주고 

2박3일 간식거리랑 친구들 것까지 챙겨 마련해 온 선물을 주고는 저녁을 같이 먹자 해도 가셨지요.

일행이 있어 꼭 붙잡기도 뭣하고 해서 아주 잠깐 만나고 헤어지고나니 돌아오는 차 속에서 내내 마음이 짠했습니다. 

 

저녁 먹고 들어가서는 술도 한 잔 하고, 두 명은 알고, 두 명은 모르는 '훌라'라는 카드 놀이도 했지요.

그래서 다음날 점심 살 사람도 정하구요.

 

 

유스호스텔에 묵어서 아침꺼리를 간단히 챙겨갔지요.

누룽지탕과 토마토에그스크램블과 샐러드, 요거트, 과일로 아침을 든든히 먹었습니다. 다음날은 떡국을 먹었구요.

 

 

둘째날은 운곡습지와 고창갯벌에서 놀았습니다.

네 사람의 능력으로는 3시간 30분 걸린다는 2코스를 걷고 싶었는데 중간에 사유지 관련하여 길이 막혀 있다고....

그래서 유스호스텔에서 조금 걸어 지도 속 왼쪽 위에 있는 운곡습지 탐방안내소까지 가서 탐방차를 타고 현위치까지 가서

거기서부터 오른쪽 아래에 있는 고인돌유적지 내의 탐방안내소까지 1코스를 안내판과는 거꾸로 걸었지요.

나중에 들꽃이야기님이 말하길 어쩌다 멧돼지가 나오는 곳이어서 말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했다고....

 

 

 '세계 최대의 고인돌 300톤'도 보고... 

 

 

'생태덤벙' 주변으로 난 데크와 작은 다리를 건너면

생태연못 주변으로 습지를 탐방할 수 있는 습지 위 데크길이 있구요.

 


겨울새들이 놀고 있는 운곡저수지를 지나는 걷기 좋은 가마니 깔린 흙길이 나타나지요.

 

 

저 기분좋은 길들을 걷다보면 어느새 고인돌공원에 다다릅니다. 

 

 

 

설명서에 의하면 고인돌이 사백몇십 개가 있다고 했는데 번호는 왜 2000 단위가 넘는지 그 궁금증은 풀지 못 했네요.

 

늦은 점심을 먹고 들꽃이야기님이 알려준 들꽃카페에 가서 잠시 쉬고는 고창갯벌의 '바람공원'으로 갔습니다. 

우리가 여행 다닌 삼일이 모두 대기질이 안 좋은 관계로 해넘이도 이렇게 아스라한 빛깔이었지요.

 

 

 

 

 

해넘이 전에는 까마득히 쓸려가있던 썰물이 해넘이를 보고 눈을 돌리니 벌써 저렇게나 밀려 들어오고 있어 신기했습니다.

 

 

마지막날에는 선운사를 갔습니다. 

겨울이라 사람이 없어서일까요? 아니면 건물들이 산 바로 아래로 자리잡아서일까요?

건물이 아주 많은 큰절인데도 고즈넉한 느낌이어서 좋았습니다. 어쩌면 절이 넓은 평지에 앉아서일지도 모르겠네요.

경내를 보고 꽤 떨어진 도솔암까지, 그 위로 더 올라가 바위에 새긴 부처님을 모신 내원궁까지 갔다가 왔지요.

 

 

 

 

 

 

선운사의 풍광을 제대로 보려면 세 번은 더 가야 할 것 같습니다.

대웅보전 뒤 산자락에 가득찬 동백나무에서 붉은 꽃들이 툭 툭 떨어질 때와

위 사진들 속에서처럼 나이 든 여러 그루의 배롱나무에 꽃이 가득일 한여름에,

그리고 주차장에서 걸어 들어오는 곳부터 도솔암 가는 길에 지천으로 핀 꽃무릇이 불타는 듯 꽃들을 피울 때이지요.

일단은 올 9월 꽃무릇철에 선운사 템플스테이를 오자고 친구와 말은 주고받았지요.

 

 

 

 

저 꽃무릇들이 다 사라지고 새로이 꽃들만 틔워 올리면 어떤 장관이 펼쳐질지, 또 그걸 보러 다시 갈 수 있을지요.

 

첫날은 12000보, 둘째날은 16000보, 마지막날은 18000보 가까이 충분히 걸었습니다.

여유있게 다니고, 많이 걷고, 식성이 비슷해 과식 않고 적당히 먹으며 다녀 쾌적한 여행이었지요.

60대 중후반을 넘기며 아직은 건강한 우리 자신과 그 누군가에게 감사하고

그러면서도 가끔씩 보게 되고 듣게 되는 한심한 윤에게 분개하며 다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