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재들꽃 카페 초하루꽃편지

7월 초하루꽃편지 - 희호재 아침식사

가 을 하늘 2020. 6. 30. 22:18

7월입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더워지겠지요?

일본 고레에다 감독의 2011년도 영화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을 보면

활화산이 늘 화산재를 뿜어내는 지방에 살고 있는 주인공 꼬마 코이치가 뻑하면 고개를 갸우뚱 거리며 말하지요.

이상하지 않아? 화산이 폭발하려고 하는데 왜 모두들 아무렇지도 않지?” 라구요.

코로나19가 처음 발생했을 때는 엄청 놀라고 두려워했지만 지금도 미국에선 확진자가 매일 4만 명씩이나 나오고

우리나라에서도 수십 명씩 나오지만 우린 달리 별수 없이 일상을 이어가고 있지요.

비록 마스크를 쓰긴 하지만 우리 역시 어쩌면 아무렇지 않게 살고 있으니 꼬마 코이치의 말처럼 이상하지 않나요?

 

만약 하느님이 계신다면 이 코로나 상황에서 인류가 깨닫기를 바라시는 게 무엇일까? 그런 생각을 하곤 합니다.

코로나 이후의 세상은 좀 달라질 수 있을까요?

인류가 몽땅 지구환경을 지키는 전사가 되거나

더 많이 갖고, 더 편리해지고 싶은 욕망들을 모두 내려놓는 그런 기적이 일어날 수 있을까요?

 

저희도 오고가는 것만 절제할 뿐 평소와 같이 지내고 있습니다.

며칠 전 아침을 먹다가 남편이 말했습니다.

우리 집만큼 영양가 있는 아침을 먹는 집도 드물 걸...”

저 기분 좋으라고 한 말이어서 다른 분들이 듣기엔 좀 그렇죠?

다행히도 남편은 아주 가끔 듣기좋은 말을 할 줄 알지요.

 

며칠 전 바람재사랑방에 올라온 시원한 저녁이란 글과 그 댓글에서 밥 이야기들이 오고가는 것을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세 끼 중 아침 식사를 아예 걸르거나 간단 메뉴로 바꾼 댁들도 많지요?

저도 나이 들수록 삼시 세 끼 해먹는 게 점점 꾀가 나니

다들 어떻게 하고 살아가시는지 나누어 보고 싶기도 합니다.

 

오래 전 아들이 어릴 때 서울의 어느 댁에 가서 하룻밤 잔 적이 있었습니다.

아침을 먹는데 상에는 밥과 국 대신 빵, 스프, 샐러드, 과일, 달걀, 커피 등이 한 상 가득이었지요.

40대 후반쯤의 그 댁 부인은 시어머니와 시할머니까지 계시는데도

아침 식사를 양식이나 만두국 등 간편 메뉴로 바꾼 지 꽤 되었다고 해서 깜짝 놀랐습니다.

이미 30여 년 전인데 말이지요.

 

그래서 돌아와 저도 해보았습니다.

그런데 남편은 그런대로 견디어 주었지만 한 달 만에 제가 손들었습니다.

따뜻한 국도 먹고 싶었고 무엇보다 아직 어린 아들의 먹거리는 따로 장만해야 했으니 그리 간단하지 않았지요.

 

그러다가 12년 전 여기 마당있는 집으로 이사를 왔습니다.

아침은 출근하느라 바쁘니 국은 늘 저녁 먹고난 후에 끓여놓는데

집만 지으면 끝인 줄 알았더니 마당일이 많아 저녁 설거지 마치면 10시쯤...

그때 새삼스레 국을 끓이는 게 힘들었지요.

 

그래서 어느 날 다시 남편과 의논하여 아침 식단을 바꾸었습니다.

대신 30년 전과는 많이 달라졌지요.

그 사이 건강한 먹거리에 대해서도 많이 알게 되었고 주변에 유기농 매장들도 생기고 조합원 가입도 하고 했으니까요.

무엇보다 마당에서 먹거리들이 나기도 하구요.

 

희호재의 아침 식사를 보여 드립니다.

 

 

생협에서 산 통밀식빵과 달걀, 제가 만든 토마토쨈이나 복숭아쨈,

그리고 마당에서 나는 상추, 오이, 토마토가 주재료인 샐러드와 과일, 견과류를 갈아 넣은 요거트 등입니다.

샐러드 소스로는 오미자액과 매실액에 들기름을 약간 넣지요.

남편의 듣기좋은 말처럼 영양가가 있어 보이나요?

남편은 가끔 거들면서 이것도 손이 꽤 가네.” 라고 하지만 무엇보다 좋은 건 적어도 한 끼는 뭘 해먹지?’ 라는 고민을 안 해도 되는 것입니다.

 

언젠가 멀리서 온 친구들과 같이 아침을 먹으면서 담아놓은 색감 예쁜 사진도 두어 장 있어 보여 드립니다.

상차림 내용은 늘 먹는 아침 식사와 비슷했지요.

 

 

마당에선 접시꽃과 백일홍 등 여름꽃들이 한창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모감주나무도 노란 꽃을 막 틔우고 있고, 머잖아 병산서원의 배롱나무 꽃도 피겠지요?

 

모두들 건강 잘 챙겨서 여름을 거뜬히 나시길 바랍니다.

 

2020년 7월 초하루에 가을하늘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