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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재들꽃 12월의 꽃편지 - 따뜻한 이야기 둘

가 을 하늘 2017. 12. 1. 01:29

12월 끝달입니다.

열두 번째 들꽃편지를 띄웁니다.

 

정유년 새해를 맞이하면서 저는 세 가지 다짐을 했었지요.

<건강 잘 챙기고, 신문 꼬박꼬박 읽고, 기쁜 마음으로 지내기>였습니다.

 

'건강 챙기기'는 친구들 덕분에, 그리고 사이사이 혼자서도 곧잘 걷고,

요가도 일없이 결석한 적은 거의 없었으니 비교적 열심히 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기쁜 마음으로 지내기'는 ㄴㅁㄲ에게 물어 보니 수우미양가 중 '우'였다고 하네요.

지난 해보다 백수가 된 올해 훨씬 더 기쁘고 여유로운 맘으로 살았지만.... 제가 생각해도 더 분발해야 합니다. ㅎ

그런데 '신문 꼬박꼬박 읽기'는 영 아닙니다.

백수가 더 바쁘다는 말은 버려지는 시간도 많다는 뜻일텐데 그러지 않아야지 하면서도 책도 신문도 제대로 읽지 못 했지요.

신문은 정말 많은 것을 주는데 올해는 펼치지도 않은 채 폐지로 사용한 게 훨 더 많았습니다.

 

 

이 끝달 편지는 신문을 읽고 따뜻한 이야기를 모아 두었다가 그 중 젤 감동인 이야기를 실어 보내고 싶었지요.

계획처럼 되지는 못 했지만 그래도 연초에 스크랩해 두었던 따뜻한 이야기 두 가지를 전하려고 합니다.

 

하나는 <성공회대 경비 노동자들의 아주 특별한 '졸업 축하'>라는 기사입니다.

성공회대학교는 고 신영복 선생님이 20년 가까이 재직하셨던 것 이상으로 특별한 학교이지요.

기사에는 2월 졸업식에서 경비 노동자인 일흔세 살의 김창진 씨가 단상에 올라 졸업식 축사를 했다는 것과

그에 앞서 성공회대 안의 경비, 청소 노동자들(모두 65세 이상)이 학교 살림이 어려운 것을 알고 

십시일반 2000만원의 기금을 모아 전달했다는 이야기며,

그 기금 모으기엔 그들을 관리하는 용역회사 임직원들까지 함께 했다는 이야기도,

그렇게 되기까지는 학교에서 낮은 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늘 배려를 해주었다는 이야기들이 들어 있었지요.

 

17년째 경비 노동자로 근무해 온 자신의 일터인 대학의 졸업생들에게 

동료들의 대표로 나서서 서툴지만 따뜻한 축하 인사를 하는 모습과

그 분의 축사를 듣는 사각모 쓴 졸업생들을 상상하며 제 마음이 뭉클했던 기사였지요.

 

 

또 하나는 '장발장은행'에 관한 기사입니다.'나는 빠리의 택시운전사'를 써서 우리에게 '똘레랑스'를 알게 해 준 홍세화씨가 앞서서 만들었다지요.제가 장발장은행을 알게 된 건 올초 신문기사를 통해서이지만 '장발장은행'이 출발한 건 2015년도 2월입니다.

 

장발장은행은 세상에서 가장 가난하고, 이자놀이도 하지 않으며, 돈을 갖고 있지도 않고,

문턱은 없지만 아무한테나 돈을 빌려줄 수는 없는 은행,

벌금형을 선고받고 벌금 낼 돈이 없어 감옥에 갇혀야 하는, 

해마다 줄잡아 4만 명에 이르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무이자로 돈을 빌려주고자 하는 은행,

은행이되 문전성시를 꿈꾸기는커녕 하루빨리 폐업하기를 간절히 바라는 은행,

현행 벌금제의 모순을 혁파하고자 입법 청원까지 하는 은행입니다.  

 

배가 고파 편의점에서 먹을 것에 손을 댄 사람에게 내려진 벌금형은 유예도 불가능하여,

30일 안에 일시불로 내지 않으면 감옥에 가 노역으로 벌금을 갚아나가야 하니

실제로는 재벌 2세들의 일탈, 위법 행위에 내려지는 징역형(집행유예가 가능한)보다 더한 처벌인 셈이지요.

장발장은행은 빈부의 차이로 인해 사람을 차별하는 잘못된 제도가 바로잡혀질 때까지 작은 방패막이가 되어주려는 것이지요.

 

개인과 단체의 성금만으로 모아진 기금 부족 문제,

무이자로 6개월 거치, 1년간 균등분할 상환의 조건일지라도 갚지 못 하는 경우 등의 문제들이 있지만

그럼에도 지금까지 어렵게어렵게 운영되고 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크리스마스 카드를 받듯 따뜻하고 행복한 느낌이 드는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는데 오히려 무거운 이야기일지도....

그렇지만 저 두 기사를 읽었을 때 제가 받았던 감동이 조금은 전해지기를 바랍니다.

 

 

2017년 12월 초하루에            가을하늘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