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호재 풍광 및 짓는 과정

희호재 마당은 산국과 세이지의 세상!

가 을 하늘 2017. 10. 15. 22:23

아파트에 살 때는 몰랐던 일 중의 하나가

마당 있는 집에 살면 하루만 집을 비워도 마당에 들어설 때의 풍광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3박4일 동안 집을 비웠다가 돌아오니 마당은 파인애플 세이지와 산국의 세상이 되었다.




오른쪽의 토끼귀 모양의 하얗고 빨간 핫립세이지는 너무나 얌전하게도 봄부터 시작해서 서리가 내릴 때까지 꽃을 피우지만

왼쪽의 파인애플 세이지는 가을이 깊어져야 그 열정을 터뜨린다.  

4월부터 10월까지 거의 반년을 기다려야만 이 화려한 모습을 볼 수 있다.





창고 뒤쪽에 심은 산국이 늘 황매화에 가려 햇빛을 못 받는 게 안타까워 올 봄 본채 뒤로 순을 나누었더니 지금 한창이다.





뜨럭 공사를 한 달째 하고 있는 ㄴㅁㄲ에겐 산국의 예쁜 모습이 눈에 들어오지 않지만...




오른쪽 산국 뒤에 있어서 시야가 막혀버린 두 녀석을 아침마다 저 자리로 옮겨주다가

얼마 전 비 오는 날은 그냥 두었더니 고집쟁이 랑이가 오전 내내 얼마나 짖어대는지...

그래서 결국 비 맞아가며 둘이 저 녀석들 집 두 채를 낑낑대며 옮겨서 '전망좋은 집'으로 만들다.


이건 장독대를 찍기 위하여 배추를 곁들였다. 

마당 사진 속에 장독대가 안 보이면 섭섭해 하시는 분이 생각나서...^^



햇볕과 건조기에 번갈아 단단하게 말린 대추를 이렇게 달아 놓다. 그 사이에 봄에 수확한 마늘 두 망도....



ㄴㅁㄲ이 오늘도 대공사를 하는 동안 간식 내어주고,

나는 오후 내내 낙엽 쓸고 마른 풀들 걷어내고 마른 나뭇가지들을 꺾어 모아 해거름에 태우게 하다.

랑이 단이 데리고 동네도 한 바퀴 돌고....


오늘 친구가 다시 아주 먼 곳으로 돌아가다.

전화도 여행도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는 두어 달 동안 내 마음이 늘 따스했던 것 같다.

다시 만날 때는 우리가 어떤 모습일지 모르지만

함께 했던 시간과 함께 걸었던 길들과 함께 나누었던 말들이 아직은 그대로 남아 있다.

그런데도 작은 말들과 작은 일들에도 오늘은 눈물이 글썽거려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