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호재 이야기

사소한 이야기 두 가지

가 을 하늘 2017. 6. 15. 23:36

1. 접시꽃의 위용



접시꽃 씨앗 하나가 보여주는 저 대단한 위용을 자랑 안 할 수가 없습니다.


마당 있는 집을 가지고 난 후에 생긴 욕심 하나가

어디서든 예쁜 꽃이나 나무를 보면 우리 마당에도 심어야지 하는 것이지요.

그런데 심으면 되지 싶지만 그게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별꽃님이 말했나요? 꽃은 기다림이라고...


그 중 하나가 접시꽃입니다.

해마다 초여름 이맘때쯤이면 도로가에서 그 화려함을 뽐내는 접시꽃을 볼 때마다 심어야지 하길 몇 년...

접시꽃은 꽃씨를 넣은 첫 해엔 꽃대를 안 올리고 잎만 무성한 것을 아시나요?

바닥에서 끝없이 잎만 다는 녀석을 보면서 애태웠더니 화원에서도 모르는 그 사실을 누군가가 가르쳐 주었습니다.

그런데 꽃을 피우기 시작하고서도 이 녀석들은 길가의 꽃들처럼 씩씩하질 못 하고

작은 바람에도 곧잘 쓰러져 해마다 세워 묶어주는 게 일이었지요.

왜 몸피를 불리지 않고 멀대같이 키만 커져서 쓰러지는지.... '접시꽃도 키울 녀석이 안 되네' 싶기까지 했지요.


그런데 드디어 올해 그 어느 곳의 접시꽃도 부럽지 않을 일이 생겼습니다.

고추밭가 돌 사이에서 올라온 접시꽃을 거긴 네 자리가 아니야 하고 뽑아 버리려다가 두었더니

이렇게 화려한 자태를 뽐내고 있습니다.

정화조 굴뚝이나 황매화가 빛을 가리는 곳이 아닌 종일 뜨거운 태양과 마주할 수 있는 자리가 접시꽃에겐  필요했나 봅니다.




곁들여 자랑합니다.

요건 지난 가을에 별꽃님이 가져다 주신 황금낮달맞이꽃입니다.

캐어서 비록 지나는 걸음에라도 갖다 주시는 수고가 얼마나 큰지 잘 알면서도 이렇게 사진으로 고마움을 표합니다.

꽃이 한 달 정도는 가는 것 같습니다. 초록과 어우러진 노란빛이 몸도 맘도 건강하게 해주는 것 같습니다.

분홍낮달맞이도 같이 왔지만 올해 겨우 대여섯 포기만 싹을 틔워 어우러지려면 좀더 기다려야  하지요.



지기님이 보내주신 씨앗들을 비롯하여 올해 11가지의 씨앗들을 포터에 넣어 싹을 틔웠는데

제일 먼저 옮겨 심은 수레국화가 이제서야 꽃을 피우고 있습니다. 


 

2. 복분자 잎새 속의 비밀



본채 뒤쪽으로 복분자가 발갛게 익기 시작했습니다.

지난 해 복분자를 따다가 말벌에 쏘여 119에 실려갔던  ㄴㅁㄲ은 

복분자 따는 일만은 못 하겠다고 농담 아닌 농담을 해서 제가 아침저녁으로 혼자서 따지요.

그런데 그 복분자 잎사귀들 속에서 요렇게 이쁜 녀석들을 만났습니다.




뱁새(붉은머리오목눈이)의 알입니다.

어떻게 아냐구요? ㅎ 당근, 솜씨님께 여쭈어 보았지요.


ㅎ 이 녀석일까요?



가뭄 탓인지 다행히도 올해는 많이 달리지 않았습니다.

알을 품고 앉은 작은 녀석이 얼마나 맘 졸일까.... 눈치가 보여 얼른 따고 나오지요. 

뱁새 둥지에 알 낳기를 좋아하는 뻐꾸기에게 들키지 않고 알들이 잘 부화해서 건강하게 날아 올랐으면 좋겠습니다.


여름이 길 것 같습니다. 바람재 식구들 모두 건강하게 여름을 지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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