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호재 이야기

희호재 - 두 달 간의 대공사를 마치다.

가 을 하늘 2016. 10. 17. 14:05


언제나처럼 시작은 소박했습니다.

"아래채에도 화장실이 있었으면 좋겠다...."

이렇게 아쉬움을 말로 몇 번 하면 어느 순간  ㄴㅁㄲ은 "얼마 안 들거야.  견적이나 받아 볼까?" 하지요.

그렇게 해서 사람을 부르면 밀고 당기거나 재거나 하는 일 없이 언제나 "됐나? 됐다!" 입니다.


지난 8월 중순경 아래채 공사도 그렇게 시작되었습니다.

여름엔 오지 않던 비가 공사 시작 후 이틀이 멀다 하고 와서 공사는 더더욱 더디게 진행되었지요.


 

 

 

위의 사진들은 이번 공사를 하기 전의 아래채 모습입니다.

 

모든 집짓기가 그렇듯이 화장실을 넣자고 시작한 공사는 자꾸만 여러가지 희망 사항이 보태어졌지요.

아래채 본건물 왼쪽(화장실쪽)만 기와를 얹으면 이상할 테니 양쪽으로 겹처마(눈썹처마)를 달자고,

아궁이가 낮아 비 오면 늘 물이 고이므로 앞쪽 공간을 넓혀 물도 안 고이고 뜨락을 넓게 쓰면 좋겠다고....

 

 

 

 

작은 공사지만 집 한 채 짓는 것과 똑같은 공정들이 이루어졌지요.

기존의 돌과 시멘트를 걷어내고 기초하고 기둥 세우고, 기와 얹고, 벽돌 쌓고, 미장하고, 타일 붙이고...

 

그 사이 ㄴㅁㄲ은 주말 오후와 퇴근 후의 시간에 줄기차게 혼자서 몇 사람 몫의 일을 했습니다.

대개는 극도의 정교함과 인내와 애정(?)울 요하는 일이지요.

건물 뒤쪽 배수로의 뚜껑과 벽돌, 좁은 화단의 돌과 흙을 걷어내고, 두 개의 아궁이 주변에 시멘트를 곱게 바르고,

그리고 건물 사방의 돌을 하나하나 놓았습니다.

돌을 줄맞추어 놓는 일은.... 정말 엄청 힘드는 일이지요.

사진 속 제일 가까운 큰 돌은 줄로 묶어 제 차로 끌어 당기기까지 해야 했습니다. 꼼짝도 안 해서...

 

 

 

 

레미콘 차가 들어와 공구리(?)를 쳤습니다.

ㄴㅁㄲ이 미리 돌을 건물에 맞추어 꼼꼼하게 놓고, 미장하시는 분이 끝손질을 이쁘게 해서 경사가 딱 맞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해서 넓은 뜨락이 생겼습니다.

그저께 저녁엔 저곳에 탁자와 의자를 놓고 고기를 구워 저녁을 먹었습니다. 

 

 

 

 

기름 보일러가 설치되고 화장실 집기를 달고 방바닥에 모노륨을 까는 것으로 공사는 끝났지만

ㄴㅁㄲ은 혼자서 한 가지 일을 더 했습니다.

인터넷으로 굴뚝 공부를 열심히 해서 결국 기존의 플라스틱 연통을 떼어내고 굴뚝을 새로 만들었지요.

늦은 밤까지 ㄴㅁㄲ이 벽돌 쌓는 걸 보고 앞집 영감님이

"우리같은 사람은 다 죽어야 해. 학교 갔다와서도 저리 일을 하고 있으이...."라고 해서 웃었습니다.

 

 

친구가 와서 보고 본채보다 더 폼이 난다고 했습니다.

지난한 또 하나의 과정이 지나갔습니다.

그 사이 모감주나무 잎이 붉게 물들어 떨어지고 파인애플 세이지가 예쁜 꽃을 달면서 가을이 깊어가고 있습니다.

 

아주아주 나중에 심심하면 아래채를 게스트하우스로 해 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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