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호재 이야기

따끈따끈한 사소한 이야기

가 을 하늘 2017. 6. 18. 18:37

따끈따끈하게 전하려고 했는데 벌써 너댓 시간 전의 일이 되어 버렸습니다.

어쩌다보니 뱁새 둥지 이야기에 이어 참새 이야기입니다.


오늘이 올들어 최고로 더운 날이 아닐까요?

해거름하면 일하려고 잠시 컴 앞에 앉아 있는데 갑자기 등 뒤가 새소리로 시끄러웠습니다.

돌아보니 잔디밭에 작은 새 한 마리를 둘러싸고 참새(?) 서너 마리가 바쁘게 짹짹거리고 있었지요. 

어미새와 그 형제들일 녀석들이 어찌나 부산스러운지 ....

카메라를 들고 창문을 쬐끔 살그머니 열었는데도 한 녀석만 남고 다들 날아 올랐습니다.


아마도 방금 이소를 시작한 어린새가 제대로 날지를 못 하는 것 같았습니다.





어미새가 "여보, 우리 막내가 우째 저럴까요?" 

돌아앉은 아빠새가  "조금만 기둘려 봅시다."     그러는 것 같지 않나요?





참새 일가족은 아기새에게로 날아오기도 하고 가까운 오이 지줏대 위로, 본채 처마 위로 날아다니며

아기새를 향해 열심히 짹짹거리는데 이 녀석은 도무지 꼼짝을 못 하고 있었습니다.


카메라를 들고 보던 제가 이제 걱정이 되었습니다.

얄진이와 둥이가 다행히 안 보이지만 그 녀석들 눈에 띄기만 하면 한 입거리도 안 되지요.

(그러잖아도 연일 현관 앞이나 잔디밭엔 녀석들의 희생자의 잔해가 놓여 있습니다.)

기다리다가 안 되겠다 싶어 지줏대 위에라도 올려주려고 나갔지요.

애구, 그러다가 정말 식겁했습니다.


현관문 열고 나오는 소리에 밥때가 된 두 녀석이 어슬렁거리며 나오다가 아기새를 보곤 달려드는 바람에....

다행히 제 손이 먼저 닿아 잡았는데 좀전까지 제 어미의 간절한 소리에도 꼼짝않던 이 녀석은

어디서 그런 힘이 나왔는지 제 손에서 쏜살같이 달아나 배수로 구멍에 빠졌지요.

그걸 두 녀석은 사료로 꼬셔놓고 배수로 속 아기새를 꺼내어 지줏대 위에 올려주고 돌아서니

아기새는 얼마나 놀랐는지 지줏대 위 노끈 그늘에 코 박고 이러고 있었습니다.

다행히 어미새가 다시 가까이 와서 앉아 있고 다른 녀석들도 가까운 앞집 지붕 위에서 기다리는 걸 보고 들어왔습니다.






몇 번을 내다보아도 코 박고 꼼짝않던 녀석이 잊어버리고 한참 있다 보니 안 보였습니다.

주변의 새들도 사라지고 조용한 걸 보니 밑으로 떨어지거나 잘못되지 않고 날아간 것 같습니다.


상황 종료입니다.

보이는 대로, 바라는 대로 참새 일가족의 해피엔딩이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