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혜영씨의 동시집(닭장 옆 탱자나무) - 맑은 아이의 눈으로 쓴, 그림같은 동시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맘에 드는 시 두 개를 옮기다.
닭장 옆 탱자나무
암탉이 알 낳았다고
꼬꼬대액! 꼭꼭 꼬꼬대액! 꼭꼭꼭
자랑, 자랑을 했다.
닭은 진짜 바보다
알 낳을 때마다 저렇게 소문을 내니까
번번이 알을 뺏기지
닭장 옆에 세들어 사는
탱자나무
노란 알을 그득하게 품고서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잠깐 동안 누에
목욕을 마치고 침대로 뛰어들었다
속살을 만져보니까 보들보들한 것이
누에가 된 것 같았다 이왕이면
고치를 지어보려고 이불을 돌돌 말았다
아늑한 집이 금세 지어졌다
'누에 집은 참 따뜻하겠다'
명주실 같은 잠이 솔솔 쏟아지는데
엄마 목소리가 시퍼렇게 쳐들어왔다
"너 학원에 안 갈 거야!"
이불은 순식간에 둘둘! 끌러지고
번데기 하나가 달랑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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