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시

닭장 옆 탱자나무

가 을 하늘 2012. 10. 16. 08:48

한혜영씨의 동시집(닭장 옆 탱자나무) - 맑은 아이의 눈으로 쓴, 그림같은 동시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맘에 드는 시 두 개를 옮기다.

 

  닭장 옆 탱자나무

 

암탉이 알 낳았다고

꼬꼬대액! 꼭꼭 꼬꼬대액! 꼭꼭꼭

자랑, 자랑을 했다.

 

닭은 진짜 바보다

알 낳을 때마다 저렇게 소문을 내니까

번번이 알을 뺏기지

 

닭장 옆에 세들어 사는

탱자나무

노란 알을 그득하게 품고서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잠깐 동안 누에

 

목욕을 마치고 침대로 뛰어들었다

속살을 만져보니까 보들보들한 것이

누에가 된 것 같았다 이왕이면

고치를 지어보려고 이불을 돌돌 말았다

아늑한 집이 금세 지어졌다

'누에 집은 참 따뜻하겠다'

명주실 같은 잠이 솔솔 쏟아지는데

엄마 목소리가 시퍼렇게 쳐들어왔다

"너 학원에 안 갈 거야!"

이불은 순식간에 둘둘! 끌러지고

번데기 하나가 달랑 드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