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이 거창하지만 우리 어머니 이야기입니다.
어머니 이야긴 언젠가도 쓴 적이 있지요.
함께 이틀을 지내며 농담으로 했지만 이런 시어머니 어디 또 계시면 '인간시대'나 '세상에 이런 일이!'에 나와도 되지 않을까요?
지난 토요일 아침에 일어나니 다시 서리가 하얗게 내렸습니다.
이렇게 올 배추 사진을 마지막으로 찍고는
기원이와 ㄴㅁㄲ, 두 부자가 서리 맞은 배추를 다 뽑아서 정리를 했습니다.
때맞추어 시댁쪽 결혼식이 있어 대구 가는 길에 어머니와 큰 동생네로 10포기 정도씩 나눌 수 있었지요.
해마다 김장을 해주신 어머니는 마당의 배추 덕분에 올해는 안동 와서 김장을 하시겠다더니,
결혼식 갔다와서 커피 한 잔 하고서는 가자 하시는데 현관 앞에 내놓는 보따리가 장난이 아닙니다.
게다가 내 보호자다 하시면서 손아래 친구분도 한 분 대동을 하신 어머니를 모시고 안동을 왔습니다.
도착해서 보따리를 푸니
김장 양념 외에도 소고기 국거리, 돼지고기 보쌈거리, 씻어서 얼린 갈치 한 통, 총각김치, 부추김치, 떡국떡과 고기고명까지....
친구와 같이 올 거란 말씀도 미리 안 하시더니 계시는 동안 끼니 준비 신경 쓸까봐 다 해오셨지요.
그리고선 어제 아침부터 썸벅썸벅 두 분이서 배추 다듬어 소금물에 절이고,
점심 드시고는 양념 섞고, 무우채 쓸고 오후엔 배추 씻어서 건져 놓으셨지요.
이렇게 사이좋게요.
해 있는 동안 두 분이서 주거니받거니 하며 마당 구석구석 제 손길이 못 간 곳을 청소까지 하시고선
어머니는 노란 감국꽃을 한가득 따시고, 친구분은 벌개미취 아래에 있는 냉이를 잔뜩 캐셔서는 웃으셨지요.
국화주 담구어서 애인 주신다구요.
어른이 배추 씻는데 며느린 카메라 들고...... (ㅎ 잠깐 찍었습니다요)
그런데
아마도 오늘 저 출근하고 나면 다 해놓으시곤 소리소문 없이 가실 포옴(!)이었지요.
더 계시라 한다고 계실 분이 아니고, 게다가 친구분까지 같이 오셨으니.....
그래서 제가 오전에 출근을 조금 늦게 하려고 미리 연락을 했지요. 오전에 반일연가를 내겠다고...
아침 먹고 김치 버무려 놓고 천천히 나서도 충분한데.....
굳이 본채에서 주무신다고 우리를 아래채 보내시더니 아침 6시 조금 넘어 올라오니 벌써 김장을 다 끝내셨습니다.
두 어른이 새벽 4시부터 시작하셨다고....
학교 늦게 갈 일이 뭐 있냐고....
있는 통 없는 통 다 찾아서 앞집 편찮으신 할매네 것, 양쪽 학교 가져가서 맛 보일 것, 또 누구네 것까지...
버스 태워 드리고 학교 가면서 생각하니....
친구분을 재미로 동행하신 것이 아니라 며느린 거들어 보아야 션찮고 이제 김장이 몸에 부치신 게 아닐까
그래서 함께 오신 게 아닐까 싶어 맘이 짠했지요.
이삼십대도 아니고 저도 며느리 볼 나이가 다 되어 이런 글 쓰는 게 오히려 제 흉이고 웃기지만...
그렇지만 우리 어머니 같은 분이 어디 또 계실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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