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쓰는 글

[스크랩] 산타클로스!!!!

가 을 하늘 2009. 12. 23. 00:31

어제밤 하늬바람님 글에 댓글 달려다가 생각나서 쓰기 시작했지요.


우리 학교 선생님이 ‘아들이 중1인데 아직도 산타클로스를 믿고 있어서 선물 사러 가야 한다’고 했습니다.

어진내님 말처럼 믿는 척해야 선물을 주니까 그런 건 아닐까요? 하고 교무실에서 농담을 하였지만....

그러다 아주 오래 전 일이 생각났습니다.


우리 기원이가 초등학교 4학년 때입니다.

그즈음 산타클로스의 존재에 대해 조금씩 의심을 하기 시작했었지요.

그런데 그 의심을 싹 뭉개고 2,3년은 더 철썩같이 믿게 한 일이 있었답니다.

그 당시 우리가 살았던 문경 시내의 아파트에서 한 20분만 나가면 경치 좋고, 야식우동이 쫄깃쫄깃한 진남휴게소가 있지요.

그 해 크리스마스 이브에 밤 10시쯤 되었을까요? 셋이서 드라이브 삼아 그곳엘 갔습니다.

우동을 먹고, 커피를 먹으려고 하는데 기원이가 커피 젓는 막대기로 무얼 만들고 싶은지

아주머니에게 그걸 좀 달라고 하였습니다.

그런데 그 아주머닌 ‘몇 개 안 남아서 줄 수가 없다’고 했지요.

못내 아쉬워하는 녀석을 데리고 집에 와서 자러 들여 보냈습니다.

그런데 우리도 잘 준비를 하고 기원이 방에 들어가 보았더니 벽에 양말을 걸어놓고는

그 위에 산타할아버지에게 편지까지 써서 붙여 놓고는 자고 있었습니다.

‘할아버지, 저는 다른 것 말고 커피 막대기를 많이 주세요!’ 하구요. ----

결국 우린 고민하다 자정이 넘은 시간에 다시 진남휴게소를 갔지 않겠습니까?

한 묶음(100개)을 돈 받고 팔라고 하면서 자초지종을 이야기했더니 다행히 그 아주머니가 두 묶음을 거저 주어서

우린 그 양말 속에 고이 넣어놓고 잘 수가 있었습니다.

아침에 우리보다 먼저 깬 녀석이 외치는 그 기쁜 목소리는 말로 할 수가 없었지요.

제 녀석이 생각해 보아도 그 밤중에 엄마아빠가 어디 가서 사올 수도 없었을 것이고, 휴게소에서는 이미 못 준다고 했으니

결국 산타할아버지가 갖다놓은 것 말고는 달리 방법이 없었지요.

그래서 기원이는 행복하게도 꽤나 늦게까지 산타클로스의 존재를 믿었답니다.


이제 곧 기원이를 서울로 보내어야 합니다.

이참에 옛날옛날의 기억 속의 육아일기를 정리해서 시리즈로 올려볼까 생각 중입니다.

전 이 녀석을 보내는 섭섭함을 달래고, 꽃님들에겐 재밌는 이야기가 될 것 같아서요.

성탄을 축하합니다!!!!

출처 : 바람재 들꽃
글쓴이 : 가을하늘 원글보기
메모 : 기원이가 자랄 때...(2008년 크리스마스 때쯤 바람재에 올린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