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실에서 내다보고 찍었습니다.
어제밤부터 시작해서 오후 2시 넘은 지금까지 12시간이 넘게 비가 옵니다.
오랫만에 하루밤 집을 비워야 하는 남편은 이틀 꼬박 땀을 쏟으며 장독대 뒤 옹벽 쌓은 곳의 단도리를 했습니다.
잘 해 놓았으니 걱정 말라고 했지만 그래도 집에 있는 나는 임무 완수를 위해 두세 번 둘러 보았더니 아무 일 없습니다.
왜냐하면 지난 목요일 저녁에 쏟아진 장대비에 옹벽 사이사이 흙이 물과 함께 흘러내려 야단이 났었기 때문입니다.
시험기간 중 학교 모임하고 8시쯤 들어오니 혼자서 애먹은 모습이 역력했었지요.
그 이야기를 하자면 거슬러 올라가야 할 이야기와 사진이 많습니다.
올해 5월쯤엔 이 사람의 힘든 일들이 끝난 것 같았습니다. 나무꾼이 늘 이야기하던 '하드웨어 구축'이 끝났다는 것이지요.
그래서 그때부터 나란히 같이 잔디의 풀을 뽑고, 화단의 잡풀들도 점령해 나갔습니다.
마당이 넓고, 풀이 아무리 올라와도 둘이서 하면 약을 안 쳐도 될 것 같았지요.
그런데.....
이것이 지난 해 장독대를 만들고 났을 때의 모습입니다. 장독대 뒤로 아주 얕은 산이 있고, 흙이 드러난 저 비탈이 땅의 경계이지요.
비탈 아래로 굵은 돌을 가져다 박는 것으로 지난 해 여름을 났습니다.
지난 해는 고맙게도 안동 지역엔 집중호우가 없었습니다.
그러다 올해 5월에 동남쪽으로 남천 나무를 심은 후 나무꾼은 집뒤쪽인 북서쪽으로 담을 쌓고 싶어 했습니다.
장독대 뒤로는 염려가 되기도 하여 결국 장독대 뒤로 시멘트 옹벽을 하고, 본체 뒤로 시멘트 공구리(?) 기초를 해서
집뒤에 있는 묵정밭의 잡초가 넘어오는 것을 우선 막고 천천히 돌로 담을 쌓을 수 있는 기초는 하기로 했지요.
공사하실 분이 왔다갔다 하고 며칠 시간이 가는 사이 시멘트가 못내 마음에 들지 않아 온갖 궁리를 하고 있는 게 보였습니다.
그래서 돌로 하면 얼마가 나올지 견적을 새로 뽑고...
결국은 돌로 옹벽을 하고 담 기초도 돌로 하였습니다.
본체 뒤쪽으로 돌 쌓기 전 모습입니다. 환삼덩굴이 마구 쳐들어오던 사진 생각 나나요?
보일러실 옆이고, 저 뒤로 장독대 뒤에 있는 산이 보이지요?
국보급 장독대를 보호하기 위해 천막을 덮고 포크레인이 경계를 따라 비탈을 깎고 돌을 쌓았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넓은 터가 생겼습니다.
뒷담을 천천히 쌓기로 하고 일단 돌로 기초를 하였지요.
공사를 마치고 남은 돌들을 화단 주위 필요한 곳으로 옮기고, 수로를 만들고 잔디도 옮겨 심고 하느라고 나무꾼의 6월 한 달이 갔습니다.
그리고는 이제 큰일거리는 다 끝났겠거니 하면서 풀과의 전쟁을 했지요.
새로 생긴 땅의 풀 날 걱정을 하니 앞집 아저씨가 검정콩 모종을 가져다 주었지요.
무던히 그 말을 해서 받아보니 심어도 심어도 끝이 없었습니다. 이틀 오후에 걸쳐 심고나니 120포기나 되었지요.
며칠 전 콩밭을 맨 후 찍은 사진입니다.
그런데 집 짓는 일을 하는 어떤 일꾼도 집주인이 뒷수고를 안 해도 되도록 제대로 하는 사람이 없지요.
아래채 구들 놓는 사람도 한겨울에 구들을 놓고는 흙이 얼면 어떻게 되는지 기본적인 생각도 안 하듯이
옹벽 쌓는 석공도 자신이 돌 잘 쌓는다는 이야기만 하면서 일을 하지 이렇게 돌 옹벽을 쌓으면 어떤 문제가 있을지는 생각 안 하지요.
옹벽 사이 풀들이 자리잡기도 전에 장마가 시작되고,
지난 목요일 비가 엄청 왔을 때 옹벽 뒤 산에서 물이 쏟아져 내려오면서 돌 사이사이 흙이 쓸려 내려 왔지요.
그리고 이틀 꼬박 남편은 애 먹었습니다. 돌들 뒤로 흙이 안 빠져나가도록 단도리를 한다고 했지요.
............
그리고 어제밤 나무꾼이 놀러 간 사이는 별일 없었습니다.
그런데 오늘 오후에 엄청나게 다시 비가 오고, 조금 전에 결국 옹벽 한 쪽 돌이 몇 개 내려 앉았지요.
금방 웃으며 산책 갔다 왔습니다.
동네 앞 개울물이 다리 밑까지 찰랑거릴 정도로 엄청나게 내려가고 있었습니다.
별일 아니라고, 괜찮다고 합니다. 가을에 손 보자고.....
가끔씩 이렇게 예상못한 큰일이 생기면 기막힐 듯도 한데 실망하는 법이 없습니다.
작년 여름 장마 중에 24톤 트럭이 흙 싣고 마당에 들어와 연못자리에 빠져 꼼짝 못 하다가 겨우 쏟아놓은 산같은 흙더미 위로
집중폭우가 쏟아지면 어떡하나 싶을 때는 정말 겁이 났지요.
그 흙을 하룬가 이틀만에 두 부자가 삽으로 떠서 다 옮겼을 때는 뭐라고 말할 수가 없었습니다.
아마도 그보다 더한 일은 없을 것입니다.
"인간의 힘은 위대하다. 그렇지만 자연의 힘에 비하면 족탈불급이다" - 이거 나무꾼의 명언입니다.
그 인간이 어떤 인간이 아니라 나무꾼일거라고 제 속으로 되뇌이다가 여기 적습니다.
* 이 글 시작은 아까아까 한낮이었는데 지금은 밤 10시가 다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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