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녀석들 둘을 데려 오면서 이런저런 걱정들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이 두 마리 때문에 생활이 풍성해진 것 같습니다.
둘이 마주 앉아 이 녀석들 이야기를 하고 있을 때가 종종 있지요.
제가 개를 이렇게 좋아하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암놈인 단이와 숫놈인 랑이는 한 살 정도쯤인 지난 늦가을에 희호재에 왔습니다.
유기견 보호소를 거쳐 이곳으로 오기까지 1년 정도의 생활이 어떠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세 달 정도 지나면서 짐작이 가지요.
발바리 종류인 단이는 엄전하고 평화롭습니다. 그렇지만 어릴 때 학대 받았거나, 몹시 두려운 기억이 있는 것 같습니다.
처음 데려 왔을 때 사람을 피하거나 어쩔 수 없으면 납작 엎드리고, 작은 소리에도 꿈쩍 놀라고 하였지요.
지금도 차나 건물 안에 들어가는 걸 아주 싫어합니다.
방학 때 학교에 데려가서 교무실에 저 밖에 없었는데도 복도에서 저만 바라볼 뿐 안으로 절대 안 들어오려고 했지요.
억지로 안아다 놓으니 네 발을 땅에서 떼지를 못 하고 서 있어서 참 놀라웠습니다.
그건 잠재된 두려움이었지요.
반면에 랑이는 아마도 실내에서 애완견으로 자랐던 것 같습니다.
처음 안고 올 때에도 얼마나 사람에게 안겨 붙고 입을 맞추려고 하는지... 잠시를 가만히 있지 않는 녀석이지요.
그러다 보니 이곳에 와서 적응하는 과정도 참 달랐습니다.
사랑을 받아보지 못 했던 것 같은 단이는 마치 사랑을 처음 받는 듯이 아주 쉽게 안정이 되고, 또 그만큼 저를 너무나 좋아하지요.
사람 몸에 함부로 뛰어오르지 않는 이 녀석은 제 두 손만 잡으려고 발발 거리지요.
신기하게도 안아 주거나 쓰다듬거나 그냥 두 손을 몸에 대고 옆에 있기만 하면 단이는 발가락 끝도 꼼지락거리지 않고 있지요.
마치 그것으로 모든 것이 다 된 양입니다.
정작 힘들게 적응한 녀석은 랑이입니다.
사람에게 그렇게 안겨붙는 녀석을 추운 11월에 데려와 마당에 사과박스 하나 주고 자도록 했으니....
일 주일 가량을 목이 완전히 쉬도록 울었는데 우린 낯선 곳에 와서 그러나 보다 생각했었지요.
지금 보니 랑이는 누군가에게 안겨 와서 좋아했는데 실내가 아닌 그 밖이 너무나 낯설었던 것이지요.
저렇게 제 꼬리를 물고 장난치길 정말 좋아하지요.
촐랑대고 사람 얼굴에 정신없이 뽀뽀를 해대고....
그런데 처음에는 그 뽀뽀도, 몸에 뛰어오르는 것도 저는 질겁을 하고 못 받아 주었으니까요.
안 받아 주니 차츰 뽀뽀를 안 하더니 이 녀석들을 데려오게 하신 선생님이 오랫만에 오시니까 얼마나 뽀뽀를 하는지....
이 녀석들도 사람을 보아가며 그러는 것이 참 놀랍기도 하고, 안스럽기도 하였습니다.
그래서 랑이는 우리 마당에 익숙해지면서도 원천적인 불만이 있을 수 밖에요. 실내가 아니니까요.
또 은연 중에 제가 단이를 더 많이 만지고 좋아하는 것을 랑이도 느꼈을 것이구요.
어느 하루 삐진 듯이 집 뒤에서 나오질 않더니 그 즈음 랑이가 단이를 물기 시작하였습니다.
보통 때는 떼어놓는데 같이 두기만 하면 랑이는 단이를 향하여 그대로 돌격 앞으로 이지요.
그걸 당하는 단이는 귀찮은 듯 이리저리 피하면서 마치 도움을 청하듯이 저만 빤히 쳐다 봅니다.
그래서 랑이를 큰소리로 혼내거나 막대기로 겁을 주거나 해보았지만 백약이 무효입니다.
그런데 마치 성질 좋은 놈이 참다참다 화를 내듯이 어느 날부터 단이도 반격을 하기 시작했지요.
여러 번 귀찮게 하고 물고 하면 그때서야 단이는 랑이를 무는데 힘으로는 랑이가 단이의 상대가 되지 않습니다.
그대로 내다꽂쳐서 목을 물린 채로 배를 드러내게 되지요.
그런데 개들은 배를 보이면 복종을 한다는데 랑이는 눌려서 네 발을 바둥거리면서도 절대로 복종하지 않습니다.
숫놈으로서의 고집인지, 성질인지 모르겠습니다.
또 웃기는 건 서열이 정해지던지 하라고 같이 매어놓아 보았는데 제가 없으면 랑이도 단이를 물지 않지요.
가만히 있다가 제가 다가가면 단이는 제게 올려고 막 움직이고 그걸 보면 랑이가 그대로 물지요.
그러다 단이가 열받아서 내다 꽂으면 잠시 피했다가 또다시 공격입니다.
사료를 주었을 때 먹는 자세도 둘의 어릴 때 모습이 보이는 것 같지요.
점잖은 단이는 먹는 것 앞에서는 체통이 없습니다. 주고 돌아서서 보면 5초 안에 그냥 헐떡거리면서 입으로 다 쓸어넣어 버립니다.
그래서 정가네님의 가을이처럼 저도 실컷 주어볼까 생각도 해보았지만 아직은요....
반면에 랑이는 언제나 깨작깨작이고, 먹다가도 곧잘 딴짓을 하지요.
그런데 둘을 같이 두고 각각 앞의 그릇에 사료를 주면
그렇게 단숨에 먹어치우고도 단이는 랑이가 먹는 동안에는 그 그릇에 절대 달려들지를 않지요.
랑이는 식탐이 없는 반면 단이 그릇을 넘보는 행동도 아주 자유롭지요.
두 녀석을 보고 있으면 마치 이런 성격의 사람, 저런 성격의 사람이 있듯이 어쩌면 개들도 이럴까 싶지요.
그리고 어릴 때의 기억들이 그 행동 속에 들어 있는 것도 신기합니다.
저는 단이에게 먼저 정이 들었지만 세 달쯤 지나니 랑이도 이쁘지요. 샘이 많고, 고집 있고 눈에 장난기가 반짝반짝하는 영리한 녀석이지요.
등뼈가 앙상하고, 먹는 모습이 깨작깨작 하던 랑이가 지금은 더 뚱보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다이어트를 위해 식사량을 반으로 줄였습니다.
한 가지 고민이 있습니다. 시골에서 진돗개 새끼를 한 마리 주고 싶어합니다.
저는 가끔씩 사람을 물기도 하는 진돗개가 싫지만 나무꾼은 충성심 강한 녀석을 키우고 싶어 하지요.
그렇다고 개 키우는 집도 아닌데 세 마리는 키우기 어렵지요. 두 마리는 같이 산책이 가능하지만 세 마리는 아니지요.
................
쓸데없이 긴 이야기입니다.............
'희호재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희호재 마당 모습 (0) | 2009.03.20 |
---|---|
[스크랩] 하루밤 자고 왔더니.... (오늘 희호재에서는!) (0) | 2009.02.27 |
2009년 새해 인사 - 구들도 놓았지요. (0) | 2009.02.05 |
[스크랩] 나무꾼의 목공 작품 3호 (0) | 2009.01.09 |
[스크랩] 나무꾼의 목공 작품 2호 (0) | 2009.01.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