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이고 줄여봐도 쓸데없이 긴 이야그가 되었답니다.
기원이와 같이 바이올린 연주회에 다녀오다.
‘한 사람이라도 문화 생활을 해야지’ 하는 남편의 섭한 듯한 말을 정원에 남겨두고.....
돌아오는 길에 아들이 말했다. “엄마, 고맙습니다.”
이 녀석을 키우면서 잘 한 것 한 가지가 있다.
초등학교 내내 피아노 개인 레슨을 받게 한 것이다.
지금은 이름도 까먹은, 대학 때 피아노를 잘 치던 같은 동아리의 공대 남학생이 있었다.
엄마가 음악을 했던 그 남자애는 대학 강당에 놓인 피아노를 혼자서 치는 일이 참 자연스러운 일이었겠지만
한 달만이라도 피아노를 배워 보는 게 아득한 바램이었던 내게는 한없이 부러운 일이었다.
기원이는 어릴 때부터 과학쪽에 유달리 관심이 많았다.
그래서 아마도 피아노 치는 공대생(?원한다면)을 만들고 싶었던 것 같다.
거기에다가 아인슈타인도 음악을 한 사람이었다는 생각까지 하였으니 아들에 대한 엄마의 착각 위에 환상까지...
가장 큰 것은 ‘고3의 스트레스와 인생의 방황기에 유일한 힘이 되어준 것이 클래식 음악이었다’는, 어디선가 본 글은
내게 ‘레슨비 아까워 말자. 저 녀석이 나중에라도 외동이어서 외로울 때 음악이 힘이 되어 주겠지’ 하는 생각이었다.
몇 번 고비가 있었지만 그런저런 동기들이 꿋꿋하게 6년 동안 피아노를 놓지 않도록 만들었던 것 같다.
.....
고2때 문득 음대 가고 싶다고 하였다.
갈 실력도 안 되었지만...
피아노를 가르친 건 음악을 즐기길 바라서이지 전공하게 되길 바란 게 아니었다고.
음악을 전공한 사람보다 음악을 즐기는 사람이 더 행복하다고....
고 3때는 아들 녀석의 담임이 전화를 했다.
‘집에서 좀 머라카라고! 모의고사 중간에 30분 시간이 남아도 피아노책 들고 음악실에 가고 없다고.
다른 선생님들은 기원이가 공대가 아니라 음대 가는 아이인 줄 안다고....’
컴퓨터 게임 때문에 자나깨나 싸웠지만 그 소리에는 화가 안 났다.
.............
올해 제대 후 집에 있는 우리 아들은 정원일을 함께 하면서 아빠가 주는 노가다비 일부로 얼마 전부터
피아노 레슨을 다시 받고 있다. 꽤 잘 치는데 더 잘 치고 싶은 욕구를 느끼나 보다.
무엇보다 음악을 좋아한다.
클래식에 대해서는 우리와는 이해의 깊이가 다른 것 같다.
‘베토벤 바이러스’를 같이 보면 나오는 음악의 제목을 대부분 안다.
그저께 ‘렌드바이 바이올린 연주회’에서도....
연주회는 통역도 없었고, 연주 순서도 프로그램과 따로 놀았지만,
연주자들이 즐기면서 연주를 하는 모습이 좋았고,
중간중간 어설프게 통역해주고 곡 제목을 짚어주는 아들 때문에 즐거웠다.
‘여우가 사냥꾼을 피해 도망가는 느낌을 나타냈데, 느낌이 딱 맞지?------’
게다가 ‘엄마, 피아노를 칠 수 있게 해주셔서 고맙습니다’.란 아들의 행복해 하는 말도 듣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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